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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해 뜨는 해운대에서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17>

 포항 물 횟집에서 거나하게 취기가 오른 ‘치문회(치과의사문인회)’ 일행이 뒤풀이로 찾은 장소는 ‘하지 백’. 내 살 반 남의 살 반이 될 만큼 풍성한 생선회와 소주로 초토화된 위장을, 생맥주로 달래는 ‘힐링’의 무대였다. 젊은 여사장이 기타를 치며 ‘그 시절’의 재즈와 팝송을 ‘난스톱’으로 들려준다. 사실은 음악과 맥주는 들러리요, 3층 카페에서 창 너머로 보이는 해운대의 황홀한 야경이 ‘이 밤의 포인트’였지만... 

 다음날 아침, 해변을 따라 동백섬을 향하는 문탠 로드 길에 바다를 보니, 간밤의 야경은 간데없고 그림엽서 같은 별천지가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저 멀리 무지개처럼 걸린 광안대교와 둥글게 파고들어온 바다와 철썩철썩 파도가 간지러운 백사장이 하나가 되어,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그것은 Beach와 Bay와 Bridge가 어우러진, 거대한 3 B의 미장센(mise-en-scene)이었다.

   일요일 아침 꽤 늦은 아홉시 반. 복어 해장국집 앞에 손님들이 장사진을 쳤다. 30분 만에 입장, 다시 20분쯤 더 기다려 먹는 국물 맛은, 두 시간도 아깝지 않을 진미다. 여기뿐 아니라 동백섬과 장어구이 집하며 이기대(二妓臺) 산책로까지 가는 곳마다 북적대고, 해운대 해변에 빼곡하게 들어선 호프집·카페까지 예외 없이 초만원이다. 주말에 이틀간의 ‘부산항축제’가 겹쳤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방방곡곡이 불황에 잠겼는데 여기는 별세계인가? 몇 해 전 아파트가 안 팔린다며 정부에 읍소하던 부산에,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위안화의 위력’이 제주를 거쳐 북상한 덕분이라고 한다. 중국인들이 아예 층 단위로 아파트를 사들인다는데, 계산 빠른 그들이 부산의 장래성에 주판을 놓아보지 않았을 리 없다. 

 필자 나름으로 부산의 기적을 풀어본다.  해안선을 따라 외길인 부산의 교통은 상습정체로 악명이 높아, 터널을 뚫고 길을 넓혀 봐야 거기서 거기였다. 고건 전 총리가 서울특별시장 시절 강변을 이용하여 내부순환도로를 해결한 것처럼, 바다를 현수교로 연결한 장장 58km의 새 길이 숨통을 터주었다. 끊임없이 항만시설을 늘리고 벡스코 같은 MICE 사업에 투자하며, 재래시장 · 숙박시설을 업그레이드하였다.

 세계유통의 허브로 비상할 근육을 불려온 것이다. 중국의 투자에는 안보를 담보하는 덤도 따른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고 했다. 그래서 앞으로 북극항로가 개발되면 부산이 세계해운의 중심이 되리라고 전망한다. 하늘 길의 영종도와 물길의 부산항이 쌍끌이로, 우리 경제를 몇 단계 더 올려줄 견인차가 된다면...

   십년 전 리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해변은, 남쪽 이빠네마에 관광객을 빼앗겨 다소 가라 앉았지만, 여전히 대서양을 끌어안는 세계 제일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태평양을 향한 북미대륙의 서쪽 끝 샌프란시스코에 골든게이트(금문교)가 없었다면 세계3대 미항에 낄 수 있었을까? 해운대 광안리 해변에서 코파카바나 백사장과 금문교의 그림 같은 조합을 본다. 규모가 작고 인위적이며 유흥시설이 번잡한 약점은 있지만, 이것을 활기차고 인간적인 희망의 에너지로 승화할 수도 있다.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북미대륙 끝자락에 이르러, 문자 그대로 처절하게 아름다운 금문교의 ‘해거름’ 을 바라보면서, 삶의 덧없음에 절망하여 바다에 투신하는 사람이 끊이지를 않는다고 한다. 이에 비하여 유라시아의 출발점인 부산항은, 태평양을 향해 두 팔 벌린 대륙의 관문이다. 붉은 태양이 불끈 솟아오르는 ‘해돋이’ 의 장관은 삶에 대한 희망을 북돋아주지 않는가? 해 뜨는 해운대 해변에서, 광안대교 너머로 내일의 희망을 본다. 











글: 임철중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대전광역시 치과의사회 회장

대전`충남 치과의사 신용협동조합 창설 및 이사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문화상 수상

대한치과의사협회 공로대상 수상

대한치과교정학회 부회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대전문화예술의전당 후원회 창립 및 회장

대전방송 TJB 시청자위원

대전광역시 문화재단 이사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