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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시간이 멈춘 작은 나라들 2 : 예술가의 집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14>


 

   포르투갈 기사 호세가 투덜댄다.  안도라에서 곧장 가야하는데 갑자기 길이 막혀 스페인 쪽으로 한 시간을 되돌아, 딴 길로 프랑스 국경을 넘어야 한다.  그래도 금방 쏟아질듯 한 돌산과 끝없이 이어진 산봉우리(雪山峰)는 환상적이다.  까르까송을 지나니 아를(Arles)이다.  그리스 어촌으로 시작하여 론 강이 적셔주는 광대한 평야에서 쌀을 경작하고, 케자르 때부터 중개무역항으로 번성한 고도(古都).  토사가 쌓여 제1항구의 지위를 마르세유에 넘겼지만,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광으로 뭇 예술인들을 불러들인 곳.  여기서 대부분의 작품을 그린 고흐가 입원했던 병원이 남아있고, 노란색으로 치장한 카페 반 고흐는 여전히 성업 중이다.  일명 갈리아의 로마답게 BC 1세기의 원형경기장과 원형극장이 남아 있다.  며칠을 꼭 머물고 싶은 곳.
 한 시간을 달리면 엑상프로방스.  중세도시의 자취가 남은 세잔의 고향에서, 그림으로 눈에 익은 생 빅투아르 산을 바라본다.  에밀 졸라의 친구(뒤에는 원수?)로서 피카소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 세잔의 아틀리에에서,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사과가 가득 담긴 보자기를 샀다.  지금은 필자의 거실 테이블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
 두 시간 거리에 영화제의 도시 칸.  루브르광장의 유리 피라미드를 연상케 하는 나지막한 건물은 행사를 며칠 앞두고 공사가 한창인데(5월 10일), 길 건너 부티크들은 여전히 화려하다.  모래사장을 거닐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얼마나 선전할지 궁금했는데, 결과는 최고상 ‘황금종려’를 따내는 대박이었다.  그렇다고 “지난 1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영화”는 조금 과했다.  “아빠, 항우하고 여포가 싸우면 누가 이겨?” 수준의 멘트다.  유치한 문장은 홍보실에서 걸러 줘야 한다.

 

   생폴드방스에는 16세기에 요새화된 성이 있고, 미로 같은 거리에는 예술가들의 아틀리에가 즐비하다.  가파르게 오른 유태인 묘지에 사갈과 제2부인이 묻혀있다.    작년 여름 한가람미술관(Love & Life展)에서 본 12개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났다.
 니스에는 샤갈 외에도 마티스미술관 등이 있다.  해변은 자갈밭인데, 4년 전 다녀간 며칠 뒤 ‘영국인 산책로’에서 트럭폭주 테러가 일어나,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이 있다.  두 번째 만나는 작은 나라 모나코는 GDP $167,000 (세계2위)인 카지노와 요트의 고급휴양지,  13세기 그리말디 가문이 독립했지만, 국방은 프랑스가 담당.    드골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합병하려다가 그레이스 왕비 등의 강력한 저항과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무산.  마침 궁전은 문을 닫았으나 4년 전에 보았으니, 통과.

 

   이탈리아국경을 넘어 친퀘테레(다섯 개의 마을).  해변을 따라 네 번째의 마나롤라<사진>를 택했다.  깎아지른 절벽에 다닥다닥 붙은 소꿉장난 같이 예쁜 집들이, 파스텔 톤의 페인트로 울긋불긋하다.  탄압을 피해 접근불가의 오지에 피난처로 시작된 농토도 없는 가난한 어촌.  손바닥만 한 틈새에도 포도와 올리브를 심었다.  보는 이에게는 지상낙원이요, 주민에게는 처절한 생존투쟁의 빛바랜 일기장인데, 지중해의 절경(絶景)으로서 1, 2위를 다투는 관광명소가 된 현실은 바로 대역전의 드라마다. 
 프라토에서 1박하고 라벤나로.  6세기 동로마제국 수도로서 문화 예술의 살아있는 증인, 특히 산 비탈레 성당의 원시 기독교 모자이크 화는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벽과 천정과 바닥을 형형색색의 자연석을 박아 성경을 재현한 그림으로 장식하여, 믿음을 불문하고, 보는 이들을 경탄과 외경(敬憚·畏敬)의 세계로 인도한다.  사실상 이탈리아어(語)를 완성한 대문호 단테가, 라벤나는 지상낙원이요 모자이크는 색채의 교향악이라며 감탄하였다.  단테는 셰익스피어와 영어, 루터(성서번역)와 독일어, 세르반테스의 스페인어, 프랑스한림원의 프랑스어와 궤를 같이 한다.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