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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다사다난 (多事多難)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58>

 

    송년회 인사말의 화두는 어김없이 ‘다사다난했던 한 해’다.  금 수저·흑 수저 가릴 것 없이 인생은 고해란다.  일찍이 인도 가비라성 왕자의 출가로 증명된 사실이다.  연말에 스스로를 되돌아보니, 지난 한 해 어지러운 삶의 궤적들이 새삼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계유년(癸酉; 1993) 말에 칼럼 “닭의 해를 보내며”를 썼다.  YS가 ‘역사바로세우기’로 율곡비리·실명제·하나회 등 토종닭 마당 파헤치듯 하더니, 국민소득 2만 달러 대통령이 되려는 집착으로 IMF를 끌어들여, 취임 초 83%이던 지지율을 6%로 까먹고 파산했다.  계유정란(단종원년: 1453)은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하려고 황보인·김종서 등 원로대신들을 척살한 사건으로, 조선을 멍들게 한 성리학 교조주의와 매관매직의 시작으로 기록된다. 

 2005년 을유년에는 ‘참여정부’에서 검찰조사를 받던 거물급 인사들이 줄줄이 자살하였다.  대통령은 자신만만했으나, 10·26 재선거에서 여당후보 23명이 전패하였다.  기적적인 소생은 다음 해에 보인 생즉사(生則死) 사즉생의 묘기, 탄핵정국 덕분이었다.  빈사상태의 여당이 던진 구타유발의 미끼를, 야당이 덥석 물은 것이 패착이라는 야릇한 해석도 있다.  여하튼 닭발처럼 파헤치던 을유년도 결국은 비극으로 끝났다.


    육공 들어 세 번째 닭띠 해에 등장한 것이 ‘적폐청산’ 굴착공사다.  이른바 농단 당시 여고생이던 정유라가 정유년에 된서리를 맞았다.  그러나 당시 미성년의 당자에게 대학은 물론 여고학력까지 말소하고, 간난 아기엄마를 체포해가는 우리 사정당국을, 체류국 독일이나 덴마크는 어떻게 볼까?  결과적으로 농단이라면 무당 진령군과 그 점괘에 놀아나 국고를 탕진한 민비 정도만 알고 있는 국민을 크게 깨우쳐준 고마운(?) 사건이다.  그러니까 탕진한 자금을 찾아 극비사항인 국가정보원 특수 활동비까지 이 잡듯 뒤지지 않는가?  007 본드의 이언 플레밍은 로이터·런던타임스의 모스코특파원과 해군정보국 요원이었고, ‘오데사 파일’의 프레더릭 포사이스도 MI6(영국 비밀정보국) 요원이었다고 한다.  경력과 면밀한 자료수집으로 미루어보아 최소한 소설의 설정만은 신뢰도가 높은데, 허구·과장을 감안해도, 예산을 물 쓰듯 하는 정보활동의 특성이 엿보인다. 

 정보는 항상 돈과는 반대방향으로 흐르므로, 냉전시대의 정보예산은 자체가 비밀이요, 하물며 분단국가이랴.  그래서 상당부분을 행정 각 부처에 위장 편성하고, 부처는 ‘특수 활동비’를 정보예산에 숨겨두는 ‘예산편성기법’을 썼다고 한다.  지출보고서에 “인질 구출을 위하여 정보제공자에게 30억 원, 인질범에게 5백억을 지불함”이라고 쓸 수 있는가?  정보공작금이나 대통령·각 부서장의 위로금·격려금이 몽땅 사라지는 이상사회가 목표일 수는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어쩔 수 없이 상당부분을 가려둬야 한다.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사람을 설득하고 포용하여 점진적으로 실현하지 못하고, 강요·강압하는 자들을 교조 또는 근본주의자(Dogmatist·Fundamentalist)라고 한다.

 호메이니 세력과 탈레반은 IS라는 무차별테러 괴물로 진화하였다.  통일은 우리의 소원이다.  그러나 MB와 GH 사이도 그리 좋지 않아, “아군끼리 왜 이래?”하던 ‘자원외교’ 굴착은 성완종 자살까지 갔다.  여당도 ‘가야굴기(屈起)’를 통하여 소수가 다수를 포용하려 애쓰지만, 갈 길이 멀다.  걸음마를 떼야 뜀뛰기를 하지, 정당 안에서도 으르렁대면서, 감히 통일씩이나...  칼럼 ‘닭의 해를’의 마무리는, “오는 갑술년은 뼈다귀 어르는 누렁이처럼 끌어안는, 눈 온 날 강아지처럼 신나게 뛰는 한 해가되기를, 그래서 링컨의 ‘대사면과 재건’처럼 대화합과 재도약으로”였다.  파헤치기보다는 화합으로 가자.  부디 무술년은 다사다난하지 말기를...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