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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어른이 되자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31>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난중일기’의 저자 충무공이 만약 현직대통령이셨다면, 지난 13일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안현수 선수가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는 이유가, 체육계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라는 말 대신, “바야흐로 출전 중이니 조용히 덮어두고, 반드시 귀국 후에 조사하라.” 했을 것이다.

순발력과 승부욕과 배짱을 다투는 쇼트트랙에서, 시합 전 긴장으로 위염을 앓고 잠을 설치는 판에, 본국에서 들려오는 불길한 소문은 선수·임원 모두를 주눅 들게 하지 않았을까?  1992년 김기훈 이래 동계올림픽 효자종목으로 떠오른 쇼트트랙은, 접촉 확률이 높은 급커브의 연속으로, 한국인의 뛰어난(?) ‘새치기 솜씨’에 빗대어 짓궂은 농담이 떠돌았고, 일본계 미국선수 오노는 가해자가 교묘하게 피해자로 둔갑하여, “허리우드 액션”이라는 파울 이름의 원조가 되었다. 그래도 인사이드 파고들기와 막판 폭발적 체력으로 아웃에서 추월하기, 결승선에서 날(blade) 들이밀기 등 우리 선수가 개발한 독창적 테크닉이 많다.  그러나 비디오판독이 필요할 만큼 치열한 자리다툼과 신체접촉으로 작전 즉 견제와 악역이 필요한데다가, 연금과 병역의 특혜가 따르므로, 항상 영웅역할만 맡을 수만은 없고, 부상으로 탈락할 경우도 생긴다.  수많은 변수가 있고 재외동포 천만시대에, 일신의 영광을 좇아 떠나가는 사람을 시비할 수는 없다.  이회창씨 두 아들의 병역의혹(?)에 입에 거품을 물은 정 아무개의 두 아들은, 당시에 병역에도 빠지고 미국 시민권까지 얻었건만, 이 후보를 낙선시킨 공로로 방송사 사장자리에까지 오르지 않았던가?

 

   언젠가 1945년 해방정국의 유행어를 소개한 바 있다.  “미국 믿지 말라, 일본 일어난다, 소련에 속지 말라.”  얼마나 기막힌 예언인가.  소련이 해체 된지 어언 30년, 재집권한 푸틴의 슬로건은 석유파워를 등에 업은 “위대한 러시아의 재건”이다.   소치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여 국력을 과시하려 하지만, 기록경기에서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에 한계가 있다.  메달경쟁에서 네덜란드·독일·미국에 밀린다.  피겨라는(Figure) 말 자체가 숫자·모양·패턴을 의미한다.  어려운 기술을 무결점으로(clean) 연기해도 가산점이 마술을 부리고, 정량화 할 수 없는 아름다움(美)이라는 회색지대가 있다.  먼저 단체전과 페어(Pair)에 집중한다.  페어는 때로는 2 미터의 거한(巨漢)이 150cm 언저리의 여성을 공기 돌처럼 던져 올려, 위태롭고 그로테스크한 서커스 분위기를 자아낸다.  부드러운 조화의 미를 위하여 “남녀의 신장 차이를 제한하라!“ 소리치고 싶을 때가 많다.  러시아는 여기서 금·은 메달을 휩쓸어 메달순위를 따라잡지만 거기에 만족할 수는 없고, 세계의 히로인, 즉 싱글에서 스타탄생을 바란다.  

  돌아온 여왕 김연아는 거의 완벽한 쇼트 프로그램을 끝낸 뒤 점수발표를 보면서, ”아, 짜다.“는 표정을 보였다.  그러나 다음날 프리에서 드디어 본색이 완연히 들어나고, 각국 언론이 의아해하는 시선 속에서 여왕은 금메달을 잃었다.  은메달을 걸고 담담하게 기뻐하는 여왕의 의연함에 우리국민도 한층 더 성숙한 느낌이지만...

 

  이제 세계인의 눈은 거의가 전문가 수준이요, 카메라에는 눈속임이 없다.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소아적인 어리석음(少痴)은 도움은커녕 국익에도 폐만 끼친다.

동계 올림픽 역사상, “비틀거린 금메달”은 “소치의 수치”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키릴 문자로 소치는 C 와 O 다음에 뒤집힌 y 와 N으로 끝난다.  영어로 읽으면 “꼬인”대회인가?   너 나 할 것 없이 진정으로 위대해지고 싶다면, 마음가짐부터 먼저 어른스러워져야 할 것이다.

 

 

 

 

 

 

 

글: 임철중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대전광역시 치과의사회 회장

대전`충남 치과의사 신용협동조합 창설 및 이사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문화상 수상

대한치과의사협회 공로대상 수상

대한치과교정학회 부회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대전문화예술의전당 후원회 창립 및 회장

대전방송 TJB 시청자위원

대전광역시 문화재단 이사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