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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개량한복과 과잉반응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88>

 

 

 

   경제가 어려워지니 광고가 줄어 방송계가 고전 중이라는데 종이언론(일간지)은 말할 것도 없다.  그나마 대기업 가전제품과 자동차가 명맥을 잇고, 인구 노령화에 맞춰 효과가 알쏭달쏭한 건강식품·대체의학 제품들이 틈새를 채운다.  그런 중에 제법 내용이 쏠쏠하고 가격도 실한 상품을 잇달아 히트시키는 광고계의 효자 M사가 있는데, 최근 “전통의 아름다움과 멋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 했다는 ‘M 생활한복’을 출시하였다.  1980년대 초 주택공사에 수용되기 전 필자의 본가와 외가(용운동과 법동)는 중농고택(中農古宅)이었는데 큰 사당(祠堂)이 있었다.  큰집에 입양된 증조부 유훈으로 4대 봉사(奉祀) 제사 끝에 4년 전에 매혼(埋魂)을 하였다.
 잔을 올릴 때마다 길게 늘어진 도포 소매가 가로 걸쳐, “이렇게 불편한 의관 탓에 조선조가 망했지.”라고 중얼대다가 선친께 눈물이 쏙 빠지도록 훈계를 들었다.
 까다로운 의관정제(衣冠整除) 자체가 조상님을 뵙는 마음가짐이요, 다른 제물(祭物)을 건드리지 않도록 왼손으로 소맷자락을 받쳐주는 자세가 조신한 몸가짐이라는 것이다.  의관정제란 “옷을 격식에 맞게 차려입고 매무시를 바르게 함” 아니던가?

 

   의관정제는 조선 오백 년을 이어온 양반의 복식규정(服飾規定: Dress Code)이다.
 군인·경찰이나 명문 사립학교에는 제복(Uniform)이 있고, 미국 FBI는 모자 쓰고 Y셔츠에 넥타이까지 맨 정장양복(Formal Suits) 차림이라고 한다.  손님을 대하는 창구직원은 정갈한 신뢰감을 위하여, 사적인 클럽이나 파티에서는 약속과 귀속감을 위하여, 골프장 클럽하우스나 격 있는 레스토랑에서는 주변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품위유지를 위하여 정장을 입는다.  준비 못한 손님에게 캐주얼 코드로서 재킷과 나비넥타이를 빌려주기도 한다.  조선시대에 양반이 외출하려면, 망건에 갓 쓰고 보선에 행전 치고, 도포에 승(繩)을 매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바지저고리 위에 두루마기를 입었다.  맨 바지저고리는 사실상 속옷차림이나 다름없다.  고교 동기생 중에 송년회 같은 모임에 유건을 쓰고 도포차림으로 나오는 친구가 있다.  논어 주역을 읽어 나름대로 덕담 한마디씩을 준비해오는 영양가 있는 친구다.  이에 비하여 공식행사에 생활한복차림으로 나온 친구에게 필자는 뼈있는 농담을 던진다.  “어이, ‘마당쇠’가 웬일로 어른들 틈에 끼어드나?”

 

    어느 나라든 전통 정장은 현대 생활에 불편하고 비능률적이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은 원형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무나 노동에 편하게 수정·개량한다.  개량 한복이 한복이냐에 대하여는 찬반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퓨전은 몰라도 전통이 아님은, 클래식음악과 생활음악의 차이만큼이나 분명하다.  한복 입은 입장객은 고궁(古宮) 무료입장에 종로구 116개 음식점 10% 할인혜택을 받는 데, 개량한복을 제외시킨다하여 찬반토론이 치열하다.  서빙에 방해된다면서 한복손님을 꺼리는 레스토랑에 비하면 반가운 소식인데, 개량한복에도 혜택을 주는 것은 반대다.
 역사와 전통을 찾아 고궁을 찾은 국내 외 관광객들에게 현장감(Being there)을 높여주고, 입고 걷는 불편을 감수하고 동참한 본인에게도 자긍심을 키워주는 이벤트라면, 약식(略式) 드레스 코드는 반칙이다.  그것은 개량 복식에 혜택을 주지 말자는 벌점(Penalty)이 아니라, 전통 한복을 입은 사람에 대한 격려(Incentive)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 자체가, 마치 형사재판을 법이 아니라 국민청원으로 왜곡하려는 ‘인민재판’식 과잉반응이요 떼 법일 뿐이다.  이 사건에서 아이디어는 하나 얻었다.
 고궁 직원에게 몽땅 개량한복을 입히면 어떨까?  그분들이야 말로 관광객을 위해 일하는 마당쇠들이니까.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