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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어용(御用)의 자유 1: 산케이(産經) 신문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79>

 

   “전 재미로 문법책을 가끔 사 봅니다.”  유명 영어강사의 말에 학생들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언어는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이니까, “법(法)으로 따지지 말고 몸으로 익혀라.”는 권고다.  그러나 아무리 현장 외국어가 유창하다고해도, 일단은 문법을 배워야 잘 정리가 된다는 뜻으로, 사실은 문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영문법이라면 필자는 구닥다리 ‘삼위일체’를 추천하는데, 그 책에 이런 예문이 나온다.  “모든 젊은이들은 꿈꾼다.  건축 기사나 해외특파원이 되기를...” 실제로 신문사 방송사에서 고위직에 오른 분들은, 대략 10년 정도의 해외주재 경력이 있다.

 그 나라 언어를 구사하면서 내 나라를 객관적으로 살피게 되고, 외국인으로 살며 치열한 보도경쟁을 겪은 경력에서 내공이 축적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항상 예외는 있다.  미개하고 언어가 원시적인 나라 태생이거나, 사회가 어떤 광기에 휩쓸려 이성이 작동하지 못하면, 정신적인 장벽(mental block)에 가로막혀 사리분별이 어렵다.

 그런 풍토에서는 적어도 학생들이 선망하는 특파원이 나올 리가 없다.

 

   우리가 세월 호로 휘청거릴 때 일본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 가토는, 박대통령의 청와대 7시간에 대하여, 불륜을 암시하는 저질 추측기사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출국 당했다.  이 신문은 지난 해 2월 대통령 외교를 ‘민족적 습성 탓?’의 ‘고자질외교’라고 폄하하였다. 

 그들은 미국을 일러바칠 상전으로 우러러 본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워싱턴에 몇 백만 달러를 상납하는 일본의 로비는 악취를 풍기는 뇌물외교인가?  산케이 인터넷 신문은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는 박대통령에 대하여, “미국·중국 양다리, 한국이 끊을 수 없는 민족의 나쁜 유산”이라는 글을 썼다.  살펴보자.  먼저 양다리 걸치기는, “후타마타(二股)오 가케(掛)루”, 일본말이다.  부적절한 남녀관계에 쓰지만, 어원은 일본 봉건시대에 어디 붙을지 이쪽저쪽 줄타기하는 다이묘의 추태를 꼬집던 말 아닌가.  

 패전 후 일본은 관 주도로 집창촌을 만들어 젊은 여자들을 점령 미군에게 바쳤다.  “사령관 맥아더 원수를 대통령으로!”캠페인을 벌이던 사진을 보면 어이가 없다.  산케이 식으로 풀면 “가랑이(오오마타오) 쩍 벌리고(히라쿠)” 달려드는 창녀외교다.  곧이어 산케이는 “한국이 조선말기와 같은 사대(事大)외교를 보여준다.”며 박대통령을 명성황후(민비)에 비유한다.  청일전쟁과 노일전쟁의 원인을 만들고, 권력을 되찾자 석 달 만에 암살당했다는 것이다. 

 분석해보자.  첫째 일본이 막강한 힘으로 국권을 유린하니까, 약소국 조선은 강대국인 청과 러시아에 도움을 청한 것이다.  생존을 위한 외교를 사대로 몰아세우는 것은‘강도의 논리’다.  둘째 명성황후 시해는 우치다 일본 영사의 안내로 일본 수비대가 에워싼 가운데, 낭인(실직한 사무라이)들이 칼로 찌르고 베고 불태운 만행이다.  궁궐에서 평화롭게 자고 있는 일국의 왕비를 습격하여 시해한 자들이, 유치한 일본어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남의 말 하듯이 그냥 암살당했단다.

 쉬 쉬 감춰야 할 천인공노할 만행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제 입으로 떠들어댄다.

 

   국익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사회, 신민(臣民) 군국주의로 회귀하려는 극우파의 광기...  이들의 합작품이 산케이나 가토 같은 신문이요, 특파원이다.  독자가 소수에 불과한 극우신문이라고 묵살하기에는 칼럼이 몹시 무례하고 악의적인데, 그래도 언론자유를 내세운다. 

 언론이 이런 사회 풍조와 광기에 휩쓸려 양심을 팔고 아세곡필 하는 행위는, 언론자유가 아니라 어용의 자유일 뿐이다.  물론 자유는 소중한 가치지만, 한 세기 전 어용의 자유가 결국 아시아에 2천만 명의 인명피해와 대륙의 초토화를 불러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문화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