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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동물학대와 과잉반응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90>

 

 

   몇 년 전 대전에서 경찰의 실수로 인질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설득 끝에 인질에게 칼을 겨눈 채 나온 범인을 죽도(벨 수 없는 연습용 대나무 칼)로 내려쳤다.
 범인은 반사적으로 인질을 찔렀으니, 경찰이 무고한 사람을 죽인 셈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렇게 ‘미련한’ 사고를 막으려고 현장교본(Field Manual)을 만들고, 실전 같은 모의훈련을 한다.  인질사건은 확실한 인질보호와 범인‘제압’이 최우선이다.
 오래전 얘기지만 사슴목장에 초대를 받아 피를 먹은 적이 있다.  어차피 잘라야 할 사슴뿔(鹿茸)이요 그 때 흐르는 피를 술에 타서 마신다.  철망을 두른 공간에 말만한 엘크를 몰아넣고 수의사가 파이프 총으로 마취약을 쏘는데, 연거푸 세 발을 맞고도 쓰러지기까지 족히 5분쯤이 걸렸다.  지난 9월 18일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퓨마 한 마리가 우리를 탈출했다.  마취 총을 맞고 포획했다는 소식에 안심했는데, 한 시간쯤 지나 결국 사살했다는 정정뉴스가 나오자, 전국의 네티즌들은 후끈 달아올랐다.  “평생 갇혀만 살던 불쌍한 퓨마, 마취 총으로 생포를 해야지, 아름답고 우아한 동물을 왜 잔인하게 쏘아죽였느냐?  이건 동물학대다.”  비난이 쏟아졌다.

 

   마취 탄을 맞출 만큼 ‘거리가 가깝고 열린 공간’에서 맹수를 만나면 ‘제압’은 고사하고 생명이 위험하다.  마취약이 흡수되기를 기다릴 여유도 없고, ‘선불 맞은 호랑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막다른 궁지에서 고양이 과 맹수는 제 키의 세배를 단숨에 도약한다.  마취 탄이 아닌 실탄을 쏴도 한 방에 쓰러뜨릴 위력(Stoppable Impact)이 없다면 치명적인 반격을 당한다.  날은 어두워져 포획 팀은 물론 퓨마가 자칫 동물원 울타리마저 넘으면 시민의 안전도 위협당할 상황에서, 사살여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네티즌들의 과잉 비난은 우리 고질병인 감상적 온정주의와 무지(無知)에 더하여, 지나친 반려동물 열풍까지 가세한 결과라고 본다.
 조금만 번화가에 가면 반려동물 병원에서 미용원과 호텔, 메디컬센터에서 장례식장까지 쉽게 만난다.  이런 현상이 인간과 동물(개·고양이)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동물의 왕국이 인기를 끌면서 길들인 짐승(Domestic)과 야생동물(Feral) 간의 구별도 혼란스럽다.  핵 가정·인구 고령화 그리고 비혼 만혼 이혼(非婚·晩婚·離婚)에 소통 부재까지, 외로운 ‘나 홀로 인생’이  천문학적으로 늘자, 시린 옆구리를 애완동물로 달래려는 수요(Needs)의 폭발로, 애완동물(愛玩: Pet)이라는 어휘는 어느덧 반려동물(伴侶: Lifelong Companion)로 격상되었다.

 

   유사 이래 개는 인간의 좋은 친구(Best Friend)였으나, 몇 십 년 전만해도 그 역할이 한정적이었다.  집 지키는 개(番犬)-사냥개(獵犬)-노동력(使役犬: 양 몰이-썰매나 수레 끌기) 외에 소수 애완견(愛玩犬)이 거의 전부였다.  계절이나 지역·기호에 따라 식용으로 희생당하기도 했다.  이제는 날카로운 후각과 복종·충성심을 활용한 전문직(맹인 인도, 인명구조, 마약탐지)은 물론 인생 반려의 반열까지 올라섰다.
 필자는 부부간에나 쓰는 ‘반려’라는 표현이 낯설다.  반려는 애완에 비해 쌍방소통·상호존중이 대전제인데, 일방적인 배려나 감정·변덕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관계에 이 말을 쓸 수 있는가?  다음, 수명이 비슷한 남녀와 달리 개·고양이는 그 1/5도 못산다.  생로병사를 지켜보고 때로는 안락사를 포함한 상실의 고통(Grief Reaction)을 겪는다.  또한 소형 견들은, 몇 백 년의 육종으로 왜소화 섬약화를 거치면서 야성을 잃어, 성격이 날카롭고 의존적이며 병약하다.  작고 약한 품종을 만드는 일 자체가 무서운 동물학대가 아닌가?  유기(遺棄)견 숫자 1, 2위를 다투면서, 불가피한 맹수 사살을 동물학대라고 외치는 것은, 아무래도 앞뒤가 안 맞는다.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