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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국정농단(壟斷) 1 : 농단의 역주행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37>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 이래 최악의 재앙인 문화대혁명은, 북경대학교 벽에 나붙은 한 장의 대자보에서 시작되었다.  내용의 진위와는 관계없이 인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던 선각자(당권파: 류샤오치 덩샤오핑)들은 인민재판으로 숙청당하고, 그 후 10년간 사망 34,800명에 피해자가 729,511명(실제로는 몇 백만?)에 달하였다.

 마오쩌둥은 장춘하오가 장악한 공식 미디어와 대자보(오늘날 인터넷 언론)를 동원하여 반대파를 모조리 실각시켰다.  그것은 대약진운동의 참담한 실패로 실각했던 마오가 권력을 탈환하기 위하여, 홍위병의 떼 법을 동원한 ‘국정농단’이었다.


   농단이라는 말은 사전적 어휘라기보다 “가지고 놀다” 정도의 의미니까, 형법상 ‘농단’이라는 범죄는 없다.*  문제는 대통령이라는 직책의 중량이다.  JTBC 등 최순실 사태를 주도한 미디어들은, 첫째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막중한 나랏일을, 무지몽매한 여편네에게 떠맡겼다는 논리를 펴왔다.  탄핵단계에 와서는 용인 판결을 피하려고 영리하고 교활한 기획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무지와 영리 사이에 일관성이 없으니, 만약 똑똑하다면 무지한(?) 박대통령이 사람 하나는 잘 골랐다는 결론이 된다.  둘째 20대에 참혹하게 부모를 잃고 집권자에게 외면당하여, 고생하던 시절에 신변을 지켜준 사람.  정치인으로 재기할 때에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사람.  영욕을 오갈 때마다 족집게처럼 앞일을 예언해준 사람. 

 이런 사람을 제쳐두고 누구를 신뢰할까?  셋째, 역사가 증명하듯 웅변으로 대중을 설득하고 신뢰를 얻는 일은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이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인기의 1/3 은 “다나 까” 즉 확신에 찬 군인다운 말투였다.  연설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말투는, 억양·단락·어미(語尾)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세 박자가 낯설면 혀가 꼬이고 말을 더듬는다.  능숙한 성우나 아나운서에게도 입에 맞는 떡이 있다.
 요점 몇 줄을 가공하여 내 말로 만들어줄 Speech Writer는 필수적인 것이다.


   평생을 맑은 외교관으로 살아온 반기문 총장이, 돈이 없어 정치를 못 한다는 말은 엄살이 아니었다.  당(黨)과 스폰서의 도움 없이 비서 운전기사 수행원 일당까지 내 지갑을 열어야하고, 회견장 빌리고 사람 움직일 때마다 들어가는 식비와 사용료를 감당하기 어렵다.  박근혜가 정치를 시작할 때도 당연히 ‘물심양면’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국정에 바쁜 대통령은 한가하게 인물을 심사할 겨를이 없다.

 6공 때는 황태자 박철언, YS 에게는 김현철, DJ 는 세 아들이 거들었다.  삼성의 창업자 고 이병철은 인물 면담할 때 역술인 백운학을 옆에 앉혔다고 한다.  문재인은 표창원을 발탁했지만, 입만 열면 망언이요, ‘더러운 잠’ 전시가 왜 문제인지도 모르는 편협함을 미리 몰랐다.  안보 보좌관으로 선택한 전인범은, “아내의 비리가 밝혀지면 권총으로 쏴 죽이겠다.”고 극언한 순간, 버렸어야 옳다.  아내는 즉결처분할 수 있다, 즉 내가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범죄형 성향의 위험인물 아닌가. 

 범죄적 망언을 못 알아보고 지나친 문재인.  결론적으로 사람 보는 눈이 어둡다는 결점은 탄핵사유가 아니다.  극도의 불황과 양극화와 철없는 자들의 갑 질, 그리고 북한을 비롯한 국제정세 불확실성의 위기 속에서, 시민사회의 불안·불만·분노는 한계점을 넘었다.  임기 내에 많은 것을 해결하려던 박대통령의 과욕은, ‘최순실 국정농단’을 겨냥한 ‘언론 농단’의 부채질로 혼란이 부풀어, 이제 아무도 손대기 힘든 ‘떼 법 농단’의 단계로 역주행하고 있다.  해결의 단초도 내놓지 못하는 정치계는 여야 할 것 없이 혼란의 공범 아닌가.  헌재를 향한 강요의 입을 다물라. 

 시민사회의 봉합을 원한다면 개헌이 정답이라는 1987년의 교훈도 잊지 말라.

                                              

* 농단의 어원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여 이익을 독점한다는 뜻이지만, 실제 쓰임은 실세(實勢)의 막후조정, 즉 영어의 Manipulation 쯤 된다.  쥐락펴락 갖고 놀기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