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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생각 갈무리 2 : Imagine과 유나(Yuna) 여왕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90>

 

  파리 시내에서 IS가 무차별로 동시다발 테러를 감행하여 130명의 무고한 목숨을 빼앗아 갔다(2015. 11. 13).  만약 범인이 주목표인 축구장에 들어갔으면 더 큰 참사로 이어져, 수천 인명에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안위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13일의 금요일 밤 벌어진 이 악마적인 만행에도 파리 시민들은 의연하였다.  지난 1월 풍자 주간지 샤를리 애브도 테러 당시 “내가 샤를리다!”라고 외치던 표어가 “나는 테라스에 있다.”로 바뀌었고 그것은, “너희들의 노림수에 굴복하여 우리의  ‘톨레랑스 정신’을 포기하지 않겠다.”라는 선언이었다.  참극의 현장 바타클랑 극장 앞에서 한 독일 피아니스트가 ‘Imagine’을 연주했다고한다.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는 대통령의 IS 본거지 폭격은 당연하지만, 함께 사는 무슬림에게는 자유·평등·박애의 정신이 낳은 2백년 전통의 ‘관용’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Imagin은 비틀즈의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 존 레논이, 베트남 전에 반대하는 반전(反戰) 운동과 평화 호소를 위하여 1971년에 작곡한, 인류를 향한 조용한 외침이요 유언이다.  그가 철학에 심취한 아나키스트인지, 종교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니힐리스트인지, 부와 명예와 사랑과 예술적인 성취를 모두 이루어 달관한 예능인인지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다양할 것이다.  다만 천국·지옥·나라·종교와 소유·탐욕·굶주림 없는 세상을 꿈꾸는, 모두 함께 평화와 사랑(Brotherhood: Fraternity: 박애)을 나누자는 잔잔한 호소가 가슴에 와 닿는다.

 

   대리로 내세운 대통령 밑(?)에서 수상을 지내고 복귀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별명은 리틀 차르다.  오일 머니의 힘으로 옛 소련의 영광을 다시 찾겠다는 열망에서, 국제사회 질서에 거침없이 반칙을 한다(우크라이나 시리아 등).  가장 손쉽고 강력한 대 국민 프로파간다가 스포츠 메달이므로, 전체주의 국가들은 메달획득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얼마 전 러시아 육상연맹이 선수들과 함께 무더기로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말은 안 해도 국가차원에서 금지약품을 사용했다는, 푸틴을 가리키는 준열한 꾸짖음이다. 

 사실 이런 행위는 잊을 수 없는 소치 동계올림픽(2014) 때부터 예견되었던 일이다.  채점에 다소 주관(主觀)이 개입할 수 있는 피겨 스케이팅에서 주최국 소련이 금메달을 휩쓸었고, 가장 논란이 컸던 희생자가 다름 아닌 한국의 피겨 퀸 김연아였다.  연아는 여왕다운 담담한 미소로 은메달을 받아들여 우리 국민은 오히려 더 자랑스러웠고, 소치(Sochi)가 아니라 수치(羞恥) 올림픽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꼭 집어내자면 연아에게도 문제는 있었다.  워낙 뛰어난 그녀이기에 전례 없는 초(超)고난도의 연기를 기대한 팬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 눈으로 볼 때 무실점을 목표로 하는 안전운행은, 실패를 무릅쓰고 모험을 한 아사다 마오에 견주어 봐도, 올림픽 정신의 배신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최소한 소트니코바는 아니다. 

 연아를 변호해보자.  밴쿠버에서 이미 괴물의 점수(Monstrous Score)를 기록하였다.

 기술이 냉정한 이(理)라면 예술점수는 감(感) 또는 기(氣)의 평가다.  절정의 점수를 경험한 연아는 피겨를 최상의 예술로 승화해보고 싶지 않았을까?  허나 오작(烏鵲)이 어찌 대붕의 뜻을 알랴.  다음날 갈라 쇼는 연아의 고별무대.  다음 개최예정지가 평창이라고는 하지만, 나머지 선수가 모두 떠나며 홀로 선 연아를 향하여 손을 흔드는 의식은, 피겨를 한 차원 올려놓은 불세출의 여왕에 대한 VVIP 예우였다.  

 전 세계를 감동시킨 그녀의 갈라 쇼 테마뮤직은, 평화를 기원하는 바로 그 노래, ‘Imagine’이었다.

                                     

김연아의 英字 이름 Yuna를 서양 사람들은 흔히 유나라고 읽는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