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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통일의 기운 3 : 영웅 바라기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78>

 

  제1차 세계대전에서 대공황에 이르는 과정은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말한다.  모든 참전국은 전쟁 피해와 총동원 해체의 혼란, 승전국의 욕심이 낳은 베르사유체제의 모순, 리더로 떠오른 미국을 중심으로 미성숙한 자본주의 경제의 과열, 등이 엄청난 파열음을 내며 폭발하였다. 

  굶주림에 줄을 선(Bread Line) 시민은 상상 속에서나마 현실에서 탈출시켜줄 영웅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만화나 소설에 타잔·코난·배트맨·슈퍼맨 같은 캐릭터가 탄생한다.  20세기 말부터 건설·제조업을 위시한 노동집약적 산업은 뒷전으로 밀리고, 펀드·정보·미디어처럼 경계도 모호하면서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고용은 줄고 빈부는 양극화하는, 새로운 산업혁명이 대세가 된다. 

 선진·후진 할 것 없이 수치심도 저버린 증오와 극단주의가 판을 치고, 온 세상이 탈출구 없는 혼란 속에 몸살을 앓는다.  명량·배트맨·어벤저스·터미네이터....

 흘러간 영웅들의 복권(復權) 시대가 온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막말이 도를 넘었다.  소위 ‘최고 존엄’을 향해, “조부 김일성을 흉내 내어, 고사 상에 올릴 (털을) 밀다 만 무엇처럼 살찐 애송이가, 카리스마를 급조하려고 공포의 철권을 휘두르고 있다.”고 말하면 좋겠는가?

 2010 천안함 폭침은 제 소행이 아니라고 우기면서 내부에 돌린 포스터, “덤벼들면 단매에!”는 또 뭔가?  되지 못한 자가, 논리에 막히고 현실에 밀리면 막말이요, 그것도 안 되면 이판사판 주먹을 휘두른다.  새민련 문재인 대표조차, “상대방 국가원수를 모욕함은 국민전체에 대한 모욕.”이라 했다.  대선에 재도전하는 큰 정치인으로서 금도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을 비난할수록 표가 떨어지더라는 학습효과도 분명히 반영된 말이다. 

  여야 간에도 그러하거늘, 북한의 유치한 욕과 비난은 남한 국민에게 역효과일 뿐이다.*  박근혜에게는, 수많은 과오에도 불구하고 한국 현대사의 영웅인 박정희의 후광이 있다.  마음속에 ‘영웅바라기(願望)’가 있기에, 내가 타박하는 것은 모르되 남들이 폄하하면 어쩐지 불편한데, 하물며 북한이랴.

 

  “남북한의 적자생존이 닮았다.” 는 농담이 아니며, “대통령님께 호소합니다.” 신문광고는 그칠 날이 없다.  말로는 제왕적이라고 비난하면서, 시민단체나 정치인 그리고 보통 국민까지 사사건건 대통령을 탓하고 우습게 보는 모순, 이 고질병부터 고쳐야 한다.  사실 5년 마다 바뀌는 우리 대통령에게 과연 통일대업을 이룰 힘이 있는가?

  아무리 영웅바라기가 세계적인 대세라 해도, 레이건의 소련 압박도 집권 4년의 성공 후 재선 초기에야 시동이 걸렸다.  인간적인 공산주의 흐루쇼프의 스탈린 격하선언과 브레즈네프의 반동, 다시 집단지도체제에서 앨리트로 성장한 저력을 바탕으로 고르비의 개혁·개방이 가능했다.  역사를 거슬러 근본주의 공산세계를 꿈꾼 마오의 문화대혁명, 그 끔찍한 고통을 겪은 중국 국민과 두 번이나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등소평의 합작품이 오늘의 중국이다.  통일에는 그만큼 시간과 치밀한 기획과 국민의식·정치체제의 획기적 변화가 필수조건이다.  영웅을 맞이할 준비다. 

  칼자루를 쥔 평양의 지난 70년 간 업적은 오로지 영웅 신화의 창조와, 국민 동의 없이 정책을 결정하는 절대독재체제 구축이다.  그러나 독재정권의 속성 상 당장 거저먹을 먹이가 아니면(소련의 동구·북한 赤化, 김일성 南侵 誤判), 모험보다 현상유지를 택한다.

  끈기 있게 북의 변화를 기다려야 한다.  반가운 소식은, “통일 나눔 펀드”다.  IMF 당시 “금 모으기”보다 더 따르기 쉽게, 전 국민이 참여하고 준비할 “목표와 방법”을 마련한 것이다.  영웅이 등장할 변화의 조짐과 통일의 기운이 보인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 평양의 의도와 정반대로 남한 국민의 안보결집효과(Rally around the Flag Effect)를 가져올 뿐이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문화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