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 흐림동두천 16.5℃
  • 구름조금강릉 13.6℃
  • 구름많음서울 17.9℃
  • 맑음대전 14.4℃
  • 맑음대구 16.0℃
  • 맑음울산 15.5℃
  • 구름많음광주 16.0℃
  • 박무부산 17.6℃
  • 구름많음고창 ℃
  • 구름많음제주 18.6℃
  • 구름많음강화 16.7℃
  • 맑음보은 13.3℃
  • 맑음금산 10.6℃
  • 구름많음강진군 13.2℃
  • 맑음경주시 13.1℃
  • 맑음거제 15.1℃
기상청 제공

임철중 칼럼

군인의 길 1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26>

 

    자유·평등·박애를 내걸고 집권한 프랑스 혁명지도부는, “평등” 이념의 과잉으로 훈장(勳章)을 없앤다.  왕실과 귀족에 대한 무자비한 처형에 질겁한 주변왕국들의 압박과 공포정치의 피비린내에 시달릴 대로 시달린 프랑스 국민은,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 나폴레옹을 황제로 옹립하고, 황제는 거의 전 유럽을 상대로 한 전쟁에 국민을 동원하기 위하여 그동안 밀렸던 훈장까지 대량생산한다.  그후 프랑스정부가 수여한 훈장 숫자는 세계의 금메달 깜일 것이다.  아니, 더 많은 나라들이 있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과 일본 그리고 공산국가들, 하나같이 독재국가다.  종주국인 소련보다 훨씬 더 평등한 공산주의의 이상을 실현하겠다던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훈장은 고사하고 계급장까지 없애려 했다.  정치장교 우선으로 기초체력이 허약해진 중국군은 한층 더 부실해져서, 해장꺼리로 만만히 본 베트남에게 큰 코를 다치고 나서야 계급장을 복원한다.  “평등”을 입에 달고 살았던 마오쩌둥의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금언(金言)과 인민을 “공포와 선군정치”로 가두어놓고 굶기고 처형하는 북한 늙은 군인들이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훈장이, “평등을 가장”한 그들의 속내를 여실히 드러내 보인다.

  

 “군인은 밥 얻어먹는 거지 바로 아래다.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 사니까.”  묵호 해군경비부 김상모 제독이 입버릇처럼 하던 훈시다.  “군인은 돼지다. 잘 먹였다가 잔치(전쟁) 때 잡아먹는다. 항상 실전과 같이 훈련에 임해야 살아남는다.”  이 말은 주임상사의 지론이었다.  이처럼 힘든 “군인의 길”을 왜 가는가.  직업군인은 애국심으로 시작하여 위계질서로 복무하며 명예를 먹고 산다.  그래서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평상시의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전쟁 중에는,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며 적을 제압하는, 지극히 능률적으로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타격무기”, 바로 군대가 탄생한다. 

능률이라 함은 지휘관의 결단력과 참모의 지략, 책임감 있는 지휘자와 현장적응에 능숙한 관리자와 잘 따라오는 기초사병, 이 모두가 어울린 위계질서의 원활한 작동을 말한다.  군을 천직(天職)으로 택한 직업군인과, 전문경력을 살린 단기 장교 및 하사관, “국민 개병제”로 의무기간 복무하는 병(兵), 다시 말해서 장성·고급장교·초급장교·하사관 그리고 병으로 구성된 냉정한 상명하복의 조직이다.  

 그 중에서 조직의 생존과 능률, 그리고 전과(戰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장교를 양성하는 최고학부를 졸업하고 충분한 경험을 쌓은 지휘관의 냉철한 판단과 결심이다.  백선엽 채명신 임부택 김종오 김백일 제씨로 대표되는 별 중의 별들이야말로, 이 사실을 증명하는 명장이라는 데에 많은 분들이 동의할 것이다.

 

   소위 ”위대하신 장군님”이라는 김일성이 영입을 원했던 청년 채명신은 자유를 택했고, 6·25 당시에는 유격전 전문가로서 적진의 뒤에서 신출귀몰하는 작전 끝에, 전 대원을 이끌고 무사귀환 하였다.  이때에 맺어진 박정희장군과의 의리로 5·16에 참여했으나 유신에는 반대하여, 당연히 달아야 할 네 번째의 별을 포기하였다. 

장군은 최초의 주월 한국 군사령관이었다.  전선도 없는 비정규전에서 베트남 민간인의 보호와 한국군 피해의 최소화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4년간 혁혁한 전과를 올려, 명장으로서 국내외의 칭송을 받았다. 

1953년 휴전 이후에 유일한 실전(實戰)에서, 불가피했던 휘하 장병의 인명피해를 가슴아파했다.  유언에 따라 파월장병 사병묘역에 안장되어,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와 저 세상에서 만나 안식을 찾았다. 

 끝까지 덕장의 귀감을 보인 인간 채명신은 진정으로 “위대한 장군님”의 전설이 된 것이다.  삼가 장군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글: 임철중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대전광역시 치과의사회 회장

대전`충남 치과의사 신용협동조합 창설 및 이사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문화상 수상

대한치과의사협회 공로대상 수상

대한치과교정학회 부회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대전문화예술의전당 후원회 창립 및 회장

대전방송 TJB 시청자위원

대전광역시 문화재단 이사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