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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구속 영장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43>


   Habeas Corpus.  지난 2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을 보고 쓴 칼럼 제목이다. 

 영국은 이미 8백 년 전 인신(人身)을 함부로 구속하지 말라는 개념을 정립하였다(Magna Carta 1215년).  1679년 개정안으로 보강된 인신보호율 영장은 우리 헌법에도 인신보호법(Habeas Corpus Act)으로 규정되었다.  불구속 수사 원칙은, 확정판결 전 무죄추정의 원칙·적법절차의 원칙과 함께, 인권보호의 기본권이다.  피의자에게  검찰의 힘을 과시하여, 겁주며 기죽여 자백을 강요하는 구속이라면, 기본권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실상의 고문 내지 징벌이다.  도주와 인멸의 우려가 있거나, 주변 사람을 해칠 정도로 흉악한 피의자일 때 추가 범죄를 막으려고, 검사는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판사는 영장심사를 한다.  그러나 지극히 모호한 ‘중대한’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피의자가 판결 전에 징벌 받는 것은, 검찰의 ‘조사 편의주의’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검사는 임관 전에 그리고 판사는 영장담당을 맡기 전에, ‘구치소 체험’을 제도화했으면 한다.  일반인 신청도 받자.  동아일보에 박 전 대통령을 마땅히 구속해야한다는 의견을 주신 하승원 주부나, 민주당의 “변기 교체” 안민석 의원 및 ‘머리핀’ 정청래 전 의원에게도, 국가 부담으로 알몸 신체검사를 포함한 2박3일 구치소 숙박체험을 권한다.


   느닷없이 검은 지프에 실려 가면, 가족들은 영문도 모르고, 길게는 몇 달을 불안에 떨던 시절이 있었다.  눈을 떠보니 꽤 넓은 방에 덩그러니 책상이 놓였는데, 그 위에는 A4 용지가 두툼하고 볼펜도 있다.  아무거나 생각대로 많이 쓸수록 좋단다. 

 자해를 우려한 관례라며 옷을 홀딱 벗겨 가져간다.  간간히 어디선가 때리는 소리와 구슬픈 비명소리만 들릴 뿐 적막강산이다.  몇 시간 뒤에 그분이 다시 나타나, “아직 못 쓰셨군요.” 하며 드럼통 속에 꼼짝 못하게 쭈그려 넣고 뚜껑을 닫는다.

 통 안에 물이 들어온다.  서서히 코밑까지 차오르자 나도 모르게 비명이 나온다, “살려주세요!”  뚜껑이 열리더니, “오늘밤까지 다 쓰세요.”  평생을 정직 성실로 사업만 하며 살아온 기억과 무사히 나가면 더 착하게 살겠다는 다짐을 적는다.

 다음날 글을 보더니, “다시 쓰세요.”  전날의 반복이다.  이번에는 초등학교 때 시험에 커닝한 일, 중학 시절 중국집에서 짜장면 먹고 달아난 일까지, 온갖 잘못을 고백하다보니 분량이 두 배로 늘었다.  그분이 읽어보고는, “마지막 기횝니다.” 하며 나가자, 또다시 악몽이다.  거의 심신미약 상태에서 소설을 쓴다.  화두는 지프차 안에서 흘려듣고 코웃음 쳤던 혐의다.  목숨은 건졌으나 혐의(?)는 확정되었다.

 70년대에 지인에게서 들은 얘기다.  때리고 물 먹이는 것만 고문인가?


   박근혜의 구속에 공범(아직 확정은 아닌, 최순실 김기춘 이재용 조윤선 안종범)들과의 형평을 따진다.  공범인 사형수 둘 중 한 사람을 집행한 뒤 진범이 밝혀졌는데, 형평을 위하여 나머지 한 사람도 사형시키라는 주장을 닮았다.  과잉(?) 구속이라면 이미 구속된 피의자를 불구속으로 전환하면 된다.  하물며 그들은 막강한 권력을 쥔 대통령이 탄핵당하기 전이어서 격리가 바람직하던 시점인데 반하여, 박근혜 구속은 최고위 공무원 대통령직에서 탄핵이라는 극형을 받고 파면되어, 계급장 떼고 달아날 곳이 없는 신분이라는 점도 다르다. 

 경제공동체라는 용어는 EU의 모체가 된 유럽경제공동체(1957)에서 쓰던, 다소 생소한 말이다.  최순실이 박 대통령 옷값 내주고 삼성동 집도 대신 사줬으니(27년 전), “주머닛돈이 쌈짓돈”이요, 최에게 준 돈은 박에게 준 것과 똑같다는 추정의 근거다.  추정이 확정될 때까지 만이라도, 최소한 뇌물죄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하지 않았을까?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