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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종군위안부와 성노예 5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52>

 

   1925년 상하이로 건너간 전창근은 소설가 김광주 독립운동가 김구 등을 알게 되어, 교사로 일하는 등 사상적 영향을 받았으며, 영화배우·감독을 하다가 귀국한다(1938).  각본·감독·주연한 영화 ‘복지만리’(!941)의 대사가 불온하다는 혐의로 100일간 구금과 심문을 받던 중 상하이의 항일활동까지 알려져 영화를 접었고, 일제를 찬양하는 시를 쓰기도 했다.  훗날 ‘친일 인물 명단’에 들어간 이유다.  1942년 이후 미국에 연전연패하던 일제는, 일본인은 신민(臣民)이라는 이름으로 총동원하고, 식민지 조선인과 점령지 중국인은 무자비한 무단(武斷)통치로 억눌렀다. 

일본제국의 최후발악 3년 동안에 벌어진 지식인·지도급인사의 훼절(毁節)에는, 다분히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  총리가 ‘현역’ 육군대장으로 총력전을 벌이는 전시에, 군(軍)과 체제에 항거하는 식민지 조선인은 파리 목숨이요, 오늘날 북한처럼 그럴만한 빈틈도 없는 혹독한 ‘병영국가’였다.  필자가 아는 한 일제 강점기에 고 전창근만 한 애국자도 드물다.  남북분단과 6·25가 낳은 ‘연좌제’도 없앤 마당에, 70년도 지난 친일행적을 ‘확대해석’하는 일은, 국민화합에 공적(公敵) 행위로 의심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이 현대적인 민주주의 국가(예: 立憲君主制)로 출발할 좋은 기회를 메이지 유신(1867)과 제2차 세계대전의 패망(1945) 때 두 차례 지나쳤지만, 제3의 기회가 있었다.  1989년 자민당 가이후 내각은 3%의 소비세 과세를 강행한다.  대한민국(10%)보다 12년 지각한 소액(?)임에도 불구하고, 7월 참의원선거에서 자민당의 의석과반수는 깨진다.  이후 1993년 8월 ‘비자민 연립정권’의 호소카와 내각이 등장하고,  자민당은 정권을 잃어 ‘55체제가 무너진다. 

그러나 이미 거품이 꺼진 일본은 개혁의 활력을 잃으면서, 과거사에 양심적이던 진보세력은 서서히 몰락하고 자민당은 재집권한다(1996).  이제 왕따와 이지매를 넘어 떼강도처럼 몰려다니며, “조선인은 죽어라!” 외치는 혐한의 무리, 재특회가 판친다.  열악한 오지 탄광에서 중노동 끝에 죽어간 조선인 징용자들을 위한 추모비도 세우지 못하도록 협박과 폭력을 가리지 않는다.  이들은 사실(fact)이나 논리나 명분, 그리고 국제적인 시선에도 전혀 관심이 없이, 유럽의 스킨헤드나 네오나치를 맹목적으로 모방하는 것 같다.
           
   일본이 21세기 국제사회에 동참할 국격(國格)을 갖추려면, 첫째 침략과 위안부 등 과거사에 대하여, 진실한 인정과 반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아베 총리는 군대위안부 동원 강제성 여부의 판단은 역사학계에 맡기자 했고, 일본 역사학연구회는, “일본군이 위안부 강제연행에 깊이 관여하고 실행한 것은 흔들림 없는 사실”이라고 선언하였다.  둘째, 일본이 동양 유일의 문명국이라는 낡은 착각에서, 구미제국 일부 철부지들의 인종차별과 혐오발언(Racial Discrimination & Hate Speech)까지 흉내 내는 못난 짓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유럽의 ‘68혁명을 따라가던 일본 적군파의 과거를 연상케 한다.  셋째, 정치 수준과 남녀평등 성취도와 소속집단 대비 개인의 자율이라는 면에서, “총체적인 후진성”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96 대에(중복 포함) 이르도록 여성 총리는 한 사람도 없고 각료숫자도 적으며, 정권은 거의 자민당 독점에 파벌과 스캔들이 무성하다. 

스스로 쟁취하지 못한 미완성 민주주의로 인하여, 말 없는 다수는 물론 언론도 제목소리를 못 내는 성역은 많고 극우의 극단적인 주장이 판친다.  금(線)을 밟으면 개인이건 언론이건 집단 따돌림에 암살까지 각오해야 한다.  과거사의 반성과 사과, 그리고 민주주의 발전의 모범을 보여, 이제 일본은 평화와 공영의 동반자라는 확신을 국제사회에 심어주어야 할 때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