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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정체성 바로 알기 3: 용어로 정리하기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98>


 

   삼국시대 이전 한반도의 중·남부에 있던 연맹왕국인 마한·변한·진한을 삼한(三韓)으로 통칭한다.  도합 78개의 국(國) 중에 마한 백제가 백제로, 변한 구야가 가야로, 진한 사로가 신라가 되었다.  삼국시대 이후 삼한이 신라·백제·고구려의 의미로 변하였으니 바로‘대한민국’의 어원이며, 마한을 고구려 - 변한을 백제 - 진한을 신라로 본 최치원의 일통삼한(一統三韓)이라는 기록이 ‘통일’의 기원이다.
 그러나 삼한시대에 북쪽에는 부여·옥저·동예가 있었고, 3국 시대 백제·신라·가야의 북쪽에는 고구려가, 통일신라의 북쪽에는 발해가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은 신라 경순왕의 항복을 받고 후백제를 병합하여 후삼국을 통일하였다(936).  엄밀하게 말하면 신라의 통일은 남·북국시대로 이어졌고, 명실 공히 남과 북을 아우르는 ‘한반도 통일’의 주역은 고려였다.  그 결과로 우리는 Corea (Korea) 라는 영자(英字)이름을 얻었고, ‘고려연방제’라는 작명(作名)에도 그런 뜻이 담겨있다.

 

   ‘적폐청산(積幣淸算)’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적폐의 판정기준이 상대와 사안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다면, 청산은 사적인 원한을 풀려는 싸구려 갑 질로 전락한다.
 반만년 역사에 최악의 적폐는 무엇일까?  단 3년 만에 전국토를 잿더미로 만들고 3백만의 인명을 앗아가, 전 국민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6·25 남침’이다.  이미 70년이 다된 죽은 김일성 소행이라고 둘러대 봐야, 국제사회에서 전범에 대한 시효를 없앴고 김씨 일가는 3대째 ‘상속포기’를 한 적이 없으니, 부채도 당연히 김정은 몫이다.  둘째, 역사상 가장 포악한 ‘인권유린’의 적폐는 천하가 다 아는 현재진행형이다.  셋째 ‘북 핵’의 적폐다.  원자력발전소는 인적·물적 자원을 최대로 집중하여, 비용절감·환경보호·안전을 기하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다.  발전소를 반대하면서, 핵폭발로 방사능을 무한 방출하는 대량 ‘인명살상무기’의 메이커 전쟁광에게 온정적이라면, 그 자체가 모순이요 적폐다.  진정으로 평화·통일을 원한다면 이 세 적폐에 대한 조치, 최소한 응분의 성의표시는 해야 한다.  애들 싸움의 화해도 싸움 건 쪽의 사과가 먼저다.  평양의 경제사정을 뻔히 알면서 세월 호 식 배상을 요구할 국민은 없다.  남침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으로 족하다.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도 실정에 맞도록 점진적인 개선 약속이면 된다.  가장 쉬운 일이 ‘북 핵 폐기 선언과 상응조치’다.  이상이 바로 성의표시요 김위원장의 ‘방남(訪南) 여건’조성이다.  이 같은 ‘한반도 평화구상’이 실현된 다음 통일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순서다.  남쪽 패거리정치와 북측 패밀리통치를 그대로 둔 채 강행하는 통일은, 더 큰 고통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

 

   베트남은 평화협정 직후 공산 월맹의 반칙으로 무력통일 되었다.  보트피플과 남측국민 재배치의 비극에 불구하고, 비교적 작은 출혈로 통일에 성공한 것은, 프랑스·일본·미국으로 이어진 외세에 대한 염증과 국민영웅 호치민에 대한 존경에 남·북 모두가 공감했기 때문이다.  예멘 역시 평화통일 2년 만에 공산군이 무력 접수한 뒤 혼란에 빠졌고, ‘금세기 최악의 비극’이라는 내전 끝에 아슬아슬한 휴전 협상 중이다.  자유민주체제가 공산체제를 흡수 통일한 독일의 경우도, 막강한 경제력에 특유의 인내심과 합리주의의 뒷받침이 있었다.  경제·외교의 현격한 격차 탓에 평화롭게 갈라선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26년 만에 문제의 격차를 극복하고 나란히 번영하고 있다.  이상의 예를 보면 통일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통일 지상주의’는 수순착오다.  소통과 통합으로 ‘남남갈등’을 봉합한 연후에야,  ‘남북통일’ 성취와 통일한국의 관리 능력을 떳떳하게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