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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옛 동산에 올라 2 : 오빠생각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99>

 

   안익태씨 이전에 애국가는 스코트랜드 민요 ‘올드랭자인’의 곡을 빌려 썼다. Auld lang syne은 영어로 Old long since, 즉 “그리운 옛 시절”로 Those were the days! 와 통한다.  추억은 누구에게나 가슴 뭉클한 아픈 손가락이니 ‘추억장사’는 밑지는 법이 없다.  ‘응팔’의 대박이 드라마의 장군이라면, ‘오빠생각’은 영화계의 멍군이다. 

 영화 국제시장이 관객 1.400만 명을 넘겼을 때 예상된 추억상품의 수작이다.  국제시장은 흥남철수작전에서 시작하여 광부·간호사의 서독 파송(派送) - 월남 파병 – 중동 건설로 이어지고, 1983년에 “이산가족 찾기”의 눈물바다로 정점을 찍어, 6·25의 잿더미에서 기적을 이룩한 대한민국의 ‘개발연대기’였다. 

 ‘오빠생각’은 단순한 연대기(年代記)를 넘어, 그 기적을 가능케 한 우리 민족의 저력, 즉 강한 연대감(공동체 의식)과 불굴의 자립 의지를 그린 ‘작품’이다.

 

   중학생 때 본 전송가(Battle Hymn, 1957)는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한(1985) 미남 스타 록 허드슨 주연의 A급 영화다.  딘 헤스대령은 1950년 12월 중공군에 쫓기는 급박한 1·4후퇴 상황에서, C-47 수송기 15대를 동원하여 전쟁고아 천여 명을 제주까지 피난시킨 은인이다.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민간인, 그 중에서도 아이들이다.*

 내 한목숨 건사하기 바쁜 어른들이 고아들 돌보기에는 역부족이었고, 2차 대전의 참상을 겪어본 미군 장교나 종교단체의 공이 컸다.  영화‘오빠’에서 감동적인 장면을 보자.  때는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이니, ‘응답하라 52’쯤 된다.  풋내기 장교 한 중위(임시완)가 군부대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의 책임을 맡아, 아이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심어주려고 합창단을 만든다는 설정이다.  인민군에게 부모를 죽게 만들어 원수지간인 두 소년이 사사건건 싸우자, 한 중위는 이들에게 ‘아 목동아’와 ‘앤니 로리’를 동시에 부르게 한다.  전혀 다른 곡이지만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노래가 끝나자, 한 중위는 네 탓도 내 탓도 아닌 민족의 비극을 풀어낼 ‘합창의 힘과 화합의 의미’를 타이르고, 두 아이는 그 자리에서 원한을 푼다. 

 아 목동아(원 제목 Londonderry Air)는 아일랜드의 민요로, 사랑하는 아들을 전쟁터에 보낸 어머니의 심정을 읊은 노랫말이 이 영화에 잘 들어맞는다.  가장 아름다운 선율의 하나로, 시크릿가든의 롤프 뢰블란이 편곡한 ‘You raise me up’이 또다시 전 세계에 울려 퍼지고 있다.  앤니 로리는 19세기 스코트랜드 민요로 이루지 못한 사랑에 절절한 그리움을 노래한다.  아 목동아와 마디 수가 같고 선율 또한 절묘하게 어울려, 이 영화의 주제(主題)를 잘 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 서양음악이 들어온 역사는 짧지만, 선배들은 보다 아름답고 주옥같은 동요와 가곡을 많이 남겼다.  ‘오빠생각’은  최순애가 열두 살에 쓴 글이고(1925; 소파 방정환의 잡지; 어린이), 이듬해 같은 잡지에 16세 이원수의 ‘고향의 봄’이 실린다.  그런 인연으로 수원의 최순애와 마산의 이원수는 편지로만 연정의 싹을 키워, 10년 뒤에 부부가 된다.  민족 동질성을 길러주고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 되어 온 국민이 애창하는 보석 같은 두 노래가, 12·16세 소년 소녀의 작품이라니...   오빠생각은 계성중 교사 박태준, 고향의 봄은 홍난파 작곡이다.   여담 한마디...

 수원역에서 만나자는 약속이 어긋나 최순애는 첫 만남에 바람을 맞았단다(1935).
 이원수가 함안 독서회사건에 연루되어 경찰에 잡혀간 때문이다.  1년을 복역하고 나왔으나, 천황제 군국주의 국가의 전시 총동원체제에서, 식민지 조선 사상범 전과자가 가장으로서 살아가야 했던 팍팍한 삶을 짐작이나 하는가?  그래도 이분들을 싸잡아서 친일파로 낙인찍으며 국민화합을 외칠 수 있을까?

                                         

* 세계 10대 명화에 빠진 적이 없는 르네 클레망의 “금지된 장난(Jeux Interdits: 1952)”을 꼭 감상해보시기 바란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