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 흐림동두천 16.7℃
  • 구름많음강릉 13.6℃
  • 구름많음서울 17.8℃
  • 구름많음대전 13.6℃
  • 맑음대구 15.2℃
  • 맑음울산 14.6℃
  • 구름많음광주 15.5℃
  • 맑음부산 17.3℃
  • 구름조금고창 ℃
  • 구름많음제주 18.7℃
  • 흐림강화 16.2℃
  • 구름조금보은 12.7℃
  • 흐림금산 10.2℃
  • 구름많음강진군 12.6℃
  • 맑음경주시 12.7℃
  • 구름조금거제 14.9℃
기상청 제공

임철중 칼럼

프로페셔널 2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23>

 

일본을 다시보자. 평범한 풍속화 우끼요에가 인상파 화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고, 남성의 밤 문화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게이샤에서 푸치니는 파격적인 영감을 얻었다. 무사도는 서구의 기사도를 초월하는 아우라로 윤색되어, 할리우드에서 수많은 버전으로 발전하였다. 문화사적인 가치라면 몰라도 예술적인 깊이에는 한계를 보이는 수많은 일본의 생활문화가, 수백 년 간 막부의 보호와 육성을 거쳐, 온 국민에게 사랑받는 전통문화로 뿌리내린 결과다.

밋밋한 목각인형 코케시도 전통과 권위를 인정받아 맥을 이어가고 있다. 모두가 너나없이 의미를 부여하면, 작은 돌 하나도 생명을 얻어 살아 숨 쉬는 법이다. 태평양 전쟁사를 읽으면 그 시절 일본이 항공모함 20척을 보유하고 미국과 맞장을 뜬 강국이었다는 사실에 놀라지만, 그보다 서구열강의 뇌리에 문화강국의 이미지를 심어놓아, 이미 국격이 매우 높았다는 사실은 흔히 간과한다.

 일본을 우습게 보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외국기자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자. 짧은 기간에 이룩한 한국의 약진에 칭찬이 쏟아지고 외국인 투자가 몰리는 것은, 우리의 역동성을 인정하고 발전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지, 문화나 국격과는 별개의 문제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선을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도 먼데서 찾을 것이 아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우리 전통문화의 보호와 신장을 통하여, 명실 공히 진정한 프로를 키워내는 일로부터 시작해야할 것이다.

 

단청이나 한옥 같은 건축양식으로부터 김치와 장류의 뛰어난 발효음식문화,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한복과 국악과 고전무용, 현란한 채색으로 빈틈없는 화면보다 담채와 대범한 여백으로 상상의 여유를 남겨두는 한국화.

동서고금을 통하여 가장 쉽고 과학적인 한글을 만들어 쓰면서도, 한자 권 3국 중 한자를 가장 잘 쓰고(書藝) 원형이 보존된 나라도 한국이다 그러나 조선조 90%에 가까운 상민들은, 문화소비는 고사하고 사람대접이나 제대로 받았던가? 한 세대를 넘긴 일제강점기의 문화 말살정책과, 온 국민의 전 재산을 잿더미로 만든 김일성 남침과 그 후유증, “오직 배고프지 않게 잘 살아보자는 일념으로 좌우 돌아볼 새도 없이 앞으로만 달려온 또 한 세대, 수백 년에 걸쳐 쟁취한 선진 민주국가들을 단기간에 따라잡기 위하여 숨 가빴던 민주화역정까지, 어느 한 순간 문화와 전통을 차분하게 챙겨볼 여유가 있었던가?

 그러니까 그동안 등한했던 우리자신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훌륭한 컨텐츠가 넘치고 한다면 하는 우리에게, 따라잡기(Catch up)는 시간문제이니까.

한 마디 덧붙이면, 문제의 숭례문 단청에 쓰인 안료는 일본 제품이라고 한다.

 

치전원은 정규대학 졸업자 중에서 뽑고, 국가고시에 합격해야 면허를 받는 치과의사는 분명 프로페셔널이다. 진료에 관한 판단은 존중받지만 그에 따르는 의무는 기준이 엄격하다. 많은 지원자 중 소수가 선발되어(Population), 이론과 수기를 꾸준히 연마하며(Practice), 진료에 최선을 다하는 마인드(Personality) 등 프로의 자세는 기본이다.

그러나 의학은 과학이지만 의료는 현실이다. 3 P를 아무리 잘 갖춰도, 각박한 건강보험과 자영업의 상대적인 후퇴와 치과의사 과잉배출이라는 삼중고 앞에서, 일부 직업전환이나 장롱면허는 피치 못할 장래일 수도 있다. 의총 통과 십여 년에 전문의제도가 제자리걸음하는 상황도 답답하다. 프로 중의 프로든 전문의든 경제적인 보답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LPGA 프로도 상위그룹은 고소득이지만 하위 랭커는 꿈을 접고 웨이트리스가 되기도 한다.

 

의사면허 104,000 중 전문의가 76,000명인데, 많은 개원의가 사실상 보드를 접었다. 되돌이표 같지만 전문의 응시자격에 좀 더 관대하자. 제자는 전문의, 스승은 보드 없는 퇴출이라니. 문호는 넓히되 전형은 추상같이 하자. 일단 표방을 하면 프로답게 철저한 exclusive와 보수교육 이수를 의무화하고, 주기적인 자격시험도 고려해보자. 이론에서 임상에서 앞서가는 대한민국 치과의사로서 우리만의 첨단전문의제도를 만들자. 진정한 프로의 품위는 문화와 전통처럼 스스로 만들고 지켜야 한다.

 

 

 

 

 

 

 

 

 

글: 임철중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대전광역시 치과의사회 회장

대전`충남 치과의사 신용협동조합 창설 및 이사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문화상 수상

대한치과의사협회 공로대상 수상

대한치과교정학회 부회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대전문화예술의전당 후원회 창립 및 회장

대전방송 TJB 시청자위원

대전광역시 문화재단 이사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