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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시간이 멈춘 작은 나라들 3 : 극과 극의 대조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15>


 

   꽃의 도시 피렌체 아르노 강가에서 태어난 단테는(1265-1321), 청년 시절부터 베스트셀러 작가요 인본주의 세상을 꿈꾼 정치가였다.  아홉 살 때 만나 첫눈에 빠진 베아트리체는, 그의 ‘놀라운 환상’을 키우고 방대한 작품을 탄생시킨 일생의 뮤즈였다.  시정(市政)위원으로서 흑당·백당으로 맞서 싸우는 시정해결을 위하여 교황을 찾아간 동안, 프랑스 왕제가 피렌체를 침공하고 반대당이 집권하여 그를 추방한다.
 19년 망명의 시작으로, 파리와 베로나를 거쳐 라벤나에 정착하지만(1317), 후원자 폴렌타 백작을 위한 외교여행 중 말라리아에 걸려 숨을 거둔다.  피렌체는 유럽의 인기스타인 그의 시신을 가져가려 하지만, 폴렌타는 이를 거절하고 장중한 영묘를 짓고 존경으로 모신다.  피렌체는 346년 뒤 교황까지 움직여 무덤을 열었지만, 라벤나의 수사(修士)들이 교묘하게 빼돌려 다시 안치시켰다.  그토록 그리던 고향이지만  벌금을 내고 사과하라는 귀국조건에 “정의를 외치다 고통 받은 사람이 어찌...”라며 자존심을 굽히지 않은 단테.  유해를 돌려주지 않으면 영묘의 유등(油燈)값이라도 지불하게 해달라는 피렌체의 요청에, 라벤나는 마지못해 매년 성금을 받는다고 한다.
 Via Dante Alighieri의 Dantes Poetus Sephulcher에서 나는 한동안 발을 뗄 수 없었다.

 

   석공 마리노가 이끄는 신자들이, 로마의 박해를 피하여 기원 300년 험한 산 정상에 세운, 작은 나라 세 번째 산마리노(GDP $65,000 세계8위).  1263년 최초의 공화정을 세웠고, 해발 800 티타노 산에서 내려다보는 3중의 성과 아드리아해 전망이 일품이라는데, 험한 날씨 탓으로 오리무중.  광복절 노랫말처럼 비·구름·바람 거느리고 신선노름만 하고 내려왔다.  아차! 이름은 잊었지만 아담한 식당 해물요리는 환상적.
 서북 270Km에 베로나.  LD로만 본 3 Tenor와 오페라 Aida의 무대 Arena di Verona는 수리 중이었으나, 기원전 1세기에 세워진 이 원형경기장은, 로마의 콜로세움보다 잘 보존되어, 매년 8월에 5개의 오페라를 공연한다.  때맞춰 열흘쯤 머물면 좋을 듯.
 셰익스피어는 가보지도 않은 베로나를 무대로 연극을 두 편 썼는데, 그 중 하나가 3대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  조그만 중정에 관광객이 바글바글한데, 재현해놓은 독백의 발코니에 시선이 쏠리니, 소매치기들의 황금어장이다.  잔디밭 실물크기의 줄리엣 왼쪽 젖가슴을 만지면 소원(사랑)이 이루어진다하여, 본시 청동작품인데 거기만 황금빛으로 반짝반짝한다.  베네치아 지배를 받을 때 성 밖으로 개발을 금지하여 거리가 좁다.  진입할 때 2백 유로쯤 뜯어가니 호세가 “Mafioso!” 욕을 할 만하다.

 

   알프스 중턱에 Lago di Como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중 하나.  고2 때 영어교과서에서 읽고 홀딱 반했던 이 호수에서 크루즈를 하다니.  호수를 둘러싼 깎아지른 산에 친케테레처럼 집들이 꽉 들어찼다.  다른 점이라면 집이 크고 화려하며 성큼성큼 떨어져 있다.  세계 억만장자들의 별장이다.  한 별장을 위한 차도가 있고 승강기가 있는가 하면 모노레일도 보인다.  며칠 사이에 바다와 호수 이상인 극과 극의 대조에 위화감을 느낀다.  코모는 한때 밀라노와 맞섰고 두오모를 가진 당당한 도시다.  스위스로 넘어와 아름다운 목장·산막을 바라보며 달려 벨린쪼나(Bellin Zona).  윌리암 텔이 실존했으며 앨프스를 넘는 유통의 요지여서, 통행세를 뜯어내는 산적의 소굴(?).  피레네를 넘는 안도라와 비슷한 위치다.  당시 군주들은 행정력이 못 미치는 변경의 산적들을 달래려고 남작의 작위를 주였다는 기록도 있다.  수호지에 나오는 양산박을 상상하며, 잘 보존된 3개의 성 Castel Grande에 오른다(승강기).
 중세의 칼 long sword는 재질이 열악하여 사실상 쇠몽둥이와 다름없는데, 벨린쪼나 칼은 질이 좋아 인기였다니, 스위스용병의 탄생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