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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통일의 기운 2 : 적자 생존(生存)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77>

 

   7·4 공동성명에 이어 제1차조절위원회를 연지 닷새 만에 유신이(10. 17.) 선포되자, 김일성은 불같이 화를 내고, “나를 속이고 이용한 이후락을 처단하라”며 무장공비를 내려 보냈다.  계획은 실패하고 박대통령의 베트남 예언은 적중했으나, 닉슨은 탄핵을 당하고 카터의 주한미군 완전철수 결심은 워싱턴·펜타곤 참모들의 설득에 꺾여서, 현재까지 1개 사단이 남침 억지력으로 주둔하는 것은, 한국은 물론 세계평화를 위해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입법·행정·사법 3권을 쥔 사실상 종신대통령제인 유신과 더불어 중화학공업 육성으로 국력과 국방력의 도약을 꾀한 박정희의 꿈은 궁정동의 총성과 함께 사라지고, 정통성이 취약한 신군부가 미국정부와 타협하면서, 핵과 미사일에서 남북 간의 격차는 결정적으로 벌어지고 말았다.

 

   불행하게도 화해와 통일의 칼자루는 평양이 쥐고 있다.  철없는 10대가 칼을 휘두르면 우선 달래야 한다.  핵을 쥔 북한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의 딜레마다.  그러나 한 번 따져보자.  이제 6·25 남침의 1차 피해자들은 거의 세상을 뜨거나 사회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책임지고 사과해야할 가해자집단은 평양이요,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역행하는 만행을 밥 먹 듯 하며 고모부를 포살하고 동족의 가슴에 총을 겨누는 것도 그쪽이다. 

 그동안 저지른 만행은 용서하더라도, 여전히 국민을 굶기고 공개처형하는 현재진행형을 나 몰라라 하고 무조건 항복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얻은 통일은 어떤 모습이고, 그것이 소위 우리 민족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만일에 그 대답이 부정적이라면, 가진 형이 무조건 져주어야 한다는 일부 주장의 고정관념을 깨야한다.  진정한 형제라면 때로는 따끔하게 나무랄 수 있어야 한다.  우선 당장은 서로의 공통분모(接觸点)를 찾아 불씨를 살려가는 일에만 집중하자.

 

   평양의 제3대 천황 김정은은, 쇳조각을 주렁주렁 매달은 노인들이 주위에 둘러서서 무엇인가 열심히 받아 적는(jot down) 사진으로 친숙하다.  그들의 어깨에 달린 별은 고무줄 계급장이다.  국제관례에 비하여 인플레도 심하고, 몇 달 만에 두 개가 더 붙었다가 세 개가 떨어져 나가는 둥 사춘기 변덕 수준이어서, 군인에게 생명과 같은 권위나 자존감은 찾아보기 어렵다.  조폭 두목도 몇 달 안에 #2와 #3의 자리를 바꾸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한 발 앞서거나 연설 중 졸거나 박수를 건성으로 쳐도 즉석에서 끌려 나가 대포나 화염방사기에 흔적 없이 사라질 테니, 열심히 받아 적어야 살아남는다는 ‘적자, 생존(適者生存 아님)!’이란다.  공포의 철권으로 얻는 두려움은 카리스마가 아닌 동물적인 복종일 뿐이다.  시너지효과로 앞날을 지향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에너지를 잃는 퇴행성 상명하달 조직이다. 

 청와대의 소통부족과 어장(어쩌다가 장관된 인물들)관리 부실을 걱정한다.

 수첩공주의 학습효과 덕분인지 열심히 받아 적는 모습은 평양과 판박이인데, 아무리 출중한 인물도 적고 따르기만 하면 대화와 소통으로 중지(衆智)를 모아 화합을 이룰 수 없다.  ‘적자 생존’은 서울과 평양의 공통분모인가?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문화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