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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고약한 세상 1 : 시더무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07>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업적 중 하나가 냉전체제 속에서 꽁꽁 묶였던 해외여행의 자유화였다.  80년대 이전에 돈깨나 만지는 친구들은 다투어 국제 NGO에 가입했다.
 상대국 라이온스·로터리 클럽에서 초청장과 재정보증을 해주면 ‘나갈 수’ 있었으니까.  개중에는 화장품, 시계나 보석을 몰래 들여와 경비를 뽑고도 남는 똘똘한 분들도 많았다.  우데나크림·롤렉스시계·엄지손톱만 한 비취.  빤한 외환사정에 제약도 많으니 동남아여행이 고작이었다.  초보 여행자를 안내가 아니라 인솔하는 가이드의 인기가 높았고, 지루한 버스에서는 ‘믿거나 말거나’식 구수한 입담이 필살기였다.  기억나는 이야기 하나:  한중일(韓中日) 세 나라 검사(劍士)가 솜씨를 겨루었다.  먼저 사무라이가 언제 칼을 뽑았는지도 모르게 날아가던 파리가 두 쪽 나서 떨어진다.  “와아!”  다음 중국 무사가 번쩍하니 파리가 직선으로 추락한다.
 “날개를 보시오.”  마지막은 한국인 차례, 분명히 칼을 휘둘렀는데 파리는 그냥 날아간다.  중·일이 “거봐, 너는 안 돼”하니 한국 도사 왈(曰), “저 파리는 후손(後孫)이 없을 것이요.”  하나만 더: 이번은 인내력 테스트.  질척질척 악취 나는 돼지우리에 일본인이 들어가더니, 30분 만에 코를 쥐고 튀어나온다.  은근과 끈기의 한국인은 한 시간을 넘겼다.  중국인 차례.  세 시간을 잘 버티던 돼지가 울타리를 뛰어넘는다.  중국 대사의 공식항의로, 두 번째 얘기는 금지됐대나 어쨌대나. 

 

   세 번째 우스개는, 14억 인구가 한 달에 한 번씩만 목욕을 해도 수심 얕은 황해바다 어류가 몽땅 폐사할 수도 있으니, 그들이 약간 더러운 것은 우리에게 오히려 축복이라는 것.  공장폐수에 더하여 생활하수까지 마구 오염된다면...  세계제일의 미세먼지 생산국 옆에서, 숨 막히는 고통에 바닷물까지...  미우나 고우나 일본인과 음식은 깔끔하다.  청결도로 보면 아마 우리가 중간쯤 가려나?  역시 민도의 차이일까?  일본의 현대적인 문화와 조선시대를 겨우 면한 한국과 원시시대의 중국... 
 초딩 때 왁자지껄 시끄러운 교실에 들어오신 선생님은, “야, 이놈들아! 호떡집에 불났냐?” 호통을 치셨다.  그때만 해도 호떡집 주인은 거의 왕 서방이었다.  사성의 성조에 따라 리듬을 타는 중국어는, 밋밋하고 조용한 우리말에 비하여, 싸우는 것처럼 들릴 때가 많다.  넓은 대륙에서 소리를 질러야 들리는 환경 탓도 있을게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위에 대한 ‘배려’를 못 배운 배경이 한몫했음에 틀림없다.
 서울치대의 소공동시절, 경남극장 뒷골목에는 작은 식탁 너 댓 개짜리 중국집이 판자촌처럼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서민식당으로, 달착지근한 콩 국물에 찹쌀꽈배기 튀김을 적셔 먹는 가장 값싼 식사가 또우장(豆醬)이었던가?  박대통령이 강제철거하면서 사라진 음식인데, 2년 전 문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때 드셨다는 ‘혼 밥’ 설명과 닮았다.  중국 대도시의 사회문제라는 미숙련 농민공(農民工)들도 먹고 살아야하니, 그런 음식문화가 남아있나 보다.  문제는 국빈을 불러놓고 주석은 자리를 비우며 무시하고, 손님에게 이런 음식을 혼자 먹게 하는 무례(無禮)다.  말로는 호혜평등의 국제사회 리더를 자처하면서, 우리를 2천 년 종처럼 부리던 나라로 보는가?
 밉던 곱던 한 나라의 영도자인 김정은을, 당신(닌)도 아닌 너(니)라고 부른단다.

 

   시끄럽고 더럽고 무례하다는 세 낱말의 머리글자를 모으면 ‘시더무’가 된다.
 도광양회·유소작위·대국굴기, 한걸음씩 향상하는 흐름은 좋지만, 잔치도 주위에서 함께 축하해줘야 더 빛난다.  “당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격언은 실천하기 그리 어렵지 않다.  ‘시더무 극복하기’ 국민운동이 먼저다.  그 다음 대의명분의 대국답게, ‘국가의 성취목표’를 바로 세우는 것이 정도(正道)다.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