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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국정농단 3 : 대사관 앞 소녀상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39>


   최근 일본 거주 중국인들이 APA 그룹 호텔에 비치된 모토야 도시오의 저서에서, 극우 역사관을 보고 놀라 시위를 벌였다.  필자는 2013년 7월 니가타에서 그 책을 읽고, “피해자 놀이” 등 5편의 칼럼으로 왜곡된 역사를 논박하였다.  그룹회장인 저자는 대일본제국 부흥을 꿈꾸는 아베수상의 열렬한 후원자다.  다음해에 “종군위안부와 성노예” 시리즈에서는, 오리발 내미는 아베정권을 꾸짖었다.  두 문제는 독도와 함께 우리 가슴에 염장을 지르고, 흥분한 일부 국민의 과민 반응은 피해를 자초하였다. 

 싸움이든 흥정이든 국제관계도 먼저 흥분하는 편이 진다.  경기 도중 골대를 옮긴다는 일본의 비난은 국제여론의 지지를 얻었고, 대사 소환과 외화스워프 협상연기와 정보 상실로, 우리는 외교·경제·군사 모든 면에서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외환위기(1997) 때에 결정타가 일본의 지원 거부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마침 대통령탄핵으로 인한 리더십 부재와 맞물려, 미·중·일·러 등 국제정세의 격변 가운데, 대한민국은 고립무원의 외톨이로서 궁지에 몰리고 있다.


   전투 중에도 대화의 창구는 열어두려고 백기를 든 사자(使者)는 해치지 않고, 외교관의 행낭은 뒤지지 않는다.  세계만방이 대사관의 치외법권을 인정하고, 상호간 최대한 존중과 배려를 한다.  대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은 문명국에서 상식 밖의 일이요, 아무리 도(道)의원 수준이 개판이라 해도, 독도에 세운다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폭거다. 

 소녀상 제작 의도와 완성도는 깊고 또 높다.  그러나 설치장소는 손님격인 대사관·영사관 앞이 아니다.  영순위는 독립기념관이요, 역사박물관, 서울·대전 현충원이 그 다음이다.  중화사상에서 나온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은, 본시 존경 보다는 제법 신통하다는 뜻이지만, 공맹(孔孟)을 외우던 우리나라에 어찌 이런 무례가 횡행할까?  그 바닥에 ‘떼 법’ 또는 국민정서법이 깔려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요철(凹凸) 블록을 깔고 앉은 노점상과 이를 단속 못하는 구청장이 좋은 예다.  최소한의 공공질서를 지키려는 공권력이, 저항을 만나면 맥없이 꺾이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흔히 인용되는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가 맞는가?  주권은 ‘시위대’에 있고 권력은 ‘촛불’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닌가?  2008년에 70만이 모였다던 광우병 촛불집회가 과연 올바른 민심이었는가?  공권력이 대사관 앞 불법 설치물도 처리하지 못하는데, “제왕적 대통령”이라니... 


   고모부를 고사포로 처형한 김정은이 친형까지 죽여 악마의 본성을 드러내었다. 우리는 핵폭탄과 미사일을 쥐고 위협하는 이 인간 말종과 휴전상태로 대치중이다. 

 그러나 꼭 필요한 군사기지마저 기밀을 몽땅 까발린 채로 주민과 시민단체에 구걸해가며 몇 년을 끌어야 건설한다.  떼 법의 지뢰밭에서 국가경영을 맡은 대통령은 편법으로라도 일을 해야 하고, 손에 잡히는 칼을 휘두르다보니 ‘검찰 과잉’으로 간다.  극심한 불경기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는 필수이지만, “증세(增稅) 없는 복지”는 애초부터 허언이었고, 결과는 엄청난 세수 증대로 나타났다.  봉급생활자는 물론 자영업자도 빅 데이터 덕분에 수입이 유리알처럼 투명해지고, 영수증 없는 경비·교육비·주거비 지출은 늘어, 중세(重稅) 폭탄을 맞았다. 

 불안과 불평등이 일으킨 세계적인 분노의 불길과 일부 미디어의 부채질 속에, “검찰과잉과 중세”는 박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한 오라기 정마저 날려버렸다.  이제 와서는 탄핵심판·정권교체·개헌 등 어떤 변화도 ‘떼 법의 청산’ 없이는 무의미하다.  누가 정권을 잡든지 간에, 상식이 통하는 법치의 실현은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