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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미 투(美 鬪) 3 : 우병우, 우향우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69>

 

   아주 흔한 유머 하나.  한 남자가 알몸으로 여탕에 들어갔다.  신고 받고 출동한 순경의 체포 죄명은 불법무기 소지죄인데, 재판장은 무죄를 선고한다.  판결이유는 물총은 흉기가 아니라는 것. 

 1960년대에 의치대나 법대에는 여학생이 2, 3% 정도였다.  하느님은 한 사람에게 두 가지 선물을 주시는 데에 무척 인색하시니, 그분들의 미모는 상상에 맡긴다.  천지가 개벽하여 요즘 판검사 임용 보도를 보면 여성이 보통 3, 40%다.  남녀불문으로 공부 잘하는 친구가 인물까지 훤하다.  헐리웃에서 불어온 ‘미투’바람을 한국에 도입한 서지현 검사도 “검사 맞아?”할 만큼 뛰어난 미모다.  권력기관에 있는 분일수록 권력에 약한 법인데, 비록 8년이 지난 일이라도 조직의 상관을 고발한 용기에, 사회 곳곳에서 반응이 뜨거웠다.  그것도 잠시, 문학·연극계에 옮겨 붙은 불씨가 역풍을 타고 문화계 전반에 번지자, 뜬금없이 음모론이 떴다.  꼴뚜기인지 망둥이인지 항상 헷갈리는 딴지일보 김어준이,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다.”라고 주장한다.  흔히 진보적 좌경 인사가 성적 절제력이 흐릿하다는 통념 탓에 제 발이 저렸는지, 여권 일각에서도 상당수가 음모론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프랑스대혁명 당시 의석(議席) 배치로 좌우 편 가르기가 시작되었다.  왕당파·온건·보수는 오른쪽, 공화파·과격·진보는 왼쪽으로 갈라 앉은(좌·우익) 것이다.   의장석에서 바라본 방향이 좌우였을 뿐이지, ‘Right’는 ‘옳은, 정통’의 뜻이고, 왼손잡이(Leftist)는 ‘소수’라는, 언어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다만 혁신·진보는 전통의 변화·파괴를 의미하므로, 기성체제의 경계·견제를 피하기 위해, 위장하고 가명을 쓰며 비밀리에 행동해온 역사가 있다.  따라서 혁명과 생존을 위해서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고, 군대보다 엄격한 서열에, 남녀를 가리지 않는 동무들 간의 긴밀한 소속감이 필수였다.  6·25 당시 지리산에 고립된 빨치산(Partisan; 共匪)들의 혼숙(混宿)은 영화 ‘피아골’에 잘 그려져 있다. 

 또 한 가지.  미투의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여권신장(女權伸張)은, 좌파의 꿈을 실현한 구소련·중국·북한 등 공산국가에서는 그 흔적조차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진보층은 적어도 성 문제에 관한 한, 도덕적으로 우월하지 못한 것이다.


   청년이 진보가 아니면 심장이 없고, 중년에 아직도 진보면 두뇌가 없다고 한다.

 지혜와 연륜이 쌓여 세상을 조금 알게 되면, 인간은 온건 보수로 성숙한다.  우리나라에는 예외적인 인간이 너무나 많지만...   “북쪽에는 공산국가 중 최악이, 남쪽에는 자유민주국가의 예외가”라는 사실에 민족성이니 뭐니 실망을 말자.  열등한 군주를 모시다가 일제식민지로 전락하고, 남의 손에 독립을 얻자마자 나라가 뒤집히는 김일성 침략을 당했으니, 이만큼 살면 애 많이 썼다. 

 우병우 전 정무수석은 갓 20세 서울법대 3학년 때 29회 사시에 최연소 합격하였다.  김기춘을 정점으로 검찰 만능 통치를 하다가 카운터를 맞은 전 대통령의 핵심이었다는 죄로,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애초에 이름을 ‘우향우’로 지었으면 어땠을까?  “인간아, 나이 값 좀 하고 살자!”는 좌파에 대한 경고로도 좋고, 최소한 액 땜으로 험한 꼴은 면하지 않았을까?  알고 보니 서 검사의 가해자 안태근 국장은 우수석의 오른팔이라고 한다.  이 사실을 김어준 식 음모론으로 풀면, 우병우를 잡아넣기 위한 기획수사가 된다.  그렇다면 논둑 그슬리다가 산불 낸 꼴 아닌가?  검찰과잉 하다가 부머랑을 맞은 박근혜처럼, 아니 그대로 전수받아 따라하면서 특검을 예약하고 있는 그 누구처럼.  결국 남자의 물총은 흉기가 되었으니, 미투의 위력은 참으로 놀랍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