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몇 십 채가 옹기종기 모여 앉은 시골 동네는, 이제 천연기념물보다 귀해진 마음의 고향이다. 한집 건너 한 마리쯤 변견도 반려견도 아니요 그저 고만고만한 누렁이를 길렀다. 그래도 달 밝은 밤이면 제법 조상의 본성을 드러내어, 한 마리가 짖기 시작하면 이집 저집이 뒤따라서, 종내 견공들의 합창에 온 동네가 떠나간다.참다못해 막 짜증이 날 때쯤, “깨갱!”하는 구슬픈 비명소리와 함께 갑자기 동네가 조용해진다. 새벽 밭일 나가려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선잠을 덧 들린 어느 아재가 홧김에 개 옆구리를 걷어찬 것. 그래도 달처럼 희고 둥근 박들이 너 댓개 올라앉은 초가지붕은, 보기만 해도 배부른 우리 민족의 힐링이었다. 제비가 물어온 박 씨를 심으면 착한 사람에게는 금은보화가, 악한 사람에게는 온갖 못된 짐승이 나온다는 흥부전 박타령에서, 우리만의 남다른 기복 사상을 읽는다. 박 타면서 “쌀밥 나와라, 쓱싹” 주문을 외우던 배고픈 민족이었다. 최순실 게이트에 불을 지핀 것은 8할이 언론이요, 그중 8할이 종편(綜編) TV이었으나, 근본은 박대통령 자신이 자초한 일이다. 귀에 못이 박이게 들어온 박타령도, 친박 가박 비박 진박 멀박 반박 등등 끝이 없었다. 국
호주 국립병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치과 대학에서 실습 나온 5학년 학생들을 수퍼바이즈(supervise) 할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생기게 됩니다. 호주 치과대학은 1학년부터 4학년 때까지 학교 치과병원에서 실기와 필기 공부를 마치고 5학년 때에는 호주 여러 지역의 국립병원으로 실습을 나가서 일을 하게 되는데요, 저희 차터스 타워스 병원에서도 비어 있는 치료실 한 개가 있어서 가끔씩 학생을 받아 실습을 하고 있습니다. 몇달 전에는 저희 병원으로 학생을 보내는 치과대학교의 초대를 받고 그 곳 대학을 구경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최근에 생긴 치과대학이라서 그런지 시설이 제가 학교를 다닐 때보다 훨신 최신식 이더라구요. 그래서 호주치과대학 구경 다녀온 사진을 몇장 소개해 드릴까 해요. 한국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서는 1학년이나 2학년 때 실제 환자를 보기 전 ‘Pre-clinic’ 이라는 곳에서 사람모형으로 실습을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이런 연습실이 요즘은 실제 치과의자에서 일하는 것같이 연습할 수 있게 아주 잘 갖추어져 있더라구요. 저희때와는 많이 달라져서 놀랐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닐 때도 그랬지만 연습모형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이빨
국회 탄핵의결과 박대통령 4월 퇴진약속을 얻어낸 7주간의 촛불시위를 미디어는 시민·명예혁명이라고 부르는데, 의결 후에도 “당장 하야하라!”고 외치는 구호는, 그동안 위태롭게 지켜온 국격을 추락시킨다. 하물며 시위대가 헌재의 탄핵심리에 외압을 가한다면, 시민·명예 두 낱말은 떨어져나가고, ‘혁명’ 한 글자만 남는다.국회의 탄핵사유가 일부 불충분해도, 헌재는 성격상 일반 법원보다 탄력적이므로, 인용여부는 간섭 없이 맡기고 수용하자. 외압에 굴복하는 헌법재판소는 존재이유를 잃는다. 남은 동력으로 추진할 일은 병적인 시스템을 바로잡아 미래를 여는 개헌촉구다. 스스로 멈춰 서서 거울을 보라. 구태의연한 정치 못지않은 구태가, 또 하나의 ‘갑 질’인 국민정서 법, 즉 ‘떼 법’이다. 미디어가 앞장서 꼭두각시처럼 군중을 낭비했던 광우병의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 반성하자. ‘탄핵이후’ 제2편 부제가 ‘청와대 스캔들’인 이유는, 재단설립 목적이 명백하고 과거 부정 정치자금에 비해 액수가 작으며 돈을 흥청망청 다 쓴 것도 아니나, 모금과 사용방법이 창피할 만큼 불법이요 졸렬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야권을 포함한 일부 인사들의 걸레처럼 저속한 막말이 더 부끄
다른 나라로부터 원조와 경제제원을 받았던 수여국 위치에서 지금은 다른 나라로 원조를 제공하는 공여국이 된 나라는 한국이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무서운(?) 저력을 지닌 위대한 국민임에 틀림없다. 유례없는 급속한 경제성장의 탓으로 파생되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 또한 만만치 않게 많이 있다. 그중에 가장 심각한 것은 세대간의 사고의 격차가 심하게 발생하여 세대 간의 대화의 단절은 물론이고 어떤 사물에 대해 이해하는 방식이나 해석도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현상이다. 필자의 세대는 수여국의 위치에서 공여국이 되는 모든 과정을 낱낱이 지켜보면서 성장하고 관찰하면서 살아온 세대이다. 그런데 확실히 옛날보다 잘 살고 있는 건 틀림없다. 옛날엔 상상도 못했던 자동차를 집집마다 두고 살고 소풍 갈 때나 삶은 계란 맛을 보았던 달걀을 요즘 애들은 먹지 않으려고 몸을 비틀고 있다. 계란보다 더 맛 있는 게 지천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아직도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휙휙 던지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고, 식당에서나 음식문화에서도 예의를 벗어난 풍경들을 너무 흔하게 접하고 정치하는 사람들의 꼴불견의 작태나
촛불시위가 인명 피해 없이 이어진 끝에, 헌정질서 안에서 탄핵이 의결되었다.전문 시위 꾼이나 불순세력이 선동하여, 민의를 왜곡 이용하고 격렬한 몸싸움으로 끌어가지 못하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이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한 덕분이다. 그 이유 중 첫째는 문제를 제기하고 이끈 주체가, 무슨 연대가 아니라 시민 특히 젊은이가 보고 즐기는 미디어와 SNS 였다는 점이다. 둘째 Jtbc가 태블릿 PC를 발견(?) 보도하자 같잖은 자들의 슈퍼 갑 질에 시민이 격분한 것이 사태의 본질이요, 뿔난 민심에 염장 지르는 무슨 주사·비아그라 등 ‘스캔들’을 계속 방송하여 촛불의 화력에 부채질을 한 것도 미디어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가 고산지대 여행에 거의 필수품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그 사람은 간첩이다. 근엄한 패널이 심야까지 이런 수준의 토론을 방송했으니, 외국 언론의 눈에 어떻게 비쳤을까?셋째, 종심(縱深)이라는 군사용어가 있다. 전투단위마다 병력과 장비의 이동 전개에 필요한 최소한의 폭(幅)을 말하며, 종심이 짧으면 후퇴해서 전열을 재정비한다. 시위대에는 언제 터질지 모를 휘발성이 있어, 경찰도 이에 대비한 여유 공간이 필요한데, 법원은 시위 허가 때마다 청와대까지 거리
특정 음식이나 식당을 소개하는 언론사 기자들이나 각종 포털 등에 글을 올리는 식도락 블로거의 활동 영역은 대개 서울이나 기껏해야 수도권에 국한된 경우가 많습니다. 말로는 지방화 시대라 부르짖지만, 정작 입속으로 들어가는 먹거리는 아직도 중앙에 머물러 있음은 슬픈 일이지요.솔직히 말해서, 요즘은 울릉도만 제외한다면 아무리 먼 제주도나 남해안 일대도 당일 먹거리 여행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사람들은 시도해 보지도 않고 지레 여러 사정을 들어 포기를 합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작고한 정주영 회장이 입에 담고 살았다는 "임자~! 하기는 해봤어?"라는 충고를 해주고 싶은 심정 뿐입니다.30년은 족히 넘었을 듯한데, 여행지를 정하고 그 다음에 주변의 맛있는 집을 찾아보는 것이 일반적인 여행이라면, 저는 맛집을 먼저 정하고 부른 배를 소화시키기 위해 주변 경승지를 돌아보았습니다. 후에 알았지만, 오로지 그 식당에 가보기 위해 여행을 계획하라는 ‘미쉐린 쓰리스타’ 레스토랑의 기준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만, 하루에 네다섯 끼니를 소화해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만 다를 뿐이었지요.이런 여행을 하다보면 불로소득도 만만치 않습니다. 막히지 않는 샛길이나 드라이빙의 참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애 어른이 따로 없다.인기 탤런트도 3개월만 TV에 결석하면 광고 섭외가 잘린다. 그 흔한 오디션 프로그램 방청석은 카메라 한 번 받으려고 ‘오버’하는 관객들의 감격한 (조금 부자연스러운) 표정이 출연진 뺨친다. 심사위원이나 평가단의 멘트 또한 과장과 감정과잉이 다반사요,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종편방송에 토크쇼가 쏟아져 나와, 방송인이라는 신종 직업도 생겼다.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인터넷공간은 전문의 여부를 막론하고 보험 비 급여인 필러나 보톡스 같은 ‘시술(施術)’ 광고로 도배를 했는데, 맨 윗줄에 올리면 대박이지만 광고료 내고나면 수입은 반타작이요, 광고를 내리면 그 순간 클리닉은 적막강산이라고 한다. 남자는 거실에서 정치 담화 화면에, 주부는 안방에서 막장드라마에, 입을 반쯤 벌리고 시선 고정이다. 학생은 길을 걸을 때도 버스·지하철에서도 스마트폰에 머리를 박고 있다. 자율적인 사고(思考)를 잃고 단세포적으로 미디어에만 반응하는 꼭두각시, 아니 ‘좀비의 세상’이다. 고학력·언론매체·인터넷을 통하여 모르는 게 좋았을 일까지 몽땅 까발려지고, 대량생산·공급과잉으로 안락과 풍요에 너무 안일해진 일상, 4차
세계 2백여 나라 중에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몇이나 될까? 현실적으로 국민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선진국으로부터, 수괴의 자의(首魁恣意)에 따라 고모부를 고사포로 박살내는 북한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국가 등급을 가늠하는 항목은 법치(法治)와 정치 민주화 정도·인권의 보장·사회안전망과 보건-복지 수준·양성(兩性) 평등도·부패지수 등 끝이 없는데, 궁극적인 기준은 인간으로서 ‘생명의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삼느냐 여부에 있다.그런 점에서 이념에 ‘몰빵’한 공산주의는 물론, 극단적인 우경화의 나치, 그리고 공리주의의 극치인 신자유주의마저 모두가 낙제다. 중국 탕산대지진(1976)을 돌아보자. 정부는 지진 자체를 21시간 후에야 보도하고, 자력회복을 외치며 외국원조를 거부했으며, 공식 사망기록 24만 2천명(비공식 70만)도 국가기밀로 보도 통제하고 외국인 출입을 10년간 금했다. 공산당의 위신과 무오류성을 지키려고 쉬쉬 덮어서 인명손실을 키웠다.2005년 중국정부는 “자연재해 사망자 수는 더 이상 국가기밀이 아니다.”라고 선포한다. 비로소 인명의 존엄성에 눈을 뜬 것이다. 쓰촨성 지진 때에는(2008; 69,000 명 사망) 학교 건물이 맥없
자본주의의 실용성을 깨달은 등소평은, 공산당이 정권을 움켜쥔 채 서구식 경제운용으로 힘을 기르되, 미국과 맞설 수 있을 때까지는 참고 기다리라는(韜光養晦; Hide Bide) 유지(遺志)와 함께 후계자들을 줄줄이 점찍어 두었다고 했다.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해 고 박태준 포철회장에게 도움을 청할 때, 국력이 막강해진 뒤에도 절대로 한국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이 말을 했다고 한다. 혹시 점지해둔 인물은 후진타오로 끝나고, 새로 시작한 막가파 지도자 1호가 시진핑인가?인구 13억에 50여 다민족으로 구성된 광대한 대륙 국가를 모순투성이인 공산주의 이념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 ‘마오의 신격화’는 필수적인 선택이었다. 죽기 전 마지막 10년간 ‘문화대혁명’이라는 망국적인 대 재앙을 일으킨 마오지만, 공산당 일당독재에 그의 신성(神性)유지가 필요했기에, 등소평은“공은 6이요, 과는 4”라는 기상천외한 해석을 내 세워 반대 세력을 잠재웠다. 그리고 유명한 ‘흑묘백묘(黑猫白猫)’ 논리로, 막후에서 경제성장을 지휘하였다.이러한 실용주의는 백여 년 전 청조의 중체서용(中體西用), 조선말 동도서기(東道西器) 이론과 다를 바 없지만, 이를 관철시킨 것은 등의 카리
옛날 아이들이 배가 아프다고 하면 ‘엄마 손은 약손’ 하면서 배를 문질러 주면 아픈 배가 감쪽같이 나은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엄마 손에서 나오는 자기장 때문에 낫는다고 하지만 그보다 가장 사랑하고 믿을 수 있는 엄마의 정성이 들여 있는 손길이 심리적 안정감을 줌으로 해서 복통이 가셔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때, 엄마 손의 치료 효과는 의학에서 말하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같은 것이다. 실제로는 치료에 아무런 도움이 되는 약이 아닌데도 환자가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믿고 복용함으로서 실제로 증상이 호전되는 현상을 ‘기대효과’ 혹은 플라시보(위약) 효과라고 한다. 플라시보 효과는 아주 흥미롭고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지만 실제로 진료 현장에서 그 효과는 플리시보를 받은 환자가 진짜 약을 투여한 환자보다 더 좋은 결과를 보이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성경에서도 환자가 예수의 옷자락을 스친 것만으로 병이 치유되었다는 대목이 있다. 신앙요법에 의한 치유사례가 소개되기도 하지만 의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고 아마 플라시보 효과 때문에 일시적으로 치유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인간의 마음, 생각이나 기대감으로 인해 생화학적 실제가 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