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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프로페셔널 1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22>

십여 년 전 상트 페테르부르크 음대에 한국인 유학생이 수백 명이라고 했다.

이 같은 한국인의 향학열은 정평이 나있고, 정경화 남매처럼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탄생으로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원조 격인 피아니스트 한동일씨는 언젠가 인터뷰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섯 시간씩 연습을 한다고 했다. 연주회를 앞두고는 12시간이다. 연습벌레라기보다 아예 목숨을 건 사투다.

일본 바둑계를 평정한 조치훈도, “나는 목숨을 걸고 바둑을 둔다.”고 말한 적이 있다. IMF사태로 풀이 죽고 지친 우리국민에게 처음으로 웃음을 다시 찾아준 영웅이 박세리였다. 해저드에 걸린 공을 벌타 없이 치려고 양말을 벗는 순간, 새까만 종아리 밑으로 드러난 눈부시게 흰 발목... 엄청난 연습량을 웅변하는 바로 그 “오늘의 샷"이, 오늘날 LPGA를 주름잡는 수많은 “세리 키드”를 잉태하는 신호탄이었다.

 

숭례문 단청(丹靑)이 다섯 달 만에 벗겨졌다고 한다. 분분한 원인분석 가운데, 필자는 “전문성 부족” 에 방점을 찍고 싶다. 이쯤에서 프로 중의 프로, 정상급 전문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생각해본다.

첫째, 정상에 오르려면 누가 뭐래도 “삼신할머니의 점지, 즉 유전자에 타고난 재능이 들어 있어야 한다. 여기서 확률의 법칙이 등장한다.  드넓은 연못에서 월척이 잡히듯, 지망생 또는 선수층 저변이 넓어야(Population Factor) 한다.

둘째, 상상을 초월하는 연습량이 쌓이고 그것이 중단 없이 계속 되어야 한다. 엄청난 Practice를 견디어낼 체력은 기본이다.

셋째, 최후에 승패를 가르는 것은 멘탈(Mental)이다. 지지 않겠다는 오기, 모험을 불사하는 용기, 위기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침착함 등, 정상에 오른 사람만이 보여주는 Personality, 바로 프로 마인드다.

Population ·Practice ·Personality, 이 모두가 피 말리는 경쟁을 전제로 한다.  인간문화재들의 한 결 같은 고민은, “물려줄(傳受)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삼국시대로부터 고려 황금기를 거쳐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도량에서 단청의 수요가 쇄도하였기에 기술과 안료가 발달하고, 수많은 달인들 가운데서 군계일학의 명장이 탄생했으리라. 홍창원 단청장(匠)의 능력을 폄하할 뜻은 없지만, 두터운 저변인구와 충분한 일감, 향상을 추구할 승부욕의 3박자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혼자 뛰어서 일등”의 한계를 지적하려는 것이다. 국어와 함께 민족의 정체성 그 자체인 전통문화를 지키려면, 반드시 그 한계를 뛰어넘을 굿판을 차려주어야 한다.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 쿠베르탕은 고대 그리스의 정신을 살린 아마츄어리즘의 절대적인 신봉자였다. 잘 지켜오던 올림픽의 순수성에 재를 뿌린 것이 공산국가들이다.  이들은 감춰야만 생존하는 치부와 취약점이 너무 많아,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체제찬양용 선전·선동하는 일이 통치의 핵심, 아니 전부다. 금메달은 체제 우월성과는 별개지만, 국민의 착시현상 유발과 대내외 선동 선전에는 안성맞춤이다.


개인의 운명이 당의 결정에 좌우되는 폐쇄사회에서, 인민들은 약물복용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한 인간이하의 가혹한 조련에 순응하여, 상상을 초월하는 성적을 기록하였다. 바로 국가(관리) 아마추어(State Amateurism)다. 견디다 못한 서방진영도 프로를 동원, 드림 팀(미국 농구)까지 구성하였다. 프로 출입금지의 올림픽 장벽이 무너진 것이다.

개발도상국들도 거국적인 대표선수 훈련체계와 메달리스트에 대한 연금포상으로 경쟁에 동참하여, 결국 대부분의 나라가 범사회적인 국민체육뿐만 아니라, 엘리트 스포츠에도 국력을 쏟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이런 방식을 전통문화 살리기에도 적용해보자. 국민이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국가가 그만큼 예산을 투입한다면, 그것은 국격을 높이고 “문화융성”으로 가는 가장 “저비용 고효율”의 투자가 될 것이다.

 

 

 

 

 

 

 

 

글: 임철중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대전광역시 치과의사회 회장

대전`충남 치과의사 신용협동조합 창설 및 이사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문화상 수상

대한치과의사협회 공로대상 수상

대한치과교정학회 부회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대전문화예술의전당 후원회 창립 및 회장

대전방송 TJB 시청자위원

대전광역시 문화재단 이사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