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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페미니스트 2 : 부적절한 밀월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66>

 

   일제 말기에 순사는 물론 교사도 칼을 차고 다녔다고 한다.  사무라이의 전통이라고는 하지만, 국민 위에 군림하고 겁주려는 의도에다가 칼이 없으면 어쩐지 불안한, ‘자신감의 결여’가 저변에 깔려있지 않았을까.  자신만만한 영국 순경(London Bobby)은 달랑 작은 방망이 하나만 들고 순찰한다고 하니, 과연 문명국이요 문자 그대로 민중의 지팡이다.  PGA에서 정교한 숏 게임 실력을 과시하는 일본 남자 골퍼가 많은데, 좁고 동그란 어깨에 짧은 다리로, 뒷모습만 봐서는 남녀구별이 애매할 때가 있다.  

카리스마에 자신 없는 남자가 폭군 형 남편이 된다는 속설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남편이 출퇴근 할 때 무릎 꿇고 절하는 아내...  얼마 전 일본 노벨상 작가 오에의, “종군위안부 문제의 원인은 일본 사회의 여성 차별” 발언은 날카로운 탁견이다. “여성 경시는 ‘폭력적 남성 같은 천황 절대주의’가 근대 이후에도 여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 국민 남의 국민을 불문하고 여성을 군대의 ‘제 5 보급품’ 정도로 보던 80여 년 전의 여성관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얘기다.

 

   양성평등지수에서 OECD 국가 중 한국이 꼴찌에 가깝고, 아시아 특히 유교문화권 의 순위가 뒤쳐지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관습과 전통은 그만 두고라도, 서구문명이 만들어낸 시스템에 맞추어 사회와 국가경영의 틀을 재구성하는 작업이 하루아침에 완성될 수는 없다.  그러나 짧은 정치사에서 수많은 여성 국회의원과 장관을 배출하고, 사법·행정·외무고시 합격자가 20년 동안 6%에서 44%로 늘어났으며, 무엇보다 총리를 거쳐 여성대통령까지 탄생시킨 우리 역사는 진실로 자랑할 만 하다.

 하물며 종주국 중국보다 훨씬 더 근본주의적인 유교의 가부장제도에 5백년 간 절었던 대한민국 아닌가.  반대로 한 세기를 앞서 서구문명을 받아들인 일본을 보자.

 2009년 기록적인 54명의(480석 중) 민주당 미녀자객들이 여당후보를 물리치고 중의원 의석을 차지했다는데, 존재감은 미미하여 당 대변인에 오른 것이 고작이다. 

 우리처럼 대선후보로 공영방송에 나와서, “나는 당신을 떨어뜨리려고 출마했다.”라든가 대리운전자에게 “너 내가 누군지 몰라?”라고 호통을 치며, 탈북자한테 “배신자!”라는 저주, 공식회의 석상에서 “봄날은 간다.” 유행가를 부르는 초인적인 용기는 찾아볼 수 없다.  전임 총리로서 수사협조에 모범이 되어야 할 원로 의원이, 그것도 정치자금법 위반사건에서, 소환에 불응하고 ‘묵비권’을 행사하는 강심장은 꿈도 못 꾼다.  만사 제치고 아베총리에게 찬양·아첨하는 여성의원은 닭살을 돋게 하고, “남녀평등은 망상”이라는 스기타 의원의 발언에 할 말을 잊는다.

 일본의 지도급 여성들 자신이 19세기적인 사고의 틀 안에 갇혀 사는 것이다.

 

   일본은 미국의 흑선(黑船)에 의하여 강제로 문을 열었지만, 제국주의 팽창시대에 미국은 필리핀을, 일본은 타이완·조선을 사이좋게 갈라먹은 흑 역사가 있다.  청년 이승만은 이점을 들어 조선 해방과 독립에 미국의 책임을 추궁한 바 있다.  이후 일본이 중국과 인도지나 반도에 침략의 마수를 뻗칠 때까지, 두 나라의 밀월은 계속된다. 

이승만은 1939년부터 “천황의 영광이라는 명분하에 침략을 정당화하는 일본의 천황주의로, 미일전쟁이 하루하루 닥아 온다”고 주장했다(Japan Inside Out).   뒷날 한국어판 서문에서는, “일본이 미국 신문·잡지에 $백만 이상을 선전비로 써서 미국의 눈을 가리고..”라고 회상한다.  어디서 본 듯한, 바로 국제무대의 ‘성기완 수법’ 아닌가.  1941년 예언은 적중하고 그 글을 기억한 미국의 주도로, 미·영·중 3국은 1943년 카이로에서, “일본 패망 후 한국의 독립”을 선언한 것이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문화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