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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잠방이를 입으시오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25>

품이 좀 솔은데, 다른 건 없나요?” “죄송합니다, 아버님. 더 큰 사이즈가 계신데 값이 조금 비싸세요.” 요즘 아무데나 갖다 붙인다는 올림말(敬語)”이 화제다.

김일성 시신에 참배를 올린 것도 무죄라는 동방예의지국답다. 어르신이 세상을 뜨시면 볕 잘 드는 명당에 모셔 자연으로 보내드리던 동방예의지국에서, 하물며 너나 할 것 없이 환경보존을 외치는 마당에, 시신을 화장(火葬) 아닌 화장(化粧)으로 꾸며 사이비종교의 우상으로 이용하는 김가네에 장단 맞추는 것이 과연 예의인가?

우리는 종교에도 꽤 너그럽다. ()자의 스님에, 스승 사()의 목사와 아비 부()의 신부까지, 모두 올림말을 붙인다. 신도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고 사회 안정에도 기여하는 분들에게 당연한 예우요, 세제혜택도 있다. 미국에서도 육체적인 생명을 지켜주는 의사와 사회적 생명의 변호사, 그리고 정신적 생명의 목사는 존경을 받는다. 다만 존경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본령(本領)을 지킬 때에 한 한다. 국회의원에 출마한 의사나 기업하는 변호사는 당연히 사업가나 정치인으로 대접받는다.

그러므로 세상사에 문외한인 종교인이 제복을 걸친 채”, 잘 알 리도 없는 정치나 사회정책에 사사건건 잠방이에 뭐 삘기지듯초 치고 간섭하면 그림이 좋지 않다.

특히 종교까지 다르면 올림말 붙이기도 거북하다. 그래서 이런 분들에게 사용할 호칭을 제안한다. “성당 종업원, 교회 직원 아무개라든가 절에 사는 모씨등으로 통일해 부르자. 그래서 정치적인 금기는 풀어주되 그에 따르는 민·형사적 책임을 철저히 묻자. 정의구현 사제(성당 종업원)단도 고만고만한 사설단체들처럼 NGO로 격상시킬 만큼 성장하였으니, 마음 놓고 출반주(出班奏)하도록 배출구를 터주자.

 

원로 성당인인 박창신씨의 논리에는 적어도 세 번의 비약이 있다. 첫째, 엄연히 한국 영토인 독도와 남·북의 경계선인 NLL을 동일시한 것이다. 둘째, 일어나지도 않은 일본의 독도군사훈련을 전제로 한 선동이다. 셋째, ·미 군사훈련은 NLL의 남쪽 바다를 향하여 사격연습을 한 것인데, 이를 빌미로 주민이 살고 우리 군인이 주둔하는 연평도에 대포를 쏴야죠!”라는 외침은 기막힌 폭언이다. 그렇지만 여러 정황에서 그의 사법처리에는 반대한다. 첫째, 사진으로 본 그 얼굴에는 일생을 성당에서 보낸 분의 평화와 관용 대신 분노와 증오가, “쏴야지요!”하는 말에서는 축복 대신 저주의 그늘이 엿보인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형벌을 받은 사람이다.

둘째, “불쏘시개 논리. 만약에 박씨가 정치나 이념적 목적에서 스스로 순교자가 되기를 갈망하고 있다면, 속된 말로 온 나라가 말려드는 꼴이 된다. 긁어 부스럼은 하지하책이다. 엄혹한 세계경제와 위태로운 국제정세 하에서 동북아의 샌드위치 신세인 대한민국이, 국내 상황마저 혼란에 빠져들기를 바라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아니면 혹시 있는 것은 아닐까? 어느 사회나 2%의 오물을 포함하여 5%쯤의 불순물은 있다니까. 이쯤에서, “내가 천주교신자임이 창피하다.”라는 이태영 회원에게(조선일보 1127일자)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

 

박 대통령 퇴진을 선창(先唱)한 박창신씨의 정치적인 결기가 경이롭다. 그 행동이 본뜻이라면, 많은 신자와 4,500여 사제와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던 자기 자신, 즉 사제단의 역사에까지 누가 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보시라. 그래도 계속 하겠다면 오래 밀린 숙제, “로만컬러를 벗어 던져라!”를 되새겨, “세속에 출동할 때만이라도프리·사이즈의 멋진 전통의상 잠방이로 갈아입으시라. 거창한 종교철학이나 영성(靈性)은 그만두더라도, 삼척동자도 다 아는 가장 초보적인 스포츠 정신, Fair Play 만은 지켜야 성인(成人) 대접을 받을 것 아닌가.

 

 

 

 

 

 

 

 

글: 임철중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대전광역시 치과의사회 회장

대전`충남 치과의사 신용협동조합 창설 및 이사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문화상 수상

대한치과의사협회 공로대상 수상

대한치과교정학회 부회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대전문화예술의전당 후원회 창립 및 회장

대전방송 TJB 시청자위원

대전광역시 문화재단 이사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