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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인공지능과 신의 한 수 2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06>

 

    이세돌과 알파고의 5번 기가 남긴 불안과 공포의 후유증은, 대량실업과 인간의 노예화와 인류멸망의 시나리오, 이 세 가지다.  먼저 실업문제.  제1차 산업혁명 때 동력기관과 방적기의 등장으로 일감을 빼앗긴 노동자·영세업자들은 러다이트(기계 파괴)운동을 벌였다.  값비싼 희생 끝에 불법 극렬 행동은 진압되었으나, 결국 노동력 착취(미성년자·노동시간)를 개선하고, 보통시민도 선거권을 얻는 물꼬를 뚫었다. 

 20세기에 들어 자동차 생산라인의 용접 로봇은, 인공지능의 초보로 다수의 실업자를 낳았으나, 자동차의 대량보급은 새로운 일자리를 다수 만들었다.  농장과 건설현장에는 페이로더·굴삭기와 컴바인·경운기처럼 정밀하게 작동하는 중장비가 막노동을 대신하고, 전자기기의 사무자동화는 3-5 개소의 동사무소를 하나의 주민 센터로 대체했으며, 은행지점과 행원 숫자도 대폭 줄었다. 

 전통적인 직업 종사자의 대량 실업이 불가피했던 대신, 대량생산으로 소득이 축적되어 복지예산이 확보되고, 여가선용과 노동 3권 보장의 길이 열렸다.  비록 속도가 느려서 시차(時差) 극복의 고통은 극심했지만, 결과적으로 타협과 조정을 통한 인류생활수준 향상의 역사였다.

 

   20세기 후반 IT 산업 기에 접어들면서 정보 접근성의 격차가 들어나기 시작한다.
 업무 특성 상 가장 앞서 적응한 금융·증권가의 재테크는, 사실상 설명도 흥정도 없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거래를 개발하여, 천문학적인 이익을 얻는다.  그러나 실물을 떠난 가공의 숫자놀음과 거래를 위한 거래는 높은 리스크를 안고 있어, 한 번 터지기 시작하자 외환위기·금융 위기 등이 순차적·주기적으로 터지고, 그 주기가 점차 짧아진다. 

 이익은 투자자끼리 순식간에 분배하고 손해는 국민의 세금에 전가하는 수법으로 ‘부의 편중’이 구조화 되어, 세계가 일종의 전자 도박장으로 변하고 있다.  실물시장의 격변도 충격적이다.  백여 년 전 전 인구의 50%가 경작하던 미국 농산품을 지금은 2%로 충분하고, 우리도 해방 당시 70%가 농민이라고 했는데 현재 6% 미만으로도 쌀이 남아돈다.  제조업·서비스업 종사인구의 격감은 위에서 예를 든 바 있거니와, 인공지능의 발달로 이 같은 현상에 점점 더 가속도(3-D 프린팅 등)가 붙을 것이다.  노동인구 열 명 당 일자리는 2, 3개요, 원가 제로에 가까운 공산품이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세상을 상상해보라. 

 어이를 상실한 경제인들은 이 현상을 뉴노멀(New Normal), 중국에서는 신상태(新常態)라고 부른다.  인구 노령화로 시간과 실물은 넘쳐나는데, ‘부의 편중’으로 실업률이 50%가 넘어, 국민 절대다수가 구매력을 잃은 사회는 위험한 폭탄이다.  따라서 재테크의 적절한 제제도 늦출 수 없는 시급한 문제다.

 

   과거에 한정된 재화를 두고 싸우던 시절의 극좌는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없는 자에게 분배하자고 주장했지만, 가진 자가 사라지는 순간 관리를 맡은 당료가 모든 것을 독점하는 사기성 구조로서, 당연히 패망하였다.  이미 닥쳐오기 시작한 미래는 과거와 전혀 다른 차원에서 ‘분배가 지상(至上)의 가치’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절대금기였던 통화 무한리필과 마이너스 금리와 전 국민에게 기본생활급 지급과 같은 양적완화(QE) 정책은, 전환기에 격한 고통을 완화하는 긴급 임시처방이 아닐까?  무조건 “절약이 미덕”은 옛 말이고 이제 “써야 산다.”요, “노동시간 줄이기” 는 곧 “일감 나누기”라는 대증요법이다.  이렇게 시간을 벌면서 정치인 학자 할 것 없이 새 시대 분배정책과 새로운 가치관 정립에 중지를 모아야 한다. 

 분배는 생존에 필수적인 솔루션이지만 보다 하위의 개념이요, 여가가 늘어날수록 더욱 절실해질 “사람은 왜 사는가?”라는 인문학적인 질문에 대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이 대답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질문 또한 AI 에게 물어봐야 하나?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