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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분노를 선동하는 손가락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08>

 

  로마제국 군단은 기마병을 합쳐 6천 명 정도로, 같은 병력의 속주(屬州)병을 더한 1 + 1 편성이었단다.  로마에 의한 세계평화시대(Pax Romana)에 로마군이 무적이었던 것은 전술은 물론 병사의 사기가 매우 높았던 덕분이다.  로마시민은 사상 최고의 권리와 혜택을 누렸기에, 위기에는 애국심과 긍지로 ‘목숨을 걸고’ 싸웠으며, 속주 병사 역시 시민권을 얻을 일념으로 뒤따랐다. 

 인기에 영합한 황제가 시민권을 남발하면서부터 제국은 쇠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대영제국의 노블리스 오브리제도 마찬가지다.  귀족 명문학교 이튼 졸업생 중에 양차대전 전사자가 40%에 가까웠다는 얘기는 전설이 되었다.  미국 국력이 세계 1위로 올라선 것은 남북전쟁 후 재건의 활력이 넘치던 1870년경이라고 한다.  유럽은 독일·이태리의 뒤늦은 통일과 산업혁명·식민지 각축에 바빴고, 미국은 고립주의에 빠져(몬로주의, 1823: 5대 James Monroe 대통령), 서로 길이 어긋났을 뿐이다.  1917년 28대 윌슨이 일차대전에 참전하지만, 그가 창설한 국제연맹 가입을 미 의회가 거부하자 미국은 다시 고립에 빠진다. 

 자본주의경제의 조정기인 대공황을 거쳐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국은 총대를 메고 나섰다.  UN·세계은행 등 전후체제를 설계하여 철의 장막을 제외한 전 세계에 ‘미국에 의한 평화(Pax Americana)’시대를 열고, 소련 해체와 독립국가연합(CIS) 창설 이후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우뚝 선다(1991).

 

   로마제국·대영제국과 초강대국 미국의 역사를 풀어보면 공통점이 있다.  첫째 시민이나 병사에 대한 국가의 무한 배려다.  6·25 이후 60년이 넘었건만 노력과 경비를 아끼지 않고 행방불명 전사자의 유골을 찾는다.  군복무를 마치면 장학금 등 혜택도 엄청나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는 법이니, 광활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해결하려면 무력행사는 필요악이요, 인명손실 또한 감수해야 한다. 

 둘째, 언어와 민족에 따른 차별 없는 관대함이다.  현대의 아메리칸 드림은 로마 시민을 꿈꾸던 속주 병사를 닮았다.  선진국이 겪는 인구 고령화와 3-D 노동의 인력부족 문제를 피한 롤 모델이 미국의 이민정책이요, 문을 걸어 잠근 일본의 실패는 잘 알려진 대로다.  셋째로 세금, 특히 관세장벽의 완화다.  로마나 몽고제국의 역사에서 보듯, 대국을 경영하려면 교역에 동맥경화가 없어야 한다.  선진국, 특히 미국이 WTO 및 FTA를 줄기차게 관철시킨 이유다.

 

   미국 식자들의 두통꺼리 트럼프(Trump)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데, 한국 같으면 상상하기가 어렵다.  아재들에게 트럼프는 카드놀이를 뜻하므로,  이름부터 도박사요, 부동산 재벌 하면 악덕 땅 투기의 대명사다.  후보등록 단계에서부터 탈락했을 것이다.  또 초강대국 미국과 자신마저 부정하고 있다.  스스로 이민 3세이면서 인종증오 발언을 예사로 한다.  따지고 보면 아메리카의 원 주인은 인디언 아닌가? 

 Hate Speech 저변에는 백인우월주의 냄새까지 난다.  미국에 대한 부정은 위의 공통점 세 가지 모두에 해당한다.  첫째 미군 전력유지비를 원조제공 쯤으로 착각한다.  주한미군이 본토에 주둔하면 유지비가 몇 배 더 들며, 유사시 재 파병 시간과 경비가 추가된다.  둘째 미국은 이민으로 세워지고 유지되는 나라다. 셋째 관세장벽을 높이고 FTA를 다시 손보면 미국의 파이는 형편없이 쪼그라든다.

 분노를 선동하여 일단 당선된다 하더라도, 남의 탓만 가리키는 그 손가락에는, 커다란 방향의 선회가 불가피할 것이다.  미군 주둔을 돈 받고 팔면, 그것은 초강대국의 능동적인 파병이 아니라 값싼 용병이며, 팔려 다니는 용병에게 아메리카 퍼스트의 자긍심은 가당치도 않다.  국정운영은 투기나 카드놀이와는 전혀 다르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