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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분노 6 : 마무리와 여담(餘談)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116>

 

    인류가 서있는 대지가 들끓는 마그마 위에 떠도는 부평초 신세임을 금년처럼 절감한 때가 없다.  총선에서 여당은 지 승질을 못 이겨‘자 뻑’을 하고, 제 차례를 맞은 미 공화당에 막말의 달인·미국 판 허경영(?)이 돌출하여 선두주자가 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그렇다 쳐도, 미국·유럽연합의 두 경제공룡이 출구를 찾지 못하여, 경제학교과서 비틀기로 몸부림을 친다.  이슬람 국가(IS)의 테러는 계속 난민을 양산하고,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는 인간의 미래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개발도상국에는 비상이 걸렸고. 전 세계 제조·유통 의 공장인 동북아 3국이 휘청거린다.  이 모든 현상의 배후와 결과에 막장드라마처럼 들끓는 ‘분노의 저주’ 가 어른거린다.  “분노의 해법은 나와 내 가족으로부터”라는 의미에서 대전고등법원 소식지에 기고했던 ‘2월의 단상(斷想)’을 소개한다.

 

  - 집에서 S 설렁탕까지 allegro non troppo로 걸어 25분 걸린다.  지난 X마스에 그렇게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대덕대교에서 발이 멈췄다.  38년 만에 찾아왔고 날씨가 맑아야 만날 수 있으며 앞으로 19년은 지나야 또 온다는 유난히도 크고 밝은 슈퍼 문...   아내와 함께 우성이산 중턱까지 한 시간 가량 달구경을 했다.
 덕분에 슈퍼 독감에 걸려, 둘이서 담요를 뒤집어쓰고 훌쩍거리며 연속극을 보는 즐거움(?)도 누렸다.  달력은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음력의 보름과 양력의 크리스마스가 겹치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고 한다.  세계 어디서나 달력은 육안으로 관찰하기 쉬운 달을 기준하여 음력으로 시작되었다.  농사와는 잘 안 맞아 고민하던 카이사르는, 클레오파트라와 보낸 꿈같은 8개월 동안 선진국 이집트의 태양력을 배워 로마에 널리 펼친다.  한 해는 춘분이 들어있는 전쟁의 신 마르스로 시작하고 한 달 30일에 일 년은 열 달, 나머지 60일은(현재의 1, 2월) 이름도 없었다.  가는 해 오는 해를 모두 살펴보라는 양면 신과(Janus), 한 해 농사가 시작되는 첫 달인 3월 축제를 앞두고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라는(februare) 뜻에서, January·February가 추가되었다고 한다.

 - 2월 8일은 민속의 날로부터 복권된 우리의 명절 ‘설날’이다.  연말연시에 송년회·신년교례회·종무식·시무식 등 정신없이 보내는 일정에 비하여, 설날은 나흘을 쉬면서 지난해를 성찰하고 새해를 설계하기에 꼭 알맞다.  로마인들이 축제와 새해농사에 앞서 심신을 정화하던 2월 아닌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마지막 기회라는 말처럼, 새로운 꿈을 하나씩 만이라도 계획해보자.  또 한 가지.  김형석 교수는 가장 되돌아가보고 싶은 시절을 65-75세라고 말했다. 자식 키워 내보내고 빈 둥지에 남은 부부의 정이 새록새록 쌓여가는 황금의 시기다.  부부가 다투어도 단 일분씩만 세 번을 참으면 이혼법정에 설 일도 없고, 무덤까지 함께 갈 동지를 얻는 투자이며, 노후에 10년이 보너스로 따라온다.  부부 간 뿐일까?  매사에 감정이 격해질 때에 천천히 열을 세어보는 습관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니, 새해설계 끝자락에 끼워 넣는 것도 좋겠다.  분노조절장애 퇴치법도 될 것이다.  부디 그렇게 행복하고 평화로운 한해가 되시기를 바란다.     - 2016 병신년 2월 설날에.

 

   분노는 인화성·전염성·폭발성이 모두 강하다.  화재(火災)의 초기 진화처럼, 한 사람 또는 한 가정으로부터 다스리고 마무리해야 한다.  큰일을 도모하려면 작은 일부터 최선을 다 하라는 격언처럼, 전 세계·전 인류의 분노가 화산처럼 폭발하는 재앙을 막는 일도, 해답은 결국 나 하나 내 가정에 달려있는 것이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