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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분노 2 : 분노 다스리기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12>

 

   자본주의는 성숙할수록 자체모순으로 무너지고 무산대중(도시빈민·노동자)이 지배하게 된다는 공산주의 이론은 한참 빗나갔다.  비록 시차(時差)의 진통은 컸지만, 인간의 얼굴을 가진 서구자본주의는 자유의지에 기반 한 자체보정을 통하여 스스로 개선해 나갔다.  오히려 자본주의의 싹도 틔워보지 못한 채 국민 90% 이상이 농노(農奴)요 문맹이던 러시아에서, 소수의 자칭 엘리트에 의한 유혈혁명으로 최초의 공산국가가 탄생한 것은 아이러닉하다. 

 모순을 덮으려고 가상의 적을 조작하여 인민의 ‘분노’를 부채질하고, 인민을 외부와 격리한 채 계속 속이려니까 팽창주의를 통하여 울타리(철의 장막)를 보강한다.  이차대전 후 동구위성국가와 북한정권 수립이 좋은 예다.  상대적으로 미개한 러시아가 만든 모순투성이의 체제를 선진국에 수출한다는 것은 시작부터 무리였고, 골병이 든 소련에게 레이건 대통령의 카우보이식 블러핑 ‘별들의 전쟁’은 신의 한 수였다. 

 전후(戰後)에 영국의 성난 젊은이(Angry Young Man)들은 출구 없는 노조 천국 ‘영국병’을 만들었다.  1979년 수상에 취임한 철의 여인 대처는 이를 잘 수습하고, 영국의 최전성기였던 산업혁명과 빅토리아시대를 평가절하하려는 좌파학자들의 기도를, ‘역사논쟁’ 및 역사교육 국정 화를 통하여 무산시킴으로서, ‘영국병’을 치유하였다.  밖으로는 포크랜드를 지키고 레이건 대통령과 합작하여 소련해체를 성취하였다.  때마침 북해 석유개발이 가져온 경제적 과실도 1990년 까지 수상 3기연임에 큰 도움이 되었다.

 

   자본의 무한질주에 대한 사회적 분노는, 대안(代案)을 자처한 공산소련의 실패와, 노동법 개선 및 반독점 법 등 체온 있는 자본주의로 대처한 영·미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다스려졌다.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허구가 만천하에 드러나고, 영국병은 치유된 것이다.  다음으로 이슬람의 분노는 제3자가 개입할 수 없는 신정일체(神政一體)와 종파 갈등 및 시민교육 부재라는 내재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결국 아랍과 이스라엘의 영구평화가 달성된다 하더라도, 더 큰 숙제가 거대한 마그마로 남는다.

 다만 탈출구 없는 분노로 들끓는 전 세계 젊은이들을, 소위 핍박받은(?) 무슬림의 지하드 전사로 악용하는 만행은, 반드시 차단해야할 시급하고도 필수적인 과제다.

 

   현 세계를 리드하는 구미 선진국 젊은이들 가운데 ‘성난 청년들·성난 새들’로 잠재해오던 분노는, 극심한 불황 및 청년 실업률에 대한 항의로서, “We are 99%”라는 슬로건을 내걸은 월가(街)의 시위로 타올랐다 (2011. 10).  2000년대 초 미국에서 IT 붕괴와 911 테러, 아프간/ 이란 전쟁 등 경기가 악화되자, 경기 부양책으로 초 저금리에 서브모기지론까지 동원하여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  2004년 저금리 정책이 종료되고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저소득층이 원리금을 못 갚자, 파생금융상품의 실패로 리먼 브라더스까지 파산(2007. 4)하여, 결국은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으로 이어진 것이다. 

 중국이 생산기지역할을 맡아 잠간 숨을 돌렸을 뿐, 이어 유럽 난민사태까지 얽히자, 약한 그리스의 퇴출(그렉시트)에서 영국의 탈퇴(브렉시트)까지 운위되고 있다.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반짝 재미를 본 미국 또는 일본의 극약처방 양적완화(QE)가 실험 단계에 있지만, 정답은 여전히 찾지 못한 채, ‘분노’는 전 세계에 창궐하고(Pandemic) 있다.  1%에 해당하는 월가의 탐욕은 실패해도 공적자금으로 고배당과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인공지능과 같은 정보의 편중으로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경우, 이에 열 받은 99%의 분노가 어떻게 폭발할지는 예측을 불허한다. 

 이 다스릴 수 없는 분노를 최대로 이용하는 미국의 트럼프나 필리핀의 두테르테 당선자는 그 예고편 일뿐이다.

 

 * 실체가 없는 파생상품 따위의 재테크는, 마치 거대한 피라미드 식 판매조직처럼, 회전이 멈추는 순간 모두가 빚더미 위에 올라앉는 유령상품은 아닌지.  혹시 계속 부풀다가 어디쯤 가면 뻥! 하고 터지는 괴물 풍선?  설계자 자신도 답을 잘 모르는 수수께끼?
 ** 이 글에서(2016. 5. 11. 탈고) 언급한 Brexit는 이미 현실화되었다(6. 23.).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