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 맑음동두천 20.8℃
  • 맑음강릉 24.9℃
  • 맑음서울 21.6℃
  • 맑음대전 21.4℃
  • 맑음대구 25.2℃
  • 맑음울산 19.6℃
  • 맑음광주 22.3℃
  • 맑음부산 19.5℃
  • 맑음고창 20.8℃
  • 맑음제주 20.9℃
  • 맑음강화 17.0℃
  • 맑음보은 21.8℃
  • 맑음금산 21.3℃
  • 맑음강진군 23.0℃
  • 맑음경주시 25.1℃
  • 맑음거제 19.8℃
기상청 제공

임철중 칼럼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09>

 

   채식 전도사 이상구씨가 우유도 먹지 말라던 때가 있었다.  TV를 온통 뒤덮은 그 주장에, 거의 전 국민이 최면상태에 빠져 육류소비가 급감했는데, 정작 가장 큰 피해자는 농민이었다.  구은 고기에 파 절이와 찜장과 마늘을 얹어 상치에 싸먹던 건강식을 버리자, 야채재배 농가의 판로가 막힌 것이다.  채식과 소식이 맑은 정신과 장수를 선물할지는 모르나, 연로한 고승(僧)이 기력이 쇠하면 진한 고기국물에 죽을 쑤어 공양을 올린 관행을, 알만 한 사람은 다 안다. 

 성장기의 아이들과 병약한 노인, 그보다도 올림픽 메달을 따려면, 동물성 담백질이 필수임은 분명한 사실 아닌가?  당시 농가와 국민건강은 Dr. 리의 편향된 채식예찬론에 유탄을 맞은 부수적 피해자였던 셈이다.  먹방의 물결을 타고 갑자기 떠오른 판단력 없는 셰프의, “설탕·MSG·정크 푸드는 몸에 해롭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해로우면 깐깐한 미 식약청·소비자단체가 가만두었을까?  경계대상은 편식과 과량 섭취일 뿐이다. 

 

   우로 돌려 3, 좌로 5, 다시 우로 10...  다이얼 식 열쇠 번호인가?  2015년 3월 국회를 통과하여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금년 가을부터 시행될 소위’김영란 법’이 정한, 처벌 면제 상한선인 식사대접 3만 선물 5만 경조사 부조금 10만 원을 말한다.  경조사 부조는 “묶어주셔서 감사합니다.”하는 사람도 많으니 그냥 넘어가자.  ‘조용하게 가족끼리 결혼’과 ‘집에서 임종하는 장례’가 늘어가는 추세이니까.  국민의 장수·고령화와도 관계가 있다.  다음으로 식사대접 3만원은 참으로 답답하다.  한우는 서울·대전·평창 순으로 150에서 200 그램까지 1인분 4, 5만원에 테이블차지가 붙으니 꿈도 못 꾸고, 저녁 뷔페나 일식집은 말 할 것도 없다.  

 서울서는 찾기도 힘든 가정식 백반집이나 분식센터, 칼국수 집 두부 두루치기에 소주 한 병이 고작이다.  끝으로 선물 세트 5만 원에 대해서는 5월 12일자 조선일보를 인용한다.  25만 원 한우등심 세트를 5만 원에 맞추면 578g 한 덩어리요, 24만 원 굴비 열 마리는 2마리가 된다.  기껏 선물을 하고도, “장난 나랑 지금 하냐?” 고 욕먹기 십상이다.  인삼·대추·곶감도 아슬아슬 하다.  적용대상이 공직자·사립학교 교사·기자까지 3백만 명에 달하여 매출 손실 8천억을 예상한다니, 농수산인구가 직격탄을 맞는다.  또다시 부수적 희생자를 양산하고, 어려운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대전고등법원 조정위원회의에서 인사를 했다(2003).  말수가 적고 신중하되 내용파악이 민첩한 수재라는 첫인상이었다.  다음 해 7월 몇 가지 기록을 깨며 8년 선배들을 건너뛰고 대법관으로 영전하였다.  법대 졸업 후 1, 2년 안에 사시에 합격하면 수재라는데, 서울법대 3학년 때 소녀(?)등과(登科)하고 군복무가 없으니, 6년 더하기 여성 배려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대학·사시선배인 강지원씨는 외조를 위하여 검사직을 그만두고 청소년·여성의 인권변호사로 활동하였다.

 김 대법관도 퇴임 후 전관예우 시비를 벗어나 변호사를 개업하지 않다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던 2012년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을 제안하였다.  KS 마크에다가 동서화합의 상징인 부산과 완도 출신 두 수재(강 변호사는 1972 행시-1976 사시에 수석 합격)의 흠 없는 경력에 비추어, 부패의 근원을 없애자는 입법취지의 진정성을 100% 신뢰한다.  단 한 가지.  비록 시행령이지만 법제화 과정에서 3·5·10의 숫자를 못 박은 것만은 유감이다.  최유정 변호사의 수임료 50억에 비하면 미미하다하여 쉽게 넘기지는 않았겠지만, 보다 현실적이고 부수적인 피해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손질을 했으면 한다.

* 부수적 피해는 통상 군사작전 중에 발생하는 주변의 민간인 희생을 말한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