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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인공지능과 신(神)의 한 수(手) 1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05>

 

    벼락(落雷) 경보를 무시하고 티 그라운드에 선 골프광은 어떤 채를 잡아야 할까?   정답은 1번 아이언이다.  이 채는 하느님도 못 맞춘다니까.  물론 흔한 골프조크의 하나로, 신의 무오류성에 창세기의 비바람·천둥번개를 조합한 그럴듯한 우스개다. 

 탄생의 과정을 이렇게 묘사한 성경구절은, 무기 가스를 가득 채운 시험관에 전기충격을 가하여 유기물을 생성하는 실험을 통하여 증명된 바 있다(Miller-Urey, 1953).

 한 개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진화가 돌연한 변화의 결과요, 돌연변이에는 자체결함이나 환경조건의 격변을 동반해야만 한다면, 완벽한 개체의 자가 복제(自家複製)만으로는 진화가 일어날 수 없다.  인간은 생명의 유한함(Mortality)을 안고 태어나고 수많은 약점 탓에 진화·향상하므로, 그 모든 인간의 취약함은 역설적으로 한없는 강함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치열하고 끈질긴 사유·수련을 전제로 함은 물론이다. 

 비바람과 천둥번개는 고뇌와 난관의 종교적 비유만이 아니라, 수많은 부딪힘(Storming)과 노력(에너지 공급)으로 읽을 수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의 완벽한 기계가 갖지 못한 부분이요, 인공지능이 심층학습과 그래픽처리기술의 점프로 반세기를 훌쩍 뛰어넘었어도, 신의 경지에 이르거나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는 없다고 믿는 이유이기도 하다.  적어도 인간이 신의 한 수(手)를 입력해주기 전에는...

 

   한국에서 ‘고스트 바둑 왕’으로 방영된 동화(Japanimation) ‘히카루의 바둑(2001)’은 드라마 미생과 응팔의 원조쯤 된다.  헤이안 시대에 ‘신의 한 수’를 추구하던 후지와라노 사이가 한을 품은 채 죽고, 성불하지 못하여 구천을 헤매던 혼령이 천재소년 도라지로의 몸에 들어간다.  도라지로를 명문 혼인보가의 후계자 슈사쿠(1829-1862)로 키우지만 신의 한 수를 찾지 못한 채 요절하자, 다시 백년을 넘겨 주인공 히카루의 몸에 들어온다는 설정이다.  작가 홋다 유미는, 바둑의 수가 무궁무진하고 신의 한 수를 향한 ‘천년’ 구도(求道)자의 여정은 끝이 없음을 강조하려고, 주인공인 히카루 마저 미완성으로 남긴다.  그러나 그건 20년 전 얘기다.

 지난 2, 3년간 혁명적으로 진화한 인공지능 알파고는, 결국 인간이 설정한 아무리 복잡한 국면(局面)이라도 반드시 정답을 찾아내겠지만, 동시에 그 한수가 신의 경지와는 무관함을 일깨워 줄 것이다.  바둑의 전술·전략이 전쟁을 닮았다 해서, 바둑의 고수가 백만 대군을 호령하는 장군이 되지 못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빠르게 진화하는 인공지능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은, 신의 불가지성에 대한 경외감처럼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공포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첫째는  실업: 인공지능이 일자리 750만개를 없애고 500만의 새 직업을 만들어 내리라는 예측이, “무엇으로 먹고 살지?”라는 불안정성의 공포를 증폭시킨다.  둘째는 군림과 쏠림: 인공지능체계를 선점한 그룹(정치인이나 대기업)에 의하여, 모든 시민이 노예화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의 공포다.  절대적으로 군림하는 종교에 억눌려 문명의 발달과 인구 및 GDP 성장이 멎고 인류의 시계가 섰던, 중세시대(물론 유럽에 국한) 천년보다 더 어두운 제2의 암흑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셋째는 대학살(Genocide):  드디어 자아(自我)를 획득한 인공지능체계가, 자신의 복지와 지구환경에 백해무익한 인류를 멸종시키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동물원 관상용이나 과학연구용으로 소수의 개체는 남겨두고, 운 좋으면 지역별 생태공원에 작은 군락 몇 군데쯤은 살려둘 수도 있다.  생존자들이 조직적으로 로봇 국가에 저항하는 지하투쟁은, SF 소설·영화의 단골소재 아닌가?  글로벌한 경제위기로 가뜩이나 팍팍한 현실에, 수면제 먹고 겨우 잠든 꿈자리마저 뒤숭숭하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