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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말장난 3 : 기본 소양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74>

 

   제2차대전 당시 종군위안부(Comfort Woman) 문제를 “내 알 바 아니다.”라고 뻗대다가, 미국의 여장부 힐러리 국무장관에게 “성 노예: Sex Slave!”라는 직설적인 꾸지람을 듣고도 수치를 모르는 철면피 (종군위안부 1: 141006) ....   좌경으로 치우쳐 국민에게 버림받고 초토화된 야당(사회당)과, 잃어버린 20년의 좌절 끝에 통화 무한공급 같은 포퓰리즘 정책으로 활기를 찾은 국민의 지지, 이 두 가지 호재 덕분에 정권의 인기가 올라가자, 장기적으로 국가와 국민의 앞날에 재앙이 될지도 모르면서 일로(一路) 극우로 치닫는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  그런 외골수의 무지(無智) 때문에 ‘Forced Labour'와 ‘Forced to Work'의 뜻이 다르다고 우기는 것이다.

 

   여행사 간에 경쟁이 치열해지자 호텔 비를 아끼려는 무박 2일, 3박 5일 상품이 등장한다.  여기서 박(迫)은 쉴 박으로 하룻밤은 비행기에서 잔다는 뜻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우리말의 큰 축인 한자는 모르면서 인터넷용으로 줄임말 만드는 머리는 비상하다.  우리나라 3대 일간지인 D 일보 칼럼 하나를 보자.  암벽 등반 중 로프에 의지하여 하룻밤 지새는 비박을 젊은이들에게 물었더니, 텐트에서 자지 않는 비박(非迫)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자는 비박이 우리말이 아니라 본래 군대용어에서 유래한 독일어 Biwak 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필자의 기억과는 달라 확인해보니, 역시 독일어 사전에서조차 Fr., 즉 프랑스어 Bivouac이 어원으로 되어있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어문(語文) 담당 기자의 기명칼럼으로는 미흡하다.  대충 얼버무리는 언어습관에 젊은이들의 마구잡이 신조어까지 범람하니, 우리말이 일본 일부 정치인만도 못한 아전인수의 ‘소통불가 암호’로 전락하지 않을는지.  엎친 데 덮친다고 국립국어원의 행태도 문제다.  얼마 전 부정적 부사 ‘너무’를 긍정적인 의미에도 허용하여 사전에 올린다고 발표하였다. “너무 아파요.”도 옳고 “너무 좋아요.”도 좋다는 것이다.  젊은이 간에 너무 많이 사용하니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다음으로 ‘착한 가격’을 보자.  서민들이 찾는 대중음식점에 행정자치부와 광역·기초자치단체까지 연서(連書)하여 보증 패를 달아주고, 친절하게 외국어로(Good Value, Reasonable Price: 良心的 價格) 풀이해놓았으니, 어차피 사전(辭典) 등재는 시간문제였다.  낱말 풀이 순서에 good-willed, kind, gentle 그 다음쯤 된다.  그러나 아무리 많이 쓰여도 ‘착한 몸매’는 곤란하다.  착한 몸매의 ‘착한’은, sexy·sensual·voluptuous요, 좋게 해석해도 여성으로서의 성적인 매력, 남성의 눈으로 여성의 몸을 평가하는 시선이다.  성적 비하 내지 희롱이 담겨있어, 속어라고 명기해도(俗) 여전히 부적절하다. 

 영어권처럼 대사전을 보완하는 Usage Dictionary를 만들고, “되도록 쓰지 않을 것을 권함.”이라는 토를 달아 등재함이 옳다.  국립국어원이 프랑스의 아카데미 프랑세즈를 따라가기에는 아직 역부족이겠지만, 먼 앞날을 내다보며 우리말을 아름답고 풍요하게 다듬을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근래 줄을 이은 사고나 분쟁은 전문인답지 못한 전문인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국립국어원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전문인의 덕목 제1호는, 전문지식보다 기본소양인 균형감각·선의·향상의지, 즉 인성·인문학임에 틀림이 없다.  일부 일본의 지도자들이 결국 국민의 판단을 흐리고 증오심만 증폭시키는 말장난도 여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시진핑의 말처럼 이웃은 선택해도 이웃나라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그 지도자의 잘못이 인류의 공통선(善)에 역행하고 자국민을 오도하며 이웃을 괴롭힌다면, 그것에 대한 지적(指摘)은 내정간섭이 아니다.  일본에는 아베·아소가 있는가 하면, 고노를 위시한 양심적인 학자들이 훨씬 더 많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문화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