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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편향된 시각·도박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⑥


최장수 정보기관 수장을 지낸 고 김모씨의 미확인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재벌총수를 불러 내기골프를 하는데()당 한 장한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부장에게 이기려는 간 큰 위인은 없겠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지면서 점 당 만원씩 정확하게 지불한다. 시합은 이어져 드디어 부장이 큰 점수 차로 이기는 날이 왔다.

회장님이 고심 끝에 점당 백만 원씩 계산해서 봉투를 보냈더니 전화로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 사람아, 나를 졸로 보나?” 결국 얼마를 냈는지는 상상에 맡긴다.

정보기관이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하던 시절의 서글픈 이야기다. 근래에는 너무 힘이 빠져 오히려 국민들이 걱정하거니와, 북핵의 공갈에 맞서고 산업정보를 지키는 등 국익보호의 첨병으로서 밝은 이미지를 되찾고 있다. 드라마‘7급 공무원에서 보는 구호처럼... “자유와 진리를 위한 무명의 헌신!”

 

골프채를 잡은 지 20여년에 꾸준하게 핸디 20인 필자는 내기골프가 질색이다.

아마추어 골프는 스포츠도 아니요, 그저 시간과 돈을 들인 만큼 정확히 비례하는 게 핸디라고 믿는다. 아니 하나 더. 머리가 단순해야 한다. 멘탈이니 뭐니 하지만 결국 생각이 많은 사람은 백전백패라는 뜻이요, 감질나게 맞다 안 맞다 하니까 중독성이 강하다. 핸디와 멘탈과 중독성이라는 삼박자를 두루 갖추었으니, 접대나 뇌물 건네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유혹이 강한만큼 더욱 더 신사도를 지켜야하고, 간단한 식사비 정도를 초과하는 내기는 당연히 도박이다. 몇 년 전 어느 판사가 억대 내기골프 피의자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운동경기는 경기자의 기량이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도박이 아니다.”라는 취지였다. 타짜를 끼워 넣고 핸디를 속여 판판이 져주다가, 판돈을 한껏 부풀린 다음 한 큐에 물 먹이는 것은 가장 고전적인 도박 수법 아니던가? 이 양반의 단순논리로 재면 근래에 물의를 빚고 있는 프로 스포츠의 승부조작도 다 무죄다. 법전만 줄줄 외우면 합격하는 제도로는, 이처럼 시야가 극도로 제한된 외골수 법관의 탄생을 막을 길이 없으므로,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물론 이 제도 하나 만으로 자질이 애매한 법조인 배출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도박장을 연 행위가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하는 면이 있지만, 이미 거약(巨惡)을 범하고 있는 국가의 손으로 피고인을 중죄로 단죄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사설도박장을 개설, 수십억을 번 피고에게 징역 집행유예를 선고한(추징금·사회봉사는 인정) 이모 판사의 판결 취지다. 국가는 복권·경마·경륜과 내국인 카지노 등 도박 개장행위를 하고 있으면서, 개인의 같은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 판단을 필자 나름대로 한번 분석해 본다.

첫째, 법률을 적용하는 전문인으로서 불법과 합법을 넘나들고 있다. 판사라고 해서 법률에 의하여 행사하는 정부의 행위를 거악, 즉 불법이라고 판단할 권리를 부여받은 것은 아니다. 둘째 판사로서 양심에 비추어 판단했더라도 판단이 법률을 초월한다면, 위헌심사 제청 같은 별도의 채널을 통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가 거악행위의 주체라면, 바로 그 정부에 의하여 부여된 자신의 직분에 중대한 흠결이 발생하므로, 그 자신도 판단할 자격을 상실해야 옳다. 넷째 일단 발령된 직분이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그는 거악기구의 법률행위를 행사하는 일선기관으로서, 발령자인 국가 법률에 정면으로 반하는 모순에 빠진다. 다섯째, 국가사회의 존립기반을 뒤흔드는 매우 위험한 Anarchist 적 사상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이코패스 살인범들도, 유사시에 대량 살인을 예비하는 군대라는 조직의 거악에 비하면, 일반 잡범 정도의 가벼운 처벌에 그쳐야 할 것 아닌가.

 

결국 개인적으로는 유치원생처럼 귀엽고 순수하지만 법관으로서는 지극히 편향되고 위험한 발상이다. “큰 도둑은 훈장을 받고 작은 도둑만 감옥에 간다.”또는 나라가 제일 큰 도둑놈.”이라는 정서는, 포장마차 속에서 주고받을 감상·신파적인 대화이거나, 아니면 국가론 같은 정치철학의 범주에 들어갈 거대담론이지, 공정하고 객관·현실적인 판결에 적용할 주제는 아니다. 국가사회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 판결에도, 일탈할 수 없는 상식적인 한계가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글: 임철중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대전광역시 치과의사회 회장

대전`충남 치과의사 신용협동조합 창설 및 이사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문화상 수상

대한치과의사협회 공로대상 수상

대한치과교정학회 부회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대전문화예술의전당 후원회 창립 및 회장

대전방송 TJB 시청자위원

대전광역시 문화재단 이사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