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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피해자 놀이 (Costume Play, the Victim)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18>

     

니가타 현 묘코(妙高) 파인밸리 CC는 일본 레저 재벌 APA 그룹의 백 개가 넘는 골프 텔의 하나다. 위도는 울진 언저리지만 해발 600m의 바닷가라서 8월 날씨도 아주 쾌적하다. 코스이름 삼나무·소나무·자작나무(Cedar·Pine·White Birch)처럼 아름 들이 거목이 빼곡히 들어찬 아름다운 27홀인데, 불행하게도 파인코스에는 소나무가 없다. 재선충의 습격으로 소나무는 전멸하고 그루터기만 남아 제 이름이 무색하다. 그 것 뿐인가. 자작나무 코스는 아예 폐쇄하여 트레일 달리기 코스로 개조되었다.

이십여 년의 경기침체로 회원권 값이 형편없이 추락하고 내장객의 발길이 뜸해진 탓이다. 불황에 재해까지 덮쳐 어디선가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객실에 비치된 책 두 권의 저자는 모토야 토시오와 후지 세이지. 사실은 둘 다 APA 그룹 회장 모토야(元谷) 동일인물이다. 제목은 자랑스러운 조국; 일본 부활을 위한 제언이고, 머리말 부제는 ’2011년 일본의 국난(國難): 진실한 근현대사를 읽어 민족의 자랑(자부심)을 되찾자로서, 국제사회에서 조롱받는 극우파의 주장들이다.

 

국난으로는 동 일본 지진, 이어 쓰나미에 의한 후꾸시마 원전사고, 유럽통화위기와 기록적인 엔고의 경제위기, 북조선 지도자교대와 중국 대두의 국방위기를 열거한다.

 

국난을 극복하려면 일본이 얼마나 멋진 나라인가를 재인식하여 국민 기개(氣槪)를 되찾아야 한단다. 풍요한 자연의 혜택으로 싸울 일이 없고 화()의 정신을 가진 온화하고 배려를 아는 국민, 2차 대전 전승(戰勝)국에 의해 자학사관(自虐史觀)을 이식받아, 조국에 자부심을 잃은 국민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극우 군국주의의 선동과 독주에 휘말려 주변 국가들에게 저지른 침략과 학살의 만행은 쏙 빼어 놓고, “내가 바로 피해자요라며, 낯 두꺼운 코스프레(Costume Play)를 하고 있다.

 

전승국이 날조·왜곡했다는 사건들은 한 결 같이 유치한 아전인수로서, 예를 들면 선전포고가 늦어져 야만적인 기습으로 낙인찍힌 진주만공격도, 사실 미국이 일본의 암호를 해독하여 사전에 알았고, 그보다 1개월 전에 미국이 소위 의용군이라는 미명하에 일본군을 공격했다는 ‘Flying Tigers’ 공군부대의 진상을 고발하고 있다.

 

진주만공격기의 발진은 현지 시간 오전 6(1941. 12. 7.), 첫 폭탄 투하가 755, 공식적인 선전포고 시간은 1030분이다. 노무라 대사가 본국에서 타전 받은 암호문을 푸는데 시간이 걸려, 국무장관 헐에게 두어 시간 늦게 전달됐다는 핑계는 웃긴다. Z 작전은 2-3월에 수립하였고 함대가 단칸만을 출발한 날은 1126일이며, 일본내각의 공격결의122일이다. ‘기습효과를 최대화하려면 공격 30분 전 보다 앞서 미국에 알리면 안 된다는 발언도 나온다. 결국 진주만공격은 철저히 계획하여 비밀리에 수행된 기만적인 기습이었다. 다음은 나르는 호랑이부대를 보자. 부대를 창설·지휘한 세놀트(Chennault)는 당시 앞서가는 전략을 주장하는 고집 센 미 공군조종사였다. 중국 국민당의 장개석 원수는 만주전쟁 후 일제에 맞설 공군력 강화를 이탈리아 고문단에게 맡겼다. 일제의 중국본토침략 직전, 중국공군의 실력평가를 요청받은 세놀트는 전역하고 중국에 온다(1937). 중국군의 무능력이 드러나고 일·(·)조약으로 고문단이 철수하자, ‘국제의용군 모집주장이 다시 떠오르고, 장개석은 아직 참전하지 않은 미국의 조종사와 전투기 수입을 계획한다.

 

세놀트는 중국 대령신분으로 도미, 미국 정부의 외면 속에 조종사 모집과 전투기 구입에 진력했으나, 우선순위가 밀려 목표의 20%에 성능도 떨어지는 P-40 백대와 조종사 백 명으로 가까스로 AVG(미의용군그룹)를 출범시킨다. 계약 주체는 무기 상인이 주선한 중앙항공기제작사(CAMCO), 계약기간 1(연장 가능)에 월 급여 상한선은 조종사 8, 정비사 3백 달러였다. 세놀트는 진주만 훨씬 뒤 1943년에야 미군에 복귀, 2년 뒤 투 스타로 퇴역한다. 결론적으로 Flying Tigers미국 공군이 아니며, 그밖에 모토야가 예시한 모든 남의 탓들이 사실과는 거리가 먼 허구다.

극심한 경기침체와 미증유의 재앙으로 절망에 빠진 일본인 사이에, “힘을 내자!는 캠페인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기화로 광기의 시대로 회귀하려는 극우파의 거짓말 선동은 곤란하다. 그것은 전후의 폐허 속에서, 베르사이유 조약의 가혹한 제재와 천문학적인 배상금에 허덕이던 독일국민을 집단최면에 빠뜨린, 나치 히틀러의 악마의 속삭임과 다르지 않다.

 

 

 

 

 

 

 

 

글: 임철중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대전광역시 치과의사회 회장

대전`충남 치과의사 신용협동조합 창설 및 이사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문화상 수상

대한치과의사협회 공로대상 수상

대한치과교정학회 부회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대전문화예술의전당 후원회 창립 및 회장

대전방송 TJB 시청자위원

대전광역시 문화재단 이사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