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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강남역 10번 출구와 분노조절 장애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10>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김형경씨에게 제1회 국민일보 문학상을 안겨준 감동적인 소설 제목이다(1993).  그러나 부엉이·뻐꾸기·꾀꼬리는 울음소리를 흉내 내어 사람이 붙인 이름일 뿐, 그 새의 ‘인식(?)’과는 관계가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표현이 쌓이면서 인간의 감성세계는 더 풍성해지고, 그것이 바로 문학의 힘이며, 인류에 대한 시인·소설가의 기여다. 

 “발칙한 서술형 제목 뽑기”는, 눈을 끌려는 잔재주가 아니라 깊은 사유의 샘에서 길어 올린 ‘의제 설정’으로, 작가가 사랑받는 이유의 하나다.  그러나 J 일보에 연재중인 칼럼 “남자를 위하여”를 읽으면 가끔 피로감을 느낀다.  ‘위(爲)’하여가 ‘위(威)’가 되어, 남성을 미성숙·관음증·폭력과 공격성 및 나르시시즘의 대명사로 읽고, 그로부터 피해 입은 여성의 억눌린 분노(Pent-up Anger)를 대변하려고 발톱을 세운 전사(戰士)로 보인다. 

 

   칼럼에서 지적한 남성의 죄목(?)을 보자.  첫째, 남성 우월적 행태는 대부분 남녀 구별을 떠나 사회적 역할에서 비롯한다.  엄혹한 생존경쟁에서 생계(生計)책임자가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는 자기최면이나, 가정을 지키고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동물적인 방어기전의 산물이다.  약점을 감추고 위세를 과시하려는 몸부림이다.  둘째, 여성비하의 관습은 역사와 전통의 잔재다.  멀리 갈 것 없이 종교를 보자.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들고, 여성에게는 사제서품을 하지 않으며 부처도 되지 못한다.

 무슬림은 여전히 히잡을 씌우고 여성할례(割禮)·명예살인이 남아있으며, 코란은 마누라 패는 방법까지 가르친다.  프랑스 여성의 참정권 역사는 80년이 채 안 되며, 산업혁명·자본주의·민주주의 선진국의 선도로 진행 중인 여성의 지위향상과 양성평등은, 아직 미완성이다.  셋째, 생물학적 힘의 문제다.  최대 30% 이상 벌어지는 근골 즉 체격과 완력의 차이는 근본적인 것이므로(Fundamental), 이를 일상 무기로 전용(轉用?)하지 못하도록 민주시민 교육을 받는다. 

 선진국에서 가정 폭력을 더욱 엄하게 규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며, 매 맞는 남편도 있다는데 사회성이 떨어지는 일부 정신장애자를 전체 남성으로 확대하여 비난하는 것은 곤란하다.  작가는 극도로 제한된 화두와 마감 시간에 쫓기면서, 마치 정통 권투선수의 MMA(이종격투기) 체험처럼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전 남성에 대한 ‘인식 장애’에서 오는 오(誤) 조준된 분노의 표출로 보고 싶지는 않다는 뜻이다.

 

   강남역 10번 출구의 ‘묻지 마 살인’에 대한 뒷담화가 무성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먼저 프로파일러의 진단(조현병 환자의 피해망상에 의한 살인)을 발표한 경찰의 행동은 잘한 일이다.  범인에 대한 사법적인 판단에 악 영향이 없을뿐더러, ‘카더라’에 의한 흉흉한 여론의 확산을 막는 데에 일조를 한 것으로 본다.

 정신분열증(Schizophrenia)의 병명을 조현병(調絃病)으로 바꾼 것은(2011), 정신과가 정신건강의학과로 된 것처럼, 환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을 피하자는 뜻이다. 

 범인의 병력(病歷)이 뚜렷이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사건을 뭇 남성의 여성혐오·멸시로 몰아가는 분노조절장애는, 현을 고르지 못하는 조현증과 별로 다르지 않은 ‘인식 장애’ 아닌가?   타깃이 남성에서 조현병환자로 옮겨 가는 것도 새로운 문제의 시작일 뿐이다.  가뜩이나 분노로 부글부글 끓는 세상에, 크고 애석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SNS 악플과 막말 스티커로 도배를 하며, 추모·치유는커녕 불난 집 부채질로 분노에 한 몫 보탤 일 있는가?  이성을 찾고 사건을 좀 더 냉정하게 보자.

 그리고 상급자 또는 성인의 미성년자에 대한 성 폭력처럼, 여성과 노약자를 노린 계획범죄가 명백한 경우, 이를 가중처벌 하도록 법에 명문화 하자.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