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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왜 인간들만 이(齒)를 닦는가?

[최상묵의 NON TROPPO]-<61>


이를 닦는 일은 본시 구강질환(치아우식, 치주질환)의 예방 목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몸을 깨끗이 하는 의식으로부터 관행되어 온 것이라 한다. 중국 송시대 승려들이 막대기 모양의 나무를 이쑤시개처럼 만들어 이를 닦았다고 한다. 그 근원은 인도의 칸타카시타(이쑤시개)에서 찾을 수 있다. 석가는 심신을 깨끗하게 하는 것을 불법의 기본이라고 가르치며 이쑤시개를 사용해서 구강 내 치아를 깨끗이 함을 매우 중요시 했다. 승려의 하루는 이른 아침 입을 가시며 갈증을 제창하면서 이쑤시개를 사용하는 것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모든 중생이 맑고 깨끗한 불도를 향해 참화하고 번민의 괴로움과 슬픔에서 벗어나 해탈하려했으며 참선의 소리를 반복하면서 이쑤시개를 사용해 이를 닦고 헹구어 청정케하는 행위가 이루어졌다. 道元의 正法眼藏」
이 닦기는 종교적인 의미로부터 시작된 것 같기도 하다. 입안을 깨끗이 하는 것이 곧 심신의 평정, 온전한 부처의 상태에 몰입할 수 있다는 시상에서부터 비로된 것 같다. 이런 사상이 하나의 문화로서 우리들의 일상 관습속으로 면면히 스며들어 오게 된 것이다.
이러한 관습적 행위가 또한 의학적으로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증거로는 「마음의 평점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는 신체의 자율신경계, 면역계의 생리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증명되고 있음을 볼 때 「이닦기」는 단지 입속의 치태를 제거하는 행위를 벗어나 마음과 몸전체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주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면 과장된 표현인가?

그러나 치과의사나 일반 사람들은 이닦기의 의미를 단순히 구강질환의 예방의 목적으로만 한정지어 버리려는 경향은 잘못된 인식이 될 수도 있다. 이닦기를 구강 내에 단순한 세균학적 현상에니 병리학적 현상의 시각에서만 함몰되어 그 원인만(세균) 제거하면 곧 치료 예방이 되며 그것이 곧 건강으로 이어진다는 단편적인 발상으로 환자를 돌보는 것은 지나치게 방법론을 중요시하는 현대의학의 맹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나친 이닦이 강조는 국소적인 병리현상에만 편중함으로서 환자의 생활리듬이나 정서에 따라 변화되는 타액(침)의 분비양이나 질(質) 등의 구강내의 특수한 적응의 생리를 교란 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야 할 것이다. 건강이란 원인만 제거하면 달성되는 단순한 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질병의 치료는 인간의 전체적인 것 즉 인간을 형성하고 있는 본질적인 것에 접근하는 치료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충치예방을 위해 초콜릿이나 달콤한 사탕, 과자의 섭취를 줄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신경질적으로 음식을 금지시키는 것도 오히려 좋지 않다. 과자의 단맛을 즐기는 일은 오히려 타액분비를 촉진시키고 단맛의 즐거움은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기도하기 때문이다.
달콤한 과자는 아이를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과도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아이들은 단순히 입으로만 과자를 맛보고 있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치주병은 만성질환이다. 매일의 생활양식과 관련되어 일어나는 질병이다. 치주병의 예방은 단순한 이닦는 행위보다는 생활양식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더 중요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 몸에 일어나는 노화, 호르몬 분비의 변화, 면역기능의 감퇴, 정신적 스트레스, 생리적과로 수면 부족 등의 일상 생활의 여러 가지 몸의 변화가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치태(plaque)를 제거한다는 행위만으로는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를 닦는 이유와 어떤 방법으로 이를 닦는가 하는 일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닦기의 진정한 뜻은 자기 자신의 이닦이 행위를 통해서 일상의 생활의 안정과 평정을 유지함으로써 성숙한 인간으로서 성장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가 찾는 노력의 일환이다. 때문에 동물들은 이닦기를 하지 않는데 오직 인간만이 이닦이를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