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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역사 바로 잡기 : 국정(國定) 교과서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86>


   개그콘서트의 시사풍자 ‘민상 토론’은, 의견을 밝히기 거북한 주제에 교묘한 질문으로 패널을 괴롭히는데, 요즘 여야 공방이 첨예한 국정교과서 문제가 그렇다.

 대부분 몸을 사리지만 한때 1인 2역과 겹치기 출연을 불사하던 ‘전국’이나 ‘민(民)씨’동아리는 예외다.  ‘국정’은 다양성을 무시한 독재라고 반대하면서, 찬성자의 입을 벌떼처럼 달려들어 틀어막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똑똑한 젊은이들에게 또다시 외면당할 악수다.  작년부터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던 논쟁은, 올 봄에 불이 붙어 8, 9월에 뜨겁게 타오르더니, 이제 서서히 잦아들고 있다.  결정 자체가 행정부 고유 권한이요, 야당과 운동권은 투쟁단계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간 언론에 비친 찬반논쟁은 극한 대결이요, 특히 정치인은 막말 수준이었다.  열기가 높은 이유는 양측 주장이 다 옳은 까닭이다.  국정화는 출판의 자유를 막는 반민주적 폭거라는 반대 논리도 맞고, 편향을 바로잡으려 해도 막무가내로 방해하는 집단 탓에 도저히 안 되니 극한처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옳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가장 호탕하게 웃는다.”는 독일 속담이 있다.  논쟁 끝에 10월 말부터는 칼럼들이 과연 “마지막에 웃는 자”답게 정제되고 균형이 잡혀있어, 여기에 소개한다.

 

   소설가 복거일은 J 일보 “교과서란 무엇인가”에서, 교과서는 정설(定說)로 사회에 기여하면서 표준화를 지향해야 하고, 다양화는 기본과정을 마친 후 대학 이상 전문분야의 지적활동임을 주장한다.  2003년 검인정교과서로 전환 이후,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성취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의 우수성은 폄하되고, 채택 권한도 교원노조 영향 하에 들어가, 시장에 맡겼던 정책은 실패했다고 단언한다.  따라서 이번 국정화는 ‘응급조치’요, 시장이 제대로 움직여 좋은 제품들이 공급되면, 소비자인 학부모의 의견이 반영되는 제도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반대 측 박성희 이대교수의 C 일보 칼럼 “그래서 그들은 성공했는가?”를 보자.  왜곡된 교과서의 효과가 미미하다기보다, 학생들이 비록 성능 나쁜 교육제도와 편향된 교사 밑에서 불완전한 교과서로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균형 잡힌 글로벌 안목을 갖게 만든 대한민국 체제의 교육효과를 믿는다고 주장한다.  TV에 출연한 탈북자 증언과 목함지뢰의 조악함과 세계와 실시간 소통하며 얻은 정보를 종합하여 파악하는 힘은 ‘자유’에서 나오는 것이다 - 가만 놔둬도 이길 수 있는 좌편향 교과서에, 시대에 맞지 않는 국정화로 맞서면, 오히려 정체성만 깎인다는 충고다.

 

   두 의견 사이에 일맥상통하는 타협점은 분명히 있으나, 당장은 결론이 모호하므로 일단 필자 나름대로 정리해본다.  첫째, 반복학습 효과는 확실하므로(洗腦) 잘못된 내용은 고쳐야 한다.  둘째, 현실적으로 달리 고칠 방법이 없다.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집단 이지메와 필진이라는 소문만 나돌아도 쏟아지는 SNS의 폭력을 보라.

 셋째,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본질이 왜곡된 상대방(북)의 서술에 도움을 주는 교과서를 방치할 수는 없다.  넷째, 그러나 유신체제 식 긴급조치는 불가능하고, ‘응급’을 미리 앞세우면 설득력과 추진력을 잃는다.  여야가 이를 잘 알면서도 타협 없는 투쟁을 계속한다면, 이는 선거를 앞둔 힘겨루기 아닌가?  아니라면 무지하고 그렇다면 불순하다. 

 전쟁 전과자 일본은 ‘역사 왜곡’에 몰두하고, 중국은 세계의 중심 중화의 영광을 향해 고구려까지 끌어가는 ‘역사의 독점’으로 치닫는데, 우리는 ‘역사 바로 잡기’도 못하고 집안싸움이니 한심하다.  끝으로, 독재와 친일을 미화할 것이라는 일부의 ‘예단(豫斷)’은, 그네들 스스로 없애려고 투쟁해온 ‘불의(不義)’ 아닌가?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