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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문단의 화제 2: 창비와 노추(創批 老醜)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82>

 

    동갑내기 황석영의 소신과 용기에 늘 감탄한다.  작가로서 엄청난 자산을 쌓을 기회라 해도, 목숨을 걸고 밀 입북하여 7회나 김일성을 만난 것은 어려운 결단이다. 

 그러나 김일성을 을지문덕·세종대왕·이순신 같은 위인으로 칭송한 것은, 재간둥이라는 칭찬에 홀린 글쟁이의 아부라기보다, 세계관의 착시가 빚어낸 잘못된 소신으로 본다.  5년의 투옥 끝에 DJ 특사로(1998) 나온 뒤 안정을 찾고, 소설 ‘낯익은 세상’(2011)의 성공은 대한민국과의 화해선언이었던가?  참았던 끼가 끝내 폭발하여, 장편 ‘여울 물소리’를 서점에서 거둬들이고 절판선언을 한다(2013).  과거에 혜택을 보고도 출판사만 탓한다는 시비도 있었으나, 베스트셀러를 조작하는 출판사의 ‘사재기’에 경종을 울린 용기는 갈채를 받았다. 

 지난 대선에서는 문 후보를 지지하면서, 박 후보가 당선되면 프로방스에서 밥집을 한다는 공개 약속을 하였으나, 결국 부도를 냈다.  이와 같은 과거의 화려한 무용담(?)에 비하면 ‘문창과 설화(文創科 舌禍)’는 약과다.  다만 이제라도, 쿠데타가 육사 탓이 아니듯 한국 문단의 침체가 문창과 탓이 아님을 인정하는, 사시(斜視)교정 시술을 받았으면 좋겠다.

 

  싹싹하게 실수를 인정한 황석영에 비하여, 신경숙씨의 대처는 매끄럽지 못했다.

 칼럼 ‘표절과 반칙’에서, 본인의 사과·재발방지 약속과, 고발인이 앞장서 진정서를 써주는 그림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8월 말에 백낙청씨가 뗬다.  1938년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나 경기고를 거쳐 브라운대에서 영문학을 하고, 하버드 석·박사를 딴 뒤, 1963년 서울대 교수가 된다.  유신반대로 파면 - 1980년 복직, 2003년 정년퇴임하고 2005년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한다. 1966년 계간지 창작과 비평을 창간하고, 현재 출판사 창비의 오너다. 

 창비는 문학동네와 함께 문학권력으로 몰리던 중, 창비가 출판한 신경숙의 ‘전설’이 일본 미시마 유키오의‘우국’을 표절했다하여 시끄러워졌다.  진정 기미를 보이더니 백 교수가 페이스북에, “표절 혐의를 받을만한 유사성을 지닌다는 점은 확인하지만 의도적인 베껴 쓰기, 곧 작가의 파렴치한 범죄 행위로 단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발언함으로서, 시비가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출판사 편집인으로서 책임감은 이해하나, 평론가로서는 낙제 발언이다. 

 첫째, 표절은 지적재산 관련 형사 범죄이므로 ‘의도(意圖)’는 문제 밖이요, 군사독재시절에 민족문학의 구심점으로서, 보안법은 의도까지 처벌한다며 문제 삼던 평론가가 맞나 싶을 만큼, 심한 자가당착이다.

 둘째 베껴 쓰기가 아니라 함은 아예 책을 펴놓고 베낀 것은 아니라는 하나마나한 말이다. 

 셋째 ‘파렴치로 단정은... 아니다’는, 염치불구하고 막가지는 않았다는, 죄질(罪質)에 대한 극히 주관적인 동정일 뿐이다. 

 고교시절 제자백가를 외우려고 만든, “요 맹추야, 순조롭게 공로를 세워라.”는 말이 있다.  맹자는 추·순자는 조·공자는 노나라 출신으로, ‘공맹지도를 아시는 분’하면, 노추(老醜)를 지칭하는 우리끼리 은어였다.  아무리 달변이라도 논리가 궁하면 말을 더듬는다.  백 교수는 그답지 않은 눌변으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외손녀 역성을 들다가, 오히려 허물만 더 키운 할아버지 형국이 되었다.

 

   다시 들추고 싶지 않지만 문제된 부분을 보자.  중복되는 말들은, 건강·젊은·육체·격렬·흙먼지·안타까워·첫날밤·오자마자·여자를 쓰러뜨리는·한두 번·한 달이 넘었을까·기쁨을 아는 여자·남자도 기뻐하다, 등 불과 예닐곱 줄 중에 열 세 곳쯤 된다.  서둘러·아내·매번·두 달 남짓, 이렇게 조금씩 고치기는 했다. 

 “우길 걸 우겨라!”라는 말이 있다.  두 분은 그냥 싹싹 빌고 이제 그만 덮자.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