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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생각 갈무리 3 : 조성진의 점수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91>

 

   올림픽 모토인 “빠르게·높게·힘차게”는 숫자로 기록되고 구기나 격투기도 승패가 분명하다.  그러나 피겨 스케이팅은 체조·다이빙처럼 심사위원의 주관적 판단을 모아 등수를 정하므로, 심판은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선수와 특별한 관계(Up close & personal)가 없어야 한다.  위원 수도 충분히 잡고 그중에서 최고점과 최하점을 제외한 나머지를 합하여 평균치를 계산하는 등, 안전판도 마련되어 있다.

 김연아의 은메달(Sochi 2014) 당시 피겨의 전설 카타리나 비트와 미국·프랑스의 스포츠지에서 의문과 이의제기가 잇달았고, 프랑스 심판이 “러시아를 밀어주라는 자국(佛) 빙상연맹의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하여 메달색깔이 변경된 전례(S.L. City 2002)도 있었건만, 연아는 “점수는 심판의 몫”이라며 순순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미스코리아 심사도 위원 채점이 거의 일치하고, 시속 150km의 강속구에  구심 판정이 공 하나만 벗어나도, 외야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온다.  광우병처럼 누가 거짓말로 오도하지 않는 한, 집단의 눈은 빅 데이터(Big Data)에 근접한다. 

 

   “욕을 입에 달고 산다.”는 말이 있다.  말끝마다 ‘십 원짜리’ 추임새가 붙는데, 아이들까지 뜻도 모르면서 따라한다.  말은 곧 사람이라 했거늘, 험한 말이 습관이 되면 얼마나 더 험한 세상이 될지 걱정이다. 

욕설은 어느 나라나 공통으로(swearing·name-calling·cursing), 질보다는 양 즉 얼마나 자주 쓰이느냐는 정도에 따라 나라의 격(國格)이 달라진다.  가장 질 나쁜 욕설은 저주, 즉 갓 댐(God-damn: 망할) 따위다.  사실은 표준(?) 욕설보다 더 나쁜 건 심한 ‘막말’ 또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막가는 행동’이다.  예 컨데 민생법안을 나 몰라라 하고 서로 헐뜯기에 바쁜 일부 국회의원님들은, 부작위(不作爲)성 막가파요 막말의 달인들이다. 

   고전음악에 대한 소양이 별로 없어도, 관심을 가지고 연주회에 다니다보면 나름의 잣대를 갖게 되고, 상중하로 등급을 매길 때가 있다.  가상의 점수지만 최악의 경우에도 좀처럼 70점 이하는 없다.  무대에 선 프로에 대한 예우뿐만 아니라, 주관식 시험에는 백지가 아닌 이상 최소한의 기본점수를 주는 법이다.  최고의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폴란드의 쇼팽 콩쿠르에서 조성진이(21) 우승하였다(2015. 10. 20). 

 피아노 단일 부문인 쇼팽은 러시아 차이콥스키와 벨기에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더불어 ‘세계 3대 콩쿠르’로, 우승은 피겨 퀸 김연아의 금메달에 필적하는 나라의 경사다.  성공의 원동력은 본인의 천재성과 노력이지만, 일찍이 그를 알아보고 키운 스승 신수정씨(73, 전 서울음대 학장)와 규제가 없고 연령에 무관하게 기회를 주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그리고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발표할 무대를 제공하고 고가의 악기를 장기대여해주는 금호아시아나의 매세나, 이 3개의 축이 핵심이었다. 

 

 사실은 먼 앞날을 내다보는 지자체 장이 공연장에 투자하고, 주민이 이에 호응하여, 늘어난 ‘객석인구’가 가장 큰 밑받침이었다.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음반이 첫날부터 판매 1위를 기록하며 3만장이 팔렸다지 않는가.  본론으로 들어가자.  조성진의 결선 점수는 심사위원 17명 중 10점 만점이 둘, 9점이 12명이고, 프랑스 필리프 앙트르몽 만 1점이었다.  예선 2, 3차전에서도 탈락을 의미하는 no, no를 연발했다고 하는데, 캐나다의 샤를 리샤르 아를렝(2위)에게는 8점을 주었다.  프랑스계 이름이다.  미리 제출받은 동영상을 보고도 1점을 매긴 채점은‘막가는 저주’에 다름없다. 

 정작 조성진의 “남과 다른 의견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반응이 어른스럽다.  파리 연주여행 중에 루브르 박물관을 세 시간씩 다섯 번이나 찾았다는 조성진을 스승 삼아, 부디 ‘생각 갈무리’를 많이 해두기를 앙트르몽에게 권한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