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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페미니스트 1 : 야만과 문명 사이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65>

 

   반세기 전 우리 대학시절에도 그룹 미팅이 있었다.  명문여고를 나와 E여대에 수석 입학한 친구 파트너와 생뚱맞은 설전이 벌어졌다.  삼남 7녀 대가족 속에서 부대끼며 자라다보니, 이성에 대한 신비한 환상보다는 남녀 간에 인간적인 욕구나 사회적 성취동기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었는데, 취중에 불쑥 나온 이런 말을 그녀는 자신의 여성성(女性 性: 여성으로서의 매력)에 대한 평가절하로 받아들인 것이다.  상대의 뛰어난 능력과 성취를 칭찬하려는 선의가, 때로는 이처럼 빗나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사건이다. 

   LPGA는 물론 JLPGA(일본)까지 한국 낭자군(娘子軍)이 상위를 휩쓸고, 올해 국내 골프대회 총상금은 여성 2백억 대 남성 99억으로 뒤집혔다.  본고장에서는 여자대회 상금총액과 남자대회 우승자 한 사람 상금이 비슷하며, 전설의 장타자 소렌스탐과 미셀 위가 남자대회에서 한 번도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대체로 여성의 근골(筋骨)은 남성의 75% 정도이기 때문이다.  팬들이 여성골프를 많이 시청하는 이유도, 남자는 힘으로 치는 ‘개폼’이 통하지만, 스윙자세가 완벽에 가까워야 거리가 나는 여성의 특성과 관계가 깊다.  기록경기나 테니스에서 종종 성별검사가 이슈가 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충무로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배우 1위에 송강호가 뽑혔는데, 여자 1위는 하지원, 전체로는 13 등이다.  남녀 차별의 이유는 단순히 근력(muscle power) 차이뿐만 아니라, 사회를 누가 이끌어 가느냐 하는 제도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합의가 더 큰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전문직 여성조차 학술적 업적보다는 실생활의 성취에서 성공도가 높은 것도(의사의 경우 교수 논문 Vs. 성공적인 개업), 사회적 제약 안에서 성취할 수 있는 여성의 한계(유리 천장)로 볼 수 있다.  군에서도 여성 장교와 장성은 많아졌으나, 실제로 죽고 죽이는 전투병과에서, 생명을 잉태·분만하는 여성성과 군대는 대립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 동물계의 왕이라고 해도, DNA의 보존(생존)과 전승(번식)에 관한 한 그저 생물이라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본능적인 역할분담은, 오랜 역사를 통한 육체적 진화와 타협을 거쳐, 오늘날 남녀의 체형과 사회제도로 정착했을 것이다.   따라서 남녀가 평등하려면 “여성도 군복무를 의무화 하라.”또는, “복무기간을 채용심사에 가산하라.”는 주장은 무리다. 

 사실 서구사회에서 인성(人性)의 회복은 르네상스 이후요, 현대 민주주의는 18세기에야 시작되었고, 여성 참정권의 역사는 백년 이쪽저쪽이다.

 모두가 인류의 먹고사는 문제로부터의 해방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그러므로 현재 지구촌에는 여학교를 습격하여 어린 학생들을 납치, 인신매매하는 일부 아프리카나 이슬람 국가 같은 야만으로부터, 매춘을 죄악시하는 청교도적 결벽, 그리고 개인의 성적 결정권을 존중하는 북구 국가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혼재한다.  또한 이것이 문명국과 야만국을 구분하는 잣대라는 데에 국제적인 합의도 존재한다. 

 대한민국은 역설적으로, 일제에 의한 구한말 질서의 파괴와 미군정을 통한 민주공화체제의 도입과 6·25 전쟁에 따른 ‘헤쳐모여’ 및 국민개병(皆兵)제가, 평등사상의 조기정착을 촉진한 측면이 있다.  독립과 동시에 여성참정권이 실현된 페미니스트 국가인 것이다. 

 반대로 가해자 일본은, 천황에의 충성·신민(臣民)·여성비하의 시대로 회귀하려는 세력이 준동하는 한, 문명국 지수에서 상위에 도달할 수 없다.  제발 문명국답게 행동하도록 반성을 바라는 이 글 또한, 선의(善意)가 오해받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문화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