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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다재다능한 예능인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19>

 

    21세기의 화두는 불신·불행·분노·증오·테러 등 부(負)의 감정을 소비한다.

 대중문화를 지배하는 방송가도 막말·비 호감·막장드라마가 대세다.  황금의 손 ‘김수현 드라마’도 도중에 횟수를 줄인다.  아기자기한 스토리, 청춘남녀의 오글거리는 사랑, 삼대가 주고받는 무뚝뚝한 대사 속에 숨은 끝 모를 희생과 가족사랑...

 모두가 우리 전통사회를 끈끈하게 얽어주던 청실홍실이요, 민족의 저력을 한데 묶어준 접착제였다.  이제는 세상만사 돌아가는 일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니, 불륜과 패륜으로 치닫는 막장이 아니고는, 약 팔리는 ‘구경꺼리’가 되지 못 한다.

 뺨 싸대기 왕복은 기본이요, 컵의 물을 얼굴에 끼얹고 두 무릎 꿇리기는 악수보다 흔한 싸구려 몸짓으로 자리 잡았다.  막장도 “갈 데까지 가보자.”로 경쟁이 치열해지니, ‘회까닥’하는 작가가 나오고, 차라리 ‘동물의 왕국’을 보겠다며 한탄을 한다.  그냥 다큐멘터리는 밋밋하니까, 애초에 소통과 화해의 토론문화가 낯 설은 제작진은, 토크쇼와 오락게임의 중간쯤에 ‘예능프로’를 개발힌디.

 

   본래의 뜻과는 달리 코미디언·개그맨이 대종을 이루는 예능인 중에, 미남형인 신동엽·차태현·이휘재씨도 있지만, 대체로 비 호감이 더 많다.  이리저리 치이고 밟혀 뒹굴다가도 벌떡 일어나, “아이, 형님 왜 이러셔”하며 달라붙을 것처럼 만만하고 착해 보이는 유재석씨가, 갤럽 조사에서 부동의 1 위란다.  비 호감 예능인은 그리 곱지 않은 인상에 막말·비속어를 섞어 반말 짓거리로 호통개그를 일삼는다. 

 막장드라마보다야 낫지만 밝고 건전한 프로그램이라고 박수를 치기도 좀 그렇다.

 “비 호감 캐릭터 모두 모여! ”로 뭔가 보여주려던 예능프로 ‘나를 돌아봐’가 일찌감치 짐을 쌌다.  시작부터 카메라 앞에서 못 볼꼴 을 보인 조영남·김수미 두 분 탓인지 여부는 의견이 제각각이겠지만, 조영남씨가 예능인 중 비 호감에 들어가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의 지식과 재치와 순발력은 분명히 예능인 중 상위 10%에 들어간다.  다소 어눌한 말투도 플러스가 되는 세상이다.  그러나 ‘낭만논객’에서 김동길·김동건씨와 나란히 앉으면, 바닥이 금방 보인다. ‘나를’에서는 분노조절을 배우고, ‘낭만’에서는 높은 학식과 아나운서 반백년의 내공 사이에서 나만의 위치를 찾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팬들이 조영남씨에게, ‘서울음대 출신’이라며 한 팔 접어줬지만, 졸업은 모르되 ‘중퇴’를 출신이라고 부르는 것은 애매하다.  구태여 아무도 묻지 않을 뿐이고 앞으로도 따질 생각은 없지만, 정말로 아쉬운 것이 프로정신이다.  아무리 고운 미성에 좋은 가창력을 갖췄더라도, 무대에서 ‘연습부족’을 들키면 안 된다.  “하루 연습을 안 하면 내가 알고, 이틀 안 하면 반주자가 알며...”라는 말은 진리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수사로 게으름을 감출 수는 없다.  

 워낙 다재다능하여 화가와 가수를 겸했다는 화수(畵手)는, 실은 그냥 가가(歌家)가 아닌가?   게다가 예능까지...  “진짜인 듯 진짜 아닌 진짜 같은 너”라고나 할까. 

 아무리 박학다식하다해도 인간의 뇌가 팩트를 무한대로 저장하는 인공지능을 이기지 못하고, 3-D 프린터를 따를 데쌩이 없으며, ‘복면가왕’에서 보듯 가수도 장르에 따라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인간적인 ‘다재다능’이요, 조영남씨가 그림·노래·예능의 세 분야에서 모두 뛰어난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문제의 초점은 “최선을 다했느냐”가 아닐까?  리허설을 위해 피를 토하며 연습하는 가수, 수백 점의 습작을 거쳐 완성하는 한 점의 그림, 예능프로에 출연을 앞두고 밤새워 준비하는 자세 등등...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데...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