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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비워두기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69>

 

 

  법가(法家) 사상은 진나라의 천하통일에 발판이 되었으나, 상앙은 자신이 만든 융통성 없는 법에 걸려(통행증) 잔혹한 거열형을 당한다.  제 발등을 찍은 것이다. 

 세월호 이후 거대한 벽에 막혔던 국회의 법안통과가, 국민의 질타 속에 조금씩 풀리고는 있는데, 개운치 않은 ‘조건부’나 ‘연계’ 통과를 밥 먹듯이 되풀이한다.  박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일 당시(2012) ‘타협정신’을 살린다며 무리하게 통과시킨 소위 ‘국회선진화법’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의회의 의결정족수가 사실상 과반수가 아니라 재석도 아닌 재적의 3/5 (60%)이라니...  미국 상원에서 오로지 대법관인준과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용 지연 발언) 종결에 적용하는 법을 끌어온 것이다.  여야의 대치가 극심한 우리 국회가 밥값도 못하는 식물국회라고 욕을 먹는 가장 큰 이유요, 스스로 발등을 찍은 새누리당이 결자해지로 풀어야할 과제다.

 

   본업은 제쳐두고 툭하면 치고받으면서 7명 보좌관에 고액의 세비를 받고, 잠깐 금 뱃지를 달아도 평생 연금을 받는다.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입법 활동에 전념하고, 로마시대 호민관처럼 국민의 권익보호에 앞장선다면, 세비가 지금의 2배 3배인들 아깝겠는가?  그래도 자신을 위한 입법에는 매우 부지런하다.  지난 5월 29일 본회의에서 연계통과에 슬쩍 끼워 넣은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 시행령에 대하여 국회가 사실상 수정을 강제하여,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의 권한까지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  찬반의견이 대립하여 판단은 유보하지만, 삼권분립에 위배되는 입법부 독재라는 주장이다.  

 국회 입법은 큰 방향만 정하고, 전문 실무자가 현실에 맞춰 적용하도록 ‘비워둔’ 세부사항이 곧 시행령 아닌가?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선거구 인구편차를 3 대 1에서 2 대 1로 축소하도록 결정하자, 국회정치개혁 특별위원회에서 정원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있다.  헌법 제41조에 국회의원 정원을 200인 이상으로 규정했다면, 최대치는 상식적으로 중간 값인 250 미만, 즉 249인이 옳다. 

 꼼수로 299 명을 유지하다가 세종시의원을 별도로 하여 슬그머니 300인을 채우고, 이제는 헌재결정을 핑계 삼아 더 늘리자고 한다.  문재인 대표는 느닷없이 4백 명을 언급했다가 ‘농담’이라며 취소했다고 한다.  늘리기가 능사는 아니다.  로마 원로원은 왕의 자문위원회로 출발하여 왕정폐지 후 3백인이 되고, 카이사르가 9백인, 4 세기경에는 2천명까지 늘렸다고 한다. 

 전형적인 물 타기·힘 빼기요, 5공의 체육관 선거나 독재국가 전인대(全人代)의 찬반투표 거수기처럼, 합리적인 토론과 합의는 물 건너간다.  쿠데타하면 흔히 군인을 연상하지만, 1991년 8월 러시아에서다수의 보수 공산당원이 국회를 볼모로 벌인 정부전복 기도의 역사도 있다.  민선 대통령 옐친이 의사당을 정 조준한 탱크 위에 올라가 진압을 진두지휘하던 모습을 뚜렷하게 기억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과잉은 결국 비극의 씨앗이다.

 

   대한민국 국회의 정원유지에는 또 하나의 당위성이 있다.  통일이다.  인구비례로 북한 몫 150석은 비워 두어야하지 않겠는가?  합계 450석이면 인구 1억 전후의 선진국에 근접한 숫자요, 이성적인 회의진행의 한계다.  통일의 의지와 북한주민을 위한 ‘비움’으로서 배려와 자신감의 표방이 아닐까? 

 늘 주장하던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여성대의원 배려가 반영된 2012년 정관개정은 잘한 일이다.  오히려 여성회원의 자력 성장에 역행이요 역차별의 우려는 있지만, 현 정원 211명은 통일에 대비해서도 모범적이요 미래지향적인 숫자다.  현재 비율로 보아 여성 지부장의 탄생이 멀지 않고, 그때쯤이면 여성대의원 특별배려의 시효도 자동 소멸되지 않겠는가.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문화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