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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싸이 열풍

요즘 TV는 드라마와 오락물 쇼가 대세다. 쇼 내용은 출연자들이 얼마나 망가지느냐 하는 변태시합이요, 개그도 무의미한 자기학대나 나중에 왜 웃었는지 기억도 못하는 인스턴트가 주류다. 그래서 비 호감 용모와 저급한 상소리, 반말과 무례가 뜬다. 인내력·집중력을 키우지 못하는 교육, 깊이 없는 즉석 감정발산의 일상화 같은 병리현상의 원인에 대한 진단은 다른 기회로 미루고, 가수 싸이의 최신 히트 곡“We're the One."을 보자. “숨이 턱에 찰 때 내 손을 잡게.” 반말로 호소하는 랩은 직설적인 대화체요, 무대에서는 춤과 바디 랭귀지가 곁들여져 관객과의 교감은 스킨십에 필적한다. “넘어질 순 있어도 쓰러질 수는 없어.”에서 두개의 동사 모두 영어로는“fall down"이다. 넘어지다 자체는 자동사 쪽이지만 외부원인에 의한(돌 뿌리에 걸려) 경우가 많고, 쓰러지다는 타동사에 가깝지만(총탄에 맞아) 여기서는 의지(will)가 꺾인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수는 있지만 --수는 없어에서 앞의경우와 같은 객관이, 뒤의는 가능 조동사의 의미, 주관이 실려 있는 것이다. 결코 스스로 무너지지는 않겠다는의지의 강조.

 

 

싸이는 살찐 몸매에 비 호감 마스크요 기존개념으로는 목소리도 가창력도 불합격이다. 연예인 쇼프로라는 정규코스(?)에서도 오히려 과다노출을 피한다. 무대출연 만으로 인기가 폭발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멜로디보다도 전통적인 4·3조의 리듬만 타는 랩이기에, 출세 곡챔피언부터 한 결 같이 자신의 강한 이미지에 걸 맞는 도전적인가사개발에 주력한다. 둘째, 춤에 박수와 강한 점프를 믹스, 관객의 흥분을 고조시켜 몰입과 동참을 유도한다. 셋째, 시원시원한 샤우팅 창법으로 관객과 한 소절씩 주고받는 사이에, 관객은 어느덧 음악 감상자로부터 공동 출연자로 변신하면서 더 한층 열광한다. 자칭 싸이코의 싸이는 앰프와 현장성을 120% 활용하고, 힙합과 신명나는 우리 장단을 결합한 새로운 퓨전아트, ‘쌍방향리사이틀을 개발하여 앞서 나간다. 요지부동 모니터 앞을 지키던 젊은이들이, 비싼 돈 내고 몇 시간씩 기다려 모여들게 하는 힘, 그것은 변하는 세계, 더 빨리 변하는 세대, 그리고 그마저 앞질러가는 퓨전 아티스트들의 힘이다. 여기저기에서 뛰고 튀는 젊은이들이 있는 한, 한류에는 미래가 있고 한국의 앞날은 밝다.

 

이상은 6년 전 월간‘My Life'에 썼던싸이의 퓨전 세계라는 제목의 글이다(2006. 10.). 삼년 뒤 대전 무역전시관에서 본 싸이는 더욱 자라 있었다(김장훈·싸이의 완타치; 2009. 12.). 공연 시작 10분 만에 접는 의자 1500여개 중 앉아있는 사람은 우리 두 늙은이 뿐이었고, 공연 더하기 앙코르 한 시간, 합이 세 시간 내내 싸이는 방방 나르고 있었다.

 

싸이 열풍이 쓰나미처럼 글로벌로 휩쓰는 까닭은 무엇일까? 개척시대는 미국인들에게 마음의 고향이다(Frontier). 케네디는뉴프런티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던가? 1930년대부터 흥행(Box Office) 상위권을 접수한 서부영화는(Western; Horse Opera) 한 세대동안 지구촌을 사로잡으며 죤 웨인·게리 쿠퍼·제임스 스투어트·헨리 폰다 등 불세출의 스타를 배출하였고, 60년대에는 초원의집·Lone Ranger·Rawhide·Bonanza TV로 안방까지 점령하였다.

 

이 무렵 이탈리아에서는 스파게티 웨스턴이, 다시 동구에서는 Ostern Movie까지 등장하여 관객몰이를 했다. 결론적으로 서부영화는 전 세계 영화 팬들의 뇌리에 뚜렷한 감수성의 수용체(sensitivity receptor)를 심어놓은 것이다.‘강남스타일이 카우보이 놀이로 성장한 미 국민들 가운데에서 가장 먼저 폭발적 반응을 일으키고, 다시 전 세계가 이를 뒤 따르게 된 중요한 이유의 하나다. 고삐를 쥐고 말달리는 동작과 송아지 잡을 때 줄 던지는(rope throwing) 동작이 박력 만점이 아닌가?

 

한국인 특유의 절대 미감(美感)과 버클리 음대 수학의 글로벌 마인드가 어우러져말 춤이라는 착상을 낳았고, 이야말로 한국어(韓國語) 래퍼인 싸이로 하여금 언어의 장벽을 훌쩍 뛰어넘게 한 열쇠다. K 팝과 김기덕의 영화 신경숙의 소설에 이어 싸이의 열풍이 불고 있다. 경제 기적·민주화 성공에 이어 문화예술의 성취까지, 대한민국선진국 멤버십의 삼박자가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글: 임철중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대전광역시 치과의사회 회장

대전`충남 치과의사 신용협동조합 창설 및 이사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문화상 수상

대한치과의사협회 공로대상 수상

대한치과교정학회 부회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대전문화예술의전당 후원회 창립 및 회장

대전방송 TJB 시청자위원

대전광역시 문화재단 이사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