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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나라의 탄생 1: 미국의 건국과 롤 모델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21>

 

   황석영 작가가 김일성을 을지문덕·세종대왕·이순신에 비한 것은 판단착오다. 

 첫째 세 분 중 누가 민족상잔의 전쟁을 일으켜 전국을 초토화하고, 3백만 사상자와 천만 이산가족을 낳았는가?  둘째 휴전 당시 소득은 북한이 훨씬 더 높았는데, 위대하신 백두혈통 70년 통치 아래 지금은 거꾸로 40배, 이 천문학적인 역전을 어떻게 설명하나?  셋째 서방진영의 봉쇄와 경제제재를 탓하지만, 바깥세상의 자유와 풍요(자신의 무능)를 인민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국경을 물샐틈없이 봉쇄한 것은, 바로 김일성이다.  넷째 남한사정을 꽤 안다는 소위 엘리트들이, “남한엔 웬 자살이 그리 많으냐?”며 자본주의의 각박한 경쟁사회를 비난한다.  부채와 빈부격차, 실업과 자영업자 몰락 같은 문제는 글로벌 현상이요, 중국이나 브라질은 물론, 장차 인간처럼 먹고 살게 되면 북한도 겪을 문제다.  “너도 어른이 되면 알게 된단다.”

 철조망에 갇혀 사육당하는 가축이 자살을 하던가?  생활(live)이 아니라 생존(exist)하는 동물이 본능에만 충실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처럼 제나라 인민을 굶기고 주변국에 테러와 핵 공갈 등 해를 끼치는 무리는 인류의 공적이다.  낡은 이념에 천황제를 접목한 IS(이슬람국가)급 폐쇄사회에 매몰된 지 어언 70여년, 무지로 인하여 저지르는 만행을 박멸할 수도 없으니, 스스로 깨닫도록 조금씩 국제사회로 끌어내야 한다.  인민을 속이면서 군림하는 수뇌부를 역사적인 영웅으로 치켜세워 아부하는 행위는, 민족의 불행과 고통을 연장시킬 뿐, 한반도 통일이나 평화정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역사를 보면 대략 2백 년 정도를 주기로 물갈이하는 국가가 활력을 유지하였다. 

 전주이씨가 왕씨의 국권을 빼앗은 역성(易姓)혁명이 분명한데, 이씨조선이라는 이름을 특수한 사관(史觀)으로 금기시하는 건 이상하다.  어쨌든 새로운 가치관을 내걸고 출발한 조선조가 꼭 2백년 만에 임진왜란으로 발칵 뒤집힌 것은, 민족의 비극이요 재앙인 동시에 고인 물을 뒤집을 자체정화의 기회였다.  말세적인 암군(暗君) 선조를 뛰어넘어 개혁과 자주·실리외교를 펴려던 광해의 좌절은, 역사의 후퇴로서 실낱같은 희망을 날려버렸다. 

 이후 3백년, 영정조의 반짝 희망도 허사로 부끄러운 역사 속에 중병을 앓다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일본제국의 군화에 짓밟혀 식민지로 전락하였다.  통일신라·왕건·이성계의 ‘나라 만들기(Nation Building)’라는 자랑스러운 성취를 깡그리 잊고, 국정 추진과 쇄신의 동력을 상실한 것이다.

 

   전제군주국의 계급사회에서, 굶주림을 면하고 종교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건너간 유럽 이민들은, 온갖 어려움과 굶주림 속에서 신천지를 개척하였다 (제임스타운 1607년).  대표파견도 못하면서 일방적인 중세 부과에 분노한 식민지 주민은, 드디어 일어나(1776년) 힘으로 독립을 성취한다. 

 성문법을 갖춘 최초의 민주주의 공화국으로 국가의 틀을 짜는 데에 13년이 걸렸다 (대통령 선출: 1789).  제1차 대륙회의(1774)로부터, 느슨한 13개 주 연합체로, 다시 상·하원 연방헌법 발효(1788)로 중앙정부를 갖추고 수정헌법 10개조로 기본인권을 보장하는 권리장전의 완성까지는(1791) 꼬박 17년이다.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남북의 이견과 연방주의 파 대 주권(州權)파 사이의 갈등이 증폭, 노예해방을 둘러싸고 내전으로 번진다.  인구 3%인 103만 명의 사상자를 낸 남북전쟁 중 연방정부의 힘은 더욱 강화되어, 80여년 만에 미합중국 ‘제2의 건국’은 완성된다. 

 이후 미서(美西)전쟁과 양차 대전의 담금질을 통하여 세계 최강 자유민주국가로 성장한다.  간략하게 살핀‘건국의 롤 모델’ 미국이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