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은 지난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거는 공동체의 화합을 깨고 장로정신과 위계질서를 파괴하며 표를 팔고 사는 폐단이 있어, 전체 선거제도를 재검토 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직선·간선을 포함한 종교계의 고차원적인 발언이지만, 때로는 맹목적적·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는 선거제도의 단점을 꿰뚫고 있다. 오류 확률을 줄일 여과장치는, 경륜과 판단력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대표를 뽑은 다음 그들에게 구체적인 최종결정을 맡기는 ‘대의정치’가 아닐까?협회장 직선제 요구가 대두될 때마다, 치의신보에 기고한 ‘프랙톨과 직선제(1995년 3월)’라는 칼럼 외에도, 필자는 누차에 걸쳐 반대 의견을 낸바 있다. 어차피 후배들이 짊어질 치과계이기에 몇 년 전부터 입을 다물었고, 선거인단 제도를 거쳐 이제 김철수 직선제 초대협회장이 탄생하였다. 직선제 하에서 의사회와 약사회가 겪는 험한 꼴을 여럿 보았고, 그것이 바로 반대 이유이기도 했으나, 설마 협회장 ‘당선무효소송’의 형태로 나타날 줄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첫째, 이 소송을 헌재(憲裁)로 풀면 단연 기각이다.선거결과에 승복한 두 분이 모두 부인하니까, 원고는 이해당사자가 아닌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인구는 한국 기초 자치단체 정도요, 우리 GNP가 해방 당시의 5백배라는 점으로 미루어보면, 총생산은 몇 천분의 일도 못 되었을 것이다.인구 2만의 도시국가를 가정해보자. 절반은 생업과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노예요, 다시 그 절반은 참정권이 없는 여성이다. 평균수명도 극히 짧아서(노인이 드물다) 미성년자를 빼면 광장에 나올 남정네는 2, 3천 명 내외이니,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내 일이 더 바쁜 사람, 여행 또는 와병 중인 남자를 빼면 고작 천명 남짓이 남는다.생활양식과 산업구조가 단순하여 이익 충돌이나 분쟁 소지가 적고, 설령 있어도 전통과 관습에 따라, 또는 원로의 중재로 간단히 해결된다. 행정수요와 예산형편으로 보아 상비군이나 상근 관료조직을 운영하기도 어렵고 만들 필요도 없다. 일정기간 관리운영을 맡길 심부름꾼(지도자) 선출과 중대한 경제문제의 결정 또는 전쟁 따위의 외교적 결단이 아니고는 별로 토론하고 의결할 일이 없다. 이상이 광장의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했던 이유다. 노예제도를 포함하여 이런 이유들을 뒤집어보면, 현행 간접민주주의의 당위성이 명백해진다. 국가규모가 크고 시민 의식이 강해진 로마공화정에서 간접민주주의의 원형으로
질경이는 밟혀서 자란다먼지 이는 길가에서는 먼지를 잠재울 줄 알며자갈 하나에 깔려서도질경이는 대지의 힘을 얻는다밟히면 밟히면 눕고 눕고잠시 누웠다가 기어코 일어나는 끈기콱콱 밟힐수록 밟힐수록뿌리뻗어내는 뿌리뻗어내는 뚝심질경이는 잎을 포개고 벌레를 쉬게 하지만잎만으로 뜬세상을 살지 않는다우리가 맨몸으로 살아가며가꾸는 어린 목숨도쓰러지고 일어날 때 튼튼해지는 기쁨봄 아침에 풋풋하게 질겨지는 질경이[끈기]1월1일자 신문엔 신춘문예 당선작들이 발표됩니다. 시와 소설과 희곡 그리고 동화, 동시에 평론까지.. 그 인고의 얼굴들이 모처럼 새날처럼 환하게 웃는 사진이 신문마다 대문짝만하게 실립니다. 설명을 보지 않고 얼굴과 장르를 매치시켜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시인은 대개 표가 납니다. 이 사람이 시 부문 당선자겠거니 싶으면 거의 틀림이 없습니다. 시인의 얼굴은 그만큼 음영이 깊습니다. 몇 줄 시어 속에 갇혀 눕고 눕고, 잠시 누웠다가 기어코 일어서긴 하지만, 그들은 질경이처럼 풋풋하게 질겨지지는 못하나 봅니다.J일보의 심사평엔 이런 지적이 있습니다.-신춘문예 투고 시를 읽으면 가슴이 뛴다. 한국 현대시의 오늘과 내일을 파악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
모아치과그룹은 1996년에 결성돼 '예'와 더불어 네트워크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이 그룹이 매년 개최해온 골든옥토브는 한 때 네트워크 워크샵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었다. 그룹 전체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이 대규모 행사는 강연과 공연 그리고 캠프화이어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서도 장기자랑을 겸한 공연은 그야말로 참가자들을 위한 행사였다. 어느 해인가는 난타공연을 선보인 팀도 있었고, 열 몇 명이나 되는 참가자 전원이 큰 북을 들고나와 태초의 심장소리를 들려주듯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해낸 팀도 있었다. 5인조 밴드 오브라더스가 무대위에 등장하자 공연장은 이내 한 덩어리로 일렁였다. 음악소리와 각자 목청껏 질러대는 함성으로 공연장은 삽시간에 광란의 도가니가 됐고, 젊은 신명들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해 아예 의자 위에 올라서서 몸을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그 광경을 마주하고 '저 일렁이듯 분출하는 에너지의 정체는 무얼까'고 생각해봤다. 그 답은 스스로의 몰입에 있었다. 몰입할 수 있는 재미와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에너지를 만들고, 그 에너지가 활력으로 타오르는 것이었다. 골든옥토버는 그런 집단 에너지의 제조공장 격이었다. 그렇게 흥을 발산하고 나면 모아의 치과
하늘이 주신 재능을 불꽃처럼 방전하고 2, 30대에 생을 마감한 모차르트 푸슈킨, 가깝게는 이상... 천재는 요절한다. 그러나 역도 진리는 아니어서 장수한다고 둔재는 아니다. 뉴턴 괴테 위고... 물론 의학지식과 농업생산성이 턱없이 낮던 옛날얘기다. 다행스럽게(?) 30대를 넘겨 나이 든 천재는 괴롭다. 내 눈에도 경이로운 나 자신의 업적을 어떻게 뛰어넘을까? 치받고 올라오는 후진들도 조바심을 부추긴다.쫓기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렇지만 한 번 생각을 바꿔보자. 잔챙이 중에서 준척(準尺)은 폼이야 나겠지만, 월척과 어울려야 오래 살고, 씨알이 굵어야 낚시꾼도 몰린다. 영화계 황금기는 문희 남정임 윤정희의 1세대와 장미희 정윤희 유지인의 2세대 트로이카 시대였고, 소설도 조정래 황석영 최인호의 선 굵은 서사(敍事) 삼총사 시절에 인기를 끌고 책도 많이 팔렸다. 흔히 일인천하 독주를 꿈꾸지만, 열띤 경쟁은 판을 키우고 격을 높이니, 작가에게 필수품이요 고마운 존재다. 치열한 경쟁의 스트레스를 벗어나는 방법 첫째는, 초반 점수 차를 확실히 벌려놓는 프로골퍼 식이다. 마지막 라운드에 여유 있게 우승하지만, 모든 자료가 열려있고 만인이 뛰어난 오늘날, 독
송년회 인사말의 화두는 어김없이 ‘다사다난했던 한 해’다. 금 수저·흑 수저 가릴 것 없이 인생은 고해란다. 일찍이 인도 가비라성 왕자의 출가로 증명된 사실이다. 연말에 스스로를 되돌아보니, 지난 한 해 어지러운 삶의 궤적들이 새삼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계유년(癸酉; 1993) 말에 칼럼 “닭의 해를 보내며”를 썼다. YS가 ‘역사바로세우기’로 율곡비리·실명제·하나회 등 토종닭 마당 파헤치듯 하더니, 국민소득 2만 달러 대통령이 되려는 집착으로 IMF를 끌어들여, 취임 초 83%이던 지지율을 6%로 까먹고 파산했다. 계유정란(단종원년: 1453)은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하려고 황보인·김종서 등 원로대신들을 척살한 사건으로, 조선을 멍들게 한 성리학 교조주의와 매관매직의 시작으로 기록된다.2005년 을유년에는 ‘참여정부’에서 검찰조사를 받던 거물급 인사들이 줄줄이 자살하였다. 대통령은 자신만만했으나, 10·26 재선거에서 여당후보 23명이 전패하였다. 기적적인 소생은 다음 해에 보인 생즉사(生則死) 사즉생의 묘기, 탄핵정국 덕분이었다. 빈사상태의 여당이 던진 구타유발의 미끼를, 야당이 덥석 물은 것이 패착이라는 야릇한 해석도 있다. 여하튼 닭발처럼 파
초딩 때 윤백남의 소설 ‘흑두건’을 읽었다. 배경이 인조반정 전후였던가?천하장사들이 만나 힘을 겨루는데, 갑이 손가락으로 굵은 호두알을 아작 깨뜨리자 을은 두툼한 엽전을 종이처럼 접는다. 부엌에서 딱딱 소리가 나서 가보니 한 총각이 아궁이 앞에 앉아 팔뚝만한 참나무를 가볍게 분질러가며 불을 땐다. 과장인 줄 알면서도 지붕 위를 훨훨 날아다니는 영웅호걸들의 활극에 가슴이 뛰었다. 일제의 강압 하에서 개화기를 맞은 선배들은 역사극처럼 제한된 소재로 흥미위주의 글을 많이 썼고, 이런 풍조는 극한적인 대립과 전쟁으로 멍들었던 해방 후에로 이어졌다.어려운 시절일수록 사람들은 영웅호걸에 열광하고, 주인공은 영어로 히어로·히로인 아닌가? 어쨌든 이광수의 ‘단종애사’ 김동인의 ‘젊은 그들’ 박종화의 ‘금삼의피’는 우리의 역사관에도 큰 영향을 주었고, 소재가 무궁무진한 세계적인 문화재 이조실록 덕분에, 사극은 여전히 소설·드라마의 노다지판이다. 사극 DNA는 7-80년대 3대 구라 황석영 조정래 최인호로 꽃을 피우는데, 출세작 ‘장길산’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던 탓인지, 황 작가는 스스로를 얘기꾼(Story Teller)이라며 자세를 낮춘다. 창조적이고 인문학(Human
최근에 저는 멜번치과대학 (Melbourne university)에서 주관하는, 치과치료사(Oral health therapist)들이 진료범위를 넓일 수 있게 해주는 'Graduate certificate in dental therapy'(Advanced clinical practice) 라는 코스에 참여하게 되어 멜번대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작년부터 이 학교에선 치과치료사들이 보다 많은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코스를 신설하고, 교육을 맡아왔는데요, 저도 이번 교육에서 몇가지 새로운 사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2014년 5월 칼럼에서 한국에는 없는 치과치료사라는 직업에 대하여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데요, 간단하게 다시 말씀드리면 호주 치과치료사는 한국의 치과위생사들이 하는 진료 이외에 만 17세 이하 학생들의 유치발치나 유치의 충치치료 등을 할 수 있는 분들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멜번대학교에서 시작한 이 6개월 과정 코스는 이 17세 이하로 정해져 있는 치과치료사들의 진료범위를 없앨 수 있는 코스 입니다. 다시 말해, 이 과정을 수료한 치과치료사들은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환자의 나이에 상관없이, 유치발치, 영구치의 충치치료까지 할 수 있게 되는것이
타계한 지 3년인데 김상기 전 대전MBC 사장 얼굴이 가끔씩 떠오른다. 전부터 얼굴은 알아도 나이차 파탈하고(신흥초등 대전중·고 서울대 모두 4년 후배) 자주 만난 건 2010년 경 부터다. 상배(喪配: 2007) 후 한 번도 빠짐없이 매주 대전공원의 아내 묘를 찾던 열부(烈夫)가, 가까운 동기 월례모임에 필자를 초청한 것이다. 삼국지 하면 적벽대전 때 양측사상자 숫자를 뚜르르 꿰는 기인(奇人?)인데, 무엇에 필이 꽂혔는지 올 때마다 필자를 꼭 불렀고, 술 한 방울 못하면서도 좋은 포도주를 서너 병 씩 들고 왔다.모임에 얽힌 추억 중에, 게스트로 초청한 미국인 교수와 필자가, 카페 ‘팔로미나’에서 벌인 팝송 따라 부르기 대결(?)을 기억한다. 하루는 아내를 향한 절절한 그리움을 담은 시집 ‘아내의 묘비명(銘)’을 몇 권 주었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가슴이 먹먹했는데, 이튿날 집사람은 두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육십 넘은 아마추어의 첫 시집이 이토록 감동을... 그래서 시의 생명은 ‘진정성’에 있다던가? 얼마 뒤 4천 권이 넘게 팔렸다면서, 시집으로서는 베스트셀러요 기적이란다.곁들여 MBC 보도국장 시절 들은 ‘사재기’ 얘기를 들려준다. 많은 출판사들이 책을
이를 닦는 일은 본시 구강질환(치아우식, 치주질환)의 예방 목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몸을 깨끗이 하는 의식으로부터 관행되어 온 것이라 한다. 중국 송시대 승려들이 막대기 모양의 나무를 이쑤시개처럼 만들어 이를 닦았다고 한다. 그 근원은 인도의 칸타카시타(이쑤시개)에서 찾을 수 있다. 석가는 심신을 깨끗하게 하는 것을 불법의 기본이라고 가르치며 이쑤시개를 사용해서 구강 내 치아를 깨끗이 함을 매우 중요시 했다. 승려의 하루는 이른 아침 입을 가시며 갈증을 제창하면서 이쑤시개를 사용하는 것으로 시작했다고 한다.「모든 중생이 맑고 깨끗한 불도를 향해 참화하고 번민의 괴로움과 슬픔에서 벗어나 해탈하려했으며 참선의 소리를 반복하면서 이쑤시개를 사용해 이를 닦고 헹구어 청정케하는 행위가 이루어졌다. 道元의 正法眼藏」 이 닦기는 종교적인 의미로부터 시작된 것 같기도 하다. 입안을 깨끗이 하는 것이 곧 심신의 평정, 온전한 부처의 상태에 몰입할 수 있다는 시상에서부터 비로된 것 같다. 이런 사상이 하나의 문화로서 우리들의 일상 관습속으로 면면히 스며들어 오게 된 것이다.이러한 관습적 행위가 또한 의학적으로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증거로는 「마음의 평점을 유지하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