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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막말과 품격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24>

                         

  고대 그리스의 기록이나 바빌로니아 점토판에도 요즘 젊은이들!” 하는 탄식이 나온다고 한다. 사회 초년병시절까지는 본받고 싶은 어른이 사회의 지도층이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내 또래가 장성·국회의원이 되더니, 드디어 한참 후배가 시장·도지사다. 비록 벼슬은 못했어도 나이 들면서 보고 들은 것은 있으니, 존경보다는 거슬리고 마음에 차지 않는 일이 자꾸 눈에 보인다. 해서, 결론은 요즘 젊은이.

고 노무현 정권(정부) 당시에도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다. 말의 품격으로 트집을 잡힌 본인은 물론, “바른 말을 그토록 싸가지 없이 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 던 장관으로부터 야당의원의 질문에 극언으로 일관한 총리에 이르기까지, 어렵게 쌓은 공을 입으로 다 까먹은 측면이 없지 않았다.

 

취임 반년을 넘기면서 실언과 실수가 이어져, 박대통령 정부의 수준이 도마에 오르고, 야당의 호된 질타를 받고 있다. 막말은 욕설이나 비속어의 문제라기보다는, 무심코 던진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개구리가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는가가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9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 한마디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하경제 양성화로 박대통령이 약속한 27조원 세수확보가 가능하다는 설명에서, “예를 들면 치과의사를 조사, 탈세가 나왔을 경우 대오각성해서 (탈루를) 안 하는 게 30%밖에 안 된다.“ 고 했다. 그냥 자영업자해도 될 텐데 하필 치과의사를 꼬집어 예를 들고, ‘대오각성이라는 비장한 수식어를 썼을까?

낙방한 학생에게 주는 선생님의 당부가 심기일전이라면, ‘대오각성은 상감마마가 내리는 우악한 분부쯤 되지만, 그런 건 애교로 넘어가자. 말에 취하면 가끔 혀가 미끄러지니까(slip of the tongue). 그렇지만 한 줄 트윗에 생명이 오가고, 장부 일언은 중천금이라 했으니, 주무장관의 한마디는 중 억만금이다. 기업이 클수록 개개의 제품보다 회사 이미지 P R(CI)에 더 주력하는 세상이다. 치과 의료계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는 힘들어도,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임을 네트워크 치과 공방전에서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는가? 장관의 한마디에 치과계는 국민들로부터 돈만 알고 탈세하는 집단, 지하경제에 편승하는 공적의 무리로 몰릴 수 있고, 내부 지침을 중요시하는 국세청의 뜨거운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도 있다. 협회는 어떤 형태로라도 유감의 뜻을 전달해야 할 것이다.

 

일부 예외는 있겠지만 의료계의 상대적인 소득이 줄곧 뒷걸음질하고 있는 상황은, “의료업의 특성으로 볼 때에, 건강한 사회를 예고하는 조짐과는 거리가 멀다.

 

첫째, 의료업은 최고 학력과 경력(수련)을 인정받은 자에게만 허가하는 가장 노동집약적 직업이다. 둘째, 대량생산은 고사하고 기성제품 생산자체가 불가능한 주문 형 맞춤제품이다. 셋째, 원자재(?)의 조건에 따라, 기획에서 생산·사후관리에 까지, 불량률 제로라는 확신과 책임감을 가지고 외로운 판단을 계속해야 하는 작업이다.

 

종합해보면, 집중력과 사고의 여유와 동기부여가 보장되어야만, 생산자(의사)는 물론 제품의 완성도(환자의 건강)가 향상되는 특수직종이다. 당연히 수반되는 고도의 도덕성에 대하여서도, 강도 높은 자율징계권 등 별개의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후진국의 의사·변호사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고소득전문직이요, 전쟁까지 겪은 우리사회에서 의사는 신분보장의 덤도 누렸다. 그래서 유권자의 표를 의식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의사 두들겨 패기(bashing)”가 하나의 수단과 관행이 되고, 건강보험실시에 상당한 희생까지 감수해야했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소득이 많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 두들겨 패기는 여전히 유효한 메뉴인가보다. 리베이트 쌍벌죄의 소급적용과 아청(兒靑)법의 가중처벌과 원격진료의 조기강행처럼 갈수록 태산이 심화된다면, 진료의 질과 관행이 의료인의 자긍심과 함께 동반 하락하여, 동네의원은 더욱 황폐하고 괴상한 네트워크가 기승을 부리는 등, 의료업의 왜곡만 깊어질 지도 모른다. 막말과의 작별 그리고 품격의 상승이 곧 선진국 진입의 길이다.

     

 

 

 

 

 

 

 

글: 임철중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대전광역시 치과의사회 회장

대전`충남 치과의사 신용협동조합 창설 및 이사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문화상 수상

대한치과의사협회 공로대상 수상

대한치과교정학회 부회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대전문화예술의전당 후원회 창립 및 회장

대전방송 TJB 시청자위원

대전광역시 문화재단 이사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