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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나만 옳을까? 2 : 부음 난(訃音蘭)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95>

 

   “인쇄매체(일간지)의 사망”을 점치는 예언이 사이비종교의 종말론처럼 무성하다. 

 그러나 맬서스의 식량위기도 녹색혁명과 GMO로 넘어가고, 석유 고갈을 전제로 한 에너지 위기도 원자력과 각종 대체에너지 등 위태롭지만 잘 비켜가고 있다.  이런 예언들은 선구자적인 경고로 인류의 극복의지를 자극하여, 문제 해결은 물론 학문으로서 “미래학”의 정립을 앞당겼다.  라디오가 보급되자 발 빠른 현장감과 실시간 보도의 장점으로 신문에 큰 위기가 예상되었으나, 사건의 핵심을 정리하고 심층보도하며 지속적인 추적으로 기록을 남겨, 일회성인 방송과 서로 보완하면서 오히려 더 성장하였다. 

 TV가 등장하자 신문보다 영화계가 먼저 질식하리라는 예언이 나왔지만, 대형 스크린과 Blockbuster 및 안방이 기피하는 장르영화 등으로 진화한 영화계는, 제2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  이제 다시 메이저 TV방송사는(한국의 공중파 포함), CNN 이래로 전문화된 방송 내지 케이블 TV와 광고시장을 다투면서, 심각한 비상체제로 들어갔다.  최근에는 생사가 갈리는 분쟁의 현장에서, 핸드폰으로 찍은 X-등급의 동영상이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뉴스 매체가 신문 - 라디오 - TV - 케이블(전문) TV - SNS로 눈이 돌아갈 만큼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젊은 세대의 종이(인쇄)매체 외면현상이 가속화 하면서, 일간지는 없어지고 SNS로 대체될 것이라는 예언이 공공연해 졌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예언이 그렇듯 종이매체는 살아남을 것이다.  TV나 SNS 모니터의 동영상은 인상 깊고 역동적이지만, 30분만 지나도 내용의 대부분이 기억에서 사라진다.  대뇌에 확실하게 새겨지지(刻印) 않는 것이다.  반대로 활자매체는 인식단계부터 집중해야 하고 밑줄을 치면 더 좋으며, 중요한 부분을 추려서 기록하면(summarize) 금상첨화다. 

 책이 귀하던 시절에는 통째로 베껴 쓰기도(筆寫) 했다.  어떤 방식이던 간에 대뇌 속에 여러 가지 정보가 함께 남아있어야, 마구 흩어놓았다가 재정열하고, 짝 지우거나 연결하고, 대립 점에 세워보는 등 연상(聯想)작용이 가능하고, 거기에서 기발한 착상이나 창조적 사고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귀중한 정보가 널려있어도, 그냥 보고 흘려버려서 기억조차 희미하다면, 창조적 마인드에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일반 대중은 진한 조미료에 먹기 쉽게 생산된 “인스턴트”를 즐겨도, 사회를 이끌어가는 엘리트는 여전히 “재래식 밥상”을 선호할 것이다.

 

   식전에 또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펼쳐든 일간신문.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기사가 다를 것이요, 그 점이 일간지의 매력이기도 하다.  정치 사회 경제 문학 심층보도 인터뷰 특집섹션 등.  그래도 통계를 보면 열독률(熱讀率)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

 영미(英美)에서는 사망기사 즉 부음난이 열독률 1위라고 한다.  한 인간이 어떻게 태어나 어떤 인생을 살고 무슨 발자취를 남겼는가를 읽고 애도하며, 자신의 반생을 되돌아보고 여생에 대한 명상의 시간을 갖는 다는 것이다.  방송이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다.  아마도 우리 국민은 인사와 동정(人事·動靜)난을 더 선호할지도 모른다.

 이 사실을 국민의 생사관(生死觀), 즉 명예로운 죽음에 대한 마음가짐과 결부시킨다면 비약일까?  6·25 당시 몇몇 부대를 빼고는, 남·북한 군대 공히 후퇴와 동시에 그냥 와해되어, 결국 미군과 중공군의 대결이 되더라는 외신기자들의 기록이 과장이기를 바랄 뿐이다.  세월호 선장·선원의 “나 몰라라” 도망을 질타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부음 난을 읽으며 자성(自省)을 하자.  잘 쓴 30권의 방대한 부음 집을 소개한다.  시인 고은이 25년에 걸쳐 쓴 “만인보”다.  만인의 삶의 기록이라는 제목처럼, 시집이라기에는 좀 그렇고, 역사 속에서 뽑아낸 인물의 부고를 참여 작가다운 필치로 잘 정리해 놓았다.  일독(一讀)을 권한다.

 

이 칼럼은 지난해 8월 4일자로 이 난에 소개된 '나만 옳을까? 1: 과거사 청산'에 이은 '나만 옳을까?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이지만, 편집자의 실수로 게재가 누락돼 다시 올립니다. 순서에 혼선을 드려 죄송합니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