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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탄핵 의결 이후 1 : 다시 박타령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29>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애 어른이 따로 없다. 

 인기 탤런트도 3개월만 TV에 결석하면 광고 섭외가 잘린다.  그 흔한 오디션 프로그램 방청석은 카메라 한 번 받으려고 ‘오버’하는 관객들의 감격한 (조금 부자연스러운) 표정이 출연진 뺨친다.  심사위원이나 평가단의 멘트 또한 과장과 감정과잉이 다반사요,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종편방송에 토크쇼가 쏟아져 나와, 방송인이라는 신종 직업도 생겼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인터넷공간은 전문의 여부를 막론하고 보험 비 급여인 필러나 보톡스 같은 ‘시술(施術)’ 광고로 도배를 했는데, 맨 윗줄에 올리면 대박이지만 광고료 내고나면 수입은 반타작이요, 광고를 내리면 그 순간 클리닉은 적막강산이라고 한다.  남자는 거실에서 정치 담화 화면에, 주부는 안방에서 막장드라마에, 입을 반쯤 벌리고 시선 고정이다.  학생은 길을 걸을 때도 버스·지하철에서도 스마트폰에 머리를 박고 있다.  자율적인 사고(思考)를 잃고 단세포적으로 미디어에만 반응하는 꼭두각시, 아니 ‘좀비의 세상’이다.


   고학력·언론매체·인터넷을 통하여 모르는 게 좋았을 일까지 몽땅 까발려지고, 대량생산·공급과잉으로 안락과 풍요에 너무 안일해진 일상,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는 계속 줄건만 초고속 재테크가 벌려놓은 극단적 빈부 격차의 그늘.  눌리고 쌓인 불안·불만·분노는 모든 ‘기존의 것(Establishment)’에 대한 퓨즈 없는 TNT였다.  몇 세기에 걸쳐 면역력을 길러온 선진국들조차 21세기의 급박해진 분노를 삭이지 못하여 심하게 동요하는 가운데, 뒤늦게 모든 것을 한꺼번에 겪는 면역력 결핍의 후진사회에서는, 분노가 엄청난 파열음을 내며 폭발하고 있다. 

 인류 보편적 가치마저 부정하는 일부 무슬림 국가의 잔혹상과 내전중인 아프리카 국가의 무차별 살육은 물론 중남미 빈국과 발칸반도도 조용할 날이 없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접미사(接尾辭) ‘exit’가 엉뚱하게 최고 선진국 영국에서 현실화하고(Brexit), 미국의 선거결과는 카드놀이(trump)처럼 상상을 뛰어넘는다.  문화·경제·정치 할 것 없이 기네스북에 오를 ‘초고속 변화’의 상징인 대한민국은 어떤가?


   권력의 정상에 섰던 공주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져 칩거와 자폐(蟄居 自閉)  속에 보낸 세월.  돌이켜보면 사회적인 성장은 그 순간에 멎고, 그 대신에 아집과 불통이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외부와의 유일한 창구(窓口) 최순실은,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구해주는 은인이자 철석같이 의지하는 무당이었다.  최태민을 국무(國巫)로 받들었던 박근혜에게, 그 신통력을 물려받은 순실은 신 내림 받아 푸닥거리를 할 필요도 없었다.  평범한 아낙네라면 가산 거들내고 쫓겨나는 것으로 끝났을지 모르나, 박근혜는 세계 10위권국가의 대통령 아닌가.  사상 최악의 김정은을 상대로 뒤에는 시황제를 꿈꾸는 시진핑과 현대판 짜르의 푸틴이 있어, 어느 때보다 탁월한 외교·안보 역량이 필요하고, 세계가 불황속에서 국민을 먹여 살리기에 올인 하고 있다.  각계의 두뇌를 모아 머리를 쥐어짜도 모자랄 판국에, 70년대에 성장이 멎은 마인드로 주술적인 책사(呪術策士)에게 중요한 결정을 맡기고 있었다니 모골이 송연하다. 

 “성숙한 평화 시위”라는 자화자찬에 불구하고,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섬칫한 구호를 외치고 나선 촛불시위가 일곱 번째를 맞은 12월 9일, 국회는 빅근혜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하였다.  불참 찬성 반대 기권 숫자를 이으면 물 흐르듯 1·234·56·7 이다.  의결서 내용의 평가는 유보하지만, 국회의원들이 보험용으로 ‘인증 샷’을 한다는 공포분위기와 의사당 밖에 포진한 시위대는 ‘옥에 티’다. 

 박자 돌림의 절정판인 ‘압박 협박 겁박(劫迫)’으로 평가절하 당할 수도 있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