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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사드와 북핵과 중국 2 : 누가 배신자인가?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27>


   자본주의의 실용성을 깨달은 등소평은, 공산당이 정권을 움켜쥔 채 서구식 경제운용으로 힘을 기르되, 미국과 맞설 수 있을 때까지는 참고 기다리라는(韜光養晦; Hide & Bide) 유지(遺志)와 함께 후계자들을 줄줄이 점찍어 두었다고 했다.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해 고 박태준 포철회장에게 도움을 청할 때, 국력이 막강해진 뒤에도 절대로 한국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이 말을 했다고 한다.  혹시 점지해둔 인물은 후진타오로 끝나고, 새로 시작한 막가파 지도자 1호가 시진핑인가?

 인구 13억에 50여 다민족으로 구성된 광대한 대륙 국가를 모순투성이인 공산주의 이념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 ‘마오의 신격화’는 필수적인 선택이었다.  죽기 전 마지막 10년간 ‘문화대혁명’이라는 망국적인 대 재앙을 일으킨 마오지만, 공산당 일당독재에 그의 신성(神性)유지가 필요했기에, 등소평은“공은 6이요, 과는 4”라는 기상천외한 해석을 내 세워 반대 세력을 잠재웠다.  그리고 유명한 ‘흑묘백묘(黑猫白猫)’ 논리로, 막후에서 경제성장을 지휘하였다. 

 이러한 실용주의는 백여 년 전 청조의 중체서용(中體西用), 조선말 동도서기(東道西器) 이론과 다를 바 없지만, 이를 관철시킨 것은 등의 카리스마와 추진력이기에, 그는 제2의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다.  이제 시진핑은 ‘중국 몽(夢)’을 실현할 제3의 영웅을 자처하며, 한국의 사드 배치를 장애물 1호로 간주하여, 사반세기 동안 변함없이 협력해온 한국을 배신하고 있다. 


   따지자면 한국도 배신의 전과자다.  6·25 때 양면작전으로 침략자 중국(당시 호칭은 中共)의 배후를 위협해준 자유중국(Taiwan)을 배신하여, 대사를 쫓아내고 중국과 국교를 맺어(1992), 금싸라기 같은 명동 대사관도 넘겨주었다.  미국이 중국과 대사를 교환하고(1979), 중국에게 UN 안보리 이사국 자리까지 준 이상, 피치 못 할 대세였다.  그 후 한·중 양국은 찰떡같은 동반자관계를 유지하여 중국은 경제대국 G 2로, 한국은 세계 11위로 올라섰다.  이제 중국은 도광양회의 탈을 벗고 중국 몽을 외치며 발톱을 드러내려 한다.  너무 조급하다.  첫째, 냉정히 분석하면 중국 군사력은(핵탄두·스텔스기·항공모함 등) 아직 미국의 1/10 도 못된다.  둘째, 세계적인 불황이 아니라도 관치(官治) 경제의 성장은 한계에 왔다.  셋째, 초강대국 문화국민에 필수적인 교양과 자존감, 창의와 자율성 같은 덕목은, 공산당 일당독재의 경직된 체제로는 절대로 갖추지 못한다.  발상전환이 필요한 때다.  무력은 당장 무릎을 꿇릴지는 몰라도 결국은 이웃을 밀어낸다. 

 외국문물에 이끌리는 것은 총칼이 아니라 신뢰와 동경을 바탕으로 한 선진문화의 매력이다.  시진핑이 근육을 불려 주변국을 폭력으로 겁박하고(bullying), 공생을 위한 소프트 파워의 업그레이드를 외면한다면, 이는 시대착오요 초강대국으로 가는 중국 몽과는 역 방향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체코가 관광대국이라고 하지만, 방문·견학·유학을 포함한 교류 총량의 1, 2 등은 역시 미국과 일본이다.


   사드는 분명한 방어무기다.  북핵은 도미노현상으로 일본은 물론 타이완 핵무장까지 유발할 수 있고, 초강대국이 되려면 무력뿐만 아니라 걸 맞는 문화 컨텐츠를 갖춰야 한다.  김정은의 폭거는 광인수준인데, 3대를 빌어먹고 살아온(원유·식량·무기) 김가 왕조에 물주(物主)인 중국이 왜 회초리를 들지 않느냐고, 온 세계가 비난한다. 

 현시점에서 중국이 미국과 정면대결 할 필요도 없고 능력도 달린다.  이런 사실들을 모를 리 없는 시진핑이, 혈맹 타이완을 배신해가며 우의·협력을 다져온 한국을 일방적으로 겁박하고, 국제관례까지 어기며 막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