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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안녕(安寧)들 하십니까? - 1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28>

 

   “안녕하십니까?”는, “밤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에서 온 것이란다.  조선조에만 왜구침략이 수백 차례요, 큰 왜구 도요토미 때는 전 백성이 목숨 지키기에 바빴으며, 이어 양대 호란(胡亂)을 치렀다.  서민들은 질병과 기근에 곯고 양반과 아전의 수탈에 시달리다가 일제 폭정 하에 들어갔고, 해방이 되자마자 동족상잔의 6·25까지 겪었으니, 평생에 두 다리 뻗고 편히 잠든 날이 몇 밤이나 되었을까?  그래서 ”밤새 안녕?“이요 ”진지 잡수셨습니까“ 한다.  고대생 주현우(27)씨가 쓴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에 반응이 뜨거웠다.  복수어미(複數語尾) ”들“을 따뜻하게 읽기도 한다.

”나“보다는 겸손과 동료의식이 담긴 ”우리“라는 대명사를 선호하는 국민정서에 들어맞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반대의 해석도 가능하다.  조폭이 자릿세 뜯으려고 점포에 들려 건들건들 겁주는 말투를 닮았다.  카메라나 관중 앞에서도 흔히 ”안녕하십니까?“ 하지 ”들“을 붙이지 않는다.  최소한 무게 있고 진정성을 담은 말 본세와는 달리 빈정대는(sarcastic) 어감이 있다.

 

   온 국민이 고통스러운 것은 맞고 젊은 세대의 좌절과 분노도 분명하다.  그러나 이성과 논리의 잣대로는 원인제공자를 특정할 수 없다.  감성적인 두루뭉수리로 “기득권층” 같은 “가상의 적”을 만들어 공동전선을 꾀한다.  먼저 좌절과 고통의 원인을 살펴보자.  알바로 살아가는 80만원 젊은이가 있는가하면, 2012년 국세청 신고 기준으로 개인사업자 395만 중 221만이 월 소득 백만 원 미만이란다.  빚은 늘고 소득은 줄면서 살기가 팍팍해지는 원인은?   첫째 세계화다.  구매력지수가 1/10인 나라 A에서 만든 제품이 고소득 국가 B에 당일로 공급되니, B의 제조업은 도산하고 일자리가 사라진다.  둘째 제조업 대 금융업·재테크 간에 소득격차가 천문학적으로 벌어진다.  셋째, 장수와 노령화로 생산력은 떨어지는데, 건강·요양·연금 등등 복지 지출은 폭발적으로 는다.  인건비 비중이 높고 도덕적해이의 통제도 어려운 분야다.

 기계화·전산화에 따른 일자리 증발은 이미 오래된 역사다.  결론적으로 “안녕하지 못한 것”은 MB나 현 정부, 여당이나 보수꼴통 탓이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몇 나라만 짚어보자.  평균연봉이 6천만 원이라는 철도노조가 파업조건으로 내건 임금인상률이 8.1%였고 금년도 우리공무원 임금인상은 1.7%인데, 미국 연방공무원 210만 명의 연봉은 동결 된지 4년 만에 처음으로 1% 올랐다.  기나 긴 불황 속에 쓰나미·원전폭발사고를 당한 일본국민은, 돈을 전단지처럼 찍어내며 양심을 속이고 역사를 부정하는 아베를 지지한다.  일세기 전에 국민을 파멸로 이끌었던 군국주의의 전철(前轍)을 좀비처럼 따를 만큼, 이성을 잃었다.  중국은 분유에서 식용유까지 가짜가 판치고, 관용차 2백만 대가 경매장에 나올 만큼 극심한 부패와 빈부격차에 시달린다. 

유럽의 희망이라던 PIGS 4개국은 가까스로 호흡을 이어가고, 동유럽국민들은 일자리를 찾아 서쪽으로 짐을 싸며, 유일한 우등생 독일마저 증오범죄에 6명에 한명 꼴로 빈곤층에 접근하고 있다.  내전 3년째에 13만이 죽은 시리아와 8세 여동생을 자살폭탄으로 내모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을 위시하여, 테러와 극렬시위로 조용한 날이 없는 남 수단·방글라데시·태국·이집트·러시아, 묻지마 살인의 호주, 살인범죄 1위의 베네수엘라를 비롯하여 밤 외출이 어려운 중남미국가들까지 모두 안녕하지 못하다. 

 

박수를 건성건성 쳤다고 기관총으로 고모부를 부셔버리고, GNP 최하위(우리의 1/ 40)로 국민을 굶기는 김정은의 북한은 말할 나위도 없다.  오히려 한국은 선방(善防)하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안녕들 하신”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한국 국민의 행복지수는 세계에서 최하위권인가?

 

 

 

 

 

 

 

 

글: 임철중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대전광역시 치과의사회 회장

대전`충남 치과의사 신용협동조합 창설 및 이사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문화상 수상

대한치과의사협회 공로대상 수상

대한치과교정학회 부회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대전문화예술의전당 후원회 창립 및 회장

대전방송 TJB 시청자위원

대전광역시 문화재단 이사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